총. 균. 쇠.jpg세부에 오래 살고보니 이 섬에 대한 궁금증이 많아집니다. 도대체 이 섬 사람들은 언제부터 이곳에서 살기 시작했고 '왜 이 섬 사람들은 동북아(한국,중국,일본) 사람들보다 여러 부분에서 뒤처지게 되었나'라는 생각들을 늘 하곤 합니다. 그런데 지난 5월 한국방문을 했을 때 재러드 다이아몬드 교수(UCLA)의 '총,균,쇠'라는 책을 사서 읽고보니 여러가지 제 질문들을 쉽게 설명을 해주는 듯 하여 너무나 기뻤습니다.

늘 혼자 이런 저런 생각만 하면서 살아가는 게 세부 섬의 일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면 이곳은 섬이다보니 지적인 영역은 늘 한계가 있기에 관념에서만 머물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아마 이런 부분이 오랫동안 이 섬을 이끌어오는 분위기가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그러나 미국이 들어오면서 교육적인 부분에 큰 변화가 오고 과학과 의학부분에 많은 발전을 이루어 왔지만 그래도 아직 우리 한인들에게는 이 섬은 여러 부분에서 아직도 원시적인 방법들이 많이 존재하는 부분들은 16세기와 21세기가 공존하는 신비로운 섬입니다.

인류문명의 운명은 무엇으로?

재레드 다이아몬드가 쓴 책 '총, 균, 쇠'는 서울대생이 학교 도서관에서 가장 많이 빌려보는 책 가운데 하나입니다. 그는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생리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그는 생리학, 조류학, 진화생물학, 생물지리학 그리고 라틴어, 그리스어, 독일어, 프랑스어, 러시아어 등 수개국어를 구사하는 천재입니다.

그의 저서 '제3의 침팬지'는 영국의 과학출판상과 미국의 LA타임즈 출판상을 수상했고 '총,균,새' 책으로는 1998년 퓰리처상과 영국의 과학출판상을 받았습니다. 총기와 세균과(면역력) 그리고 쇠(철기문명)이 각 지역의 문명과 역사를 바꾸었다는 것이 이책의 요점입니다.

1532년 11월 16일 잉카의 황제 아타우알파와 스페인 정복자 프란시스코 피사로가 페루의 고지대 도시인 카하마르카에서 200명 남짓한 스페인의 피사로의 군대가, 인구가 2000만명에 달하는 잉카제국을 손쉽게 무너뜨렸던 결정적인 요인도 이 3가지였습니다. 또한 동아시아 최강국으로 군림해오던 중국이 아편전쟁으로 인해 난징조약과 같은 굴욕적인 조약을 맺는 이유도 이 세가지의 차이입니다. 저자는 다른 문명에 비해 앞서 있었던 유럽의 기술수준, 정치, 사회조직을 "총,균,쇠"라는 세가지 단어로 요약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유럽인들은 아메리카대륙, 아프리카대륙, 폴리네시아 원주민들이 가지지 못한 "총, 균, 쇠"를 가지게 되었는가? 저자는 1972년 조류의 진화에 대한 연구를 위해 뉴기니 섬을 방문하였을 때, 그 곳의 원주민 지도자 '얄리'에게서 이러한 질문을 받습니다. "왜 우리 흑인들은 당신 백인들처럼 '화물(서구문명의 기기들)'을 만들지 못하는 것인가?" 당시 저자는 선뜻 대답을 하지 못하고 이에 대한 연구를 하게 되는 것이 이 책을 쓰게 되는 동기입니다. 인류는 1만 3000년전 대부분 수렵채집생활을 하며 문명화의 정도가 거의 같은 출발선상에 있었씁니다. 그러나 1만 3000년이 지난 지금 세계 각국은 각기 다른 위치에 서 있습니다. 같은 출발선에서 서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1만 3000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대륙간에 문명의 발달이 불평등하게 이루어진 원인은 무엇일까요? 각 문명의 발달 속도의 차이를 일으킨 요인은 무엇인가요?

