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찬절을 맞이하여 현지인교회 봉사 겸 여행 차 가족과 함께 찾은 민도로 섬, 첫날은 그야말로 한 폭의 그림 같은 섬에서 꿀 같은 시간으로 시작 되었다. 민도로 섬은 마닐라에서 남쪽으로 약 300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위치한 우리나라 경상남북도 크기만한 섬이다. 필리핀 마닐라 지역 외에 살고 있는 한국 교민들은 익히 낯선 곳이지만 마닐라 지역에서 사는 사람들은 좀체 가기 힘든 먼 '보라카이' 섬 보다는 가까운 민도로 섬을 가끔 찾는다. 필자도 당시 마닐라 지역에서 살고 있을 때라 남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민도로 섬을 언젠가 찾고 싶어 했던 섬이었기에 우리 가족들과 함께 천국의 문턱 앞까지 갈 뻔 했던 기억을 생생히 껴안고 2박3일의 여정으로 너무나 행복했던 기억이 지금도 고스란히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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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필리핀 여행지 상품들이 너무 고정화되어 있다. 즉, 바다가 있고 섬으로 배를 타고 들어가 호핑투어나 다이빙 시노클링, 그리고 바나나 보트를 즐기다가 현지인 식당 시푸드 식사를 즐기는 코스는 어디를 가나 일반화된 여행 상품이다.

필자는 이러한 따분한 코스보다는 남들이 잘 안가는 곳, 새로운 곳을 찾아가는 약간 모험(?)적 여행가이다. 그래서 아예 아이들은 잠시 떼어놓고 그들끼리 비치에서 놀게 한 다음, 혼자 민도로 섬 육지여행을 하기로 했다.

먼저 찾아간 곳은 '푼타로사 전망대'이다. 이곳은 민도로 섬 전체 풍광을 한 눈으로 볼 수 있는 곳이고 다른 곳에서 할 수 없는 '지프라인 외줄타기'코스가 있다. 필자는 군대생활을 장교로 10년을 근무했기에 옛날 유격훈련을 받던 기억과 추억으로 이 지프라인을 탔는데 지프라인 속도가 주는 쾌감과 스릴이란 타보지 않은 사람에게는 이야기가 통하지 않을 정도로 찌릿한 맛이 그야말로 날개 없이 하늘을 나는 물찬 제비가 된 느낌이었다. 이 산과 계곡, 그리고 저 산으로 이어지는 코스는 외줄에 온 몸을 달고 질주하는 순간 그 쾌감이란 다른 어느 생각도 기억도 하얗게 지우는 촌음의 시간이었다. 이 코스를 완주하고 내려오는 계단 길에는 이름 모를 들꽃들이 만반하고 있었다. 그 다음 찾아간 곳은 '타마로우' 폭포이다.

필리핀에서도 폭포를 찾는 일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민도로 섬 안에 높은 산과 폭포가 있다기에 지프니와 싱글 모토사이클을 타고 찾아간 그곳은 민도로 섬 안에 또 하나 파라다이스 같은 곳이었다. 높이 약 35미터 정도 되는 그리 높지는 않은 폭포였지만 폭포 모양이 기이하고 폭포 아래 물살 또한 과히 속에 든 찌끼가 토해 나올 정도로 시원케 하니 '여기가 낙원이구나'라고 탄성이 저절로 나온다. 이 폭포는 그냥 높은 곳에서 넘쳐나는 물의 추락이 아니라 어디선가 안엣 ㅓ밖으로 분출하는 모습의 폭포이고 폭포수가 고인 물빛이 또한 얼마나 깨끄샇고 정갈하게 희석된 색깔인지 보아도보아도 질리지 않는 물빛이었다.

하루를 혼자서 돌아다니다가 해가 저물어 숙소로 돌아와(필자가 머문 리조트는 방안에서 누워서도 민도로 바다가 보이는 비치리조트였다) 저녁을 가족과 함께 한 뒤, 저녁 시간 화이트 비치에서 있는 '불꽃 쇼'를 보기로 하였다. 3~5명의 게이들이 양손에 불꽃을 들고 현란한 몸 춤을 추는 모습이 그야말로 자연 예술 그대로였다. 불꽃으로 들어갔다가 나오거나 불꽃을 뛰어넘는 재빠른 몸짓과 이중 삼중 불꽃을 몸에 취감아 도는 춤을 이곳에서 처음 보게 되어 민도로 여행을 더욱 진하게 추억하게 해주었다.

숙소로 돌아와 방과 연결된 베란다로 나와 밤의 바다를 바라보니 그날따라 밤하늘 은하수가 장관을 이루고 있다. '아 그래 필리핀의 3가지가 아름다운 것 중 하나가 '밤하늘 별빛'이라더니 바로 이거구나'하고 혼자 몰래 감탄하였다. 필리핀의 나머지 두 가지 아름다운 것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다 물빛'이다. 필리핀 바다 물빛은 가까이서부터 흰색-연두색-녹색-청색-검정색으로 다섯가지 색깔을 지니고 있다. 또 하나 아름다운 것은 어린 아이 눈망울이 아름답다. 필리핀 어린아이들은 대체로 쌍꺼풀이 있고 동공이 큰데 그 '눈망울'이 아름답다. 어리고 순진무구한 표정이 담긴 눈을 보노라면 괜한 연민이 저절로 생긴다.

이 민도로 섬에는 필리핀의 3가지가 아름다운 것 모두를 지니고 있