저자는 먼저 식용작물 및 가축의 분포적 차이가 이러한 격차를 일으켰다고 말합니다. 현대 사회의 주요 농작물과 가축은 거의 유라시아 대륙에서 유래되었으며, 그것들 중 대부분은 "비옥한 초승달 지대"라고 일컬어지는 시리아, 팔레스티나, 메소포타미아, 이집트 지역에서 유래되었습니다. 농작물 개발로 인한 농업의 발달은 식량 생산의 증가를 가져와 인구를 증가시키고, 도시와 국각를 발전시키게 되었습니다. 또한 잉여 농작물이 발생하게 되어 농업 이외의 전문직이 생겨나게 되었습니다. 이를테면 정치가, 종교지도자, 기술자와 같은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정치조직을 발달시키고 기술을 발전시켜서, 그 문명의 발전 속도를 가속화 시키게 됩니다. 결국 식용작물의 개발이라는 조그만 차이가 훗날 문명 발달의 격차라는 엄청난 결과를 가져오게 된 것입니다.

또한 가축은 넝업 생산력의 증가에도 도움이 되었고, 가축 자체가 단백질 공급원이 되기도 했지만, 전염병 전파라는 예기치 않은 결과를 가져오기도 했습니다. 가축과 인간이 가까이 지내게 되면서 유라시아인들은 소에게서 홍역, 천연두, 결핵, 돼지에게서 인플루엔자라는 반갑지 않은 전염병을 받아들이게 됩니다. 때로는 이 불청객이 전염병의 창궐로 대략 인구 감소라는 시렴을 주기도 했지만, 살아남은 자는 면역의 획득이라는 축복을 받게 됩니다. 유럽인들은 전염병이라는 무기와 면역력이라는 갑옷을 입고, 한 때 5000만명 이상이 살았던 것으로 추정되는 아메리카 대륙의 원주민들을 쉽게 멸망시키고(인구의 95%가 사라졌습니다) 자신들이 그 대륙을 차지할 수 있었습니다. 유라시아 대륙의 지리적 요건 또한 농업의 발달 못지않게 중요한 요인입니다. 유라시아 대륙은 동일 위도 상에 가로로 길게 연결되어 있어 기후적 요건이 비슷하였으므로 농작물과 가축의 전파가 쉬웠습니다. 그러나 아메리카 대륙의 경우에는 남북으로 길게 뻗어있어 기후가 다양했으므로 동일한 농작물과 가축의 전파가 어려웠습니다. 그것은 대부분 사막과 열대우림지역으로 구성된 아프리카의 경우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또한 폴리네시아는 바다라는 장벽으로 인해 섬에 고립되었던 문명이 많아 다른 문명과의 교류가 어려웠고, 아프리카는 사하라 사막이라는 거대한 장벽으로 인해 유라시아 문명을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유라시아 대륙은 큰 바다와 거대한 산맥이라는 장애물이 거의 없이 일렬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지리적인 개방성으로 인해 유라시아의 각국은 서로 교류하며 때로는 경쟁하며, 문명의 발달을 촉진해 올수가 있었습니다. 결국 유라시아인이 타 대륙의 사람들에 비해 문명의 발달이 빨랐던 것은, 그들이 환경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정착하였고, 그 지리적 이점이 요구하는 끊임없는 경쟁으로 인해 더 큰 발전을 이룰 수 있었다고 봅니다.

놀랍게도 17장 '동아시아와 태평양 민족의 충돌'에서는 필리핀의 기원과 전개에 대해서 자세히 나오고 있습니다. 현재 세부아노는 언어학으로는 오스트로네시아 어족에 들어갑니다. 오스트로네시아란 오세아니아계 곧 태평양 폴리네시아계 쪽인 것입니다. 이쪽 사람들은 언어와 생김새가 비슷한 남방계 사람들인데 토기, 석기, 가축을 이용하는 문화가 필리핀에는 B.C 3000년경에 나타났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런 신석기시대 사람들이 유럽문화를 접촉한 것은 1521년 마젤란이 도착하고서야입니다. 그런데도 이곳 세부 섬은 스페인의 총기와 철기로 점령을 당했지만 아직도 세부에서는 신무기와 철의 기술이 미약합니다. 물론 다나오시에서 총기를 만들고 있기는 하지만... 그 이유는 지리적으로 이곳은 외부에서 몰려드는 외국인들에게 많은 것을 의지하는 문화와 지리적인 특성이 있는 듯 합니다.

앞으로 미래의 세부 섬은 관광의 섬으로 도약할지 아니면 홍콩이나 싱가폴처럼 금융과 무역의 중심지가 될는지 총,균,쇠를 읽어보면서 더 궁금함을 가져봅니다.

필자는 23년 전 세부에 정착하여 현재 한사랑 교회 목사, 코헨대학교 세부분교 학장에 재임중이며 UC대학 HRM학과에서 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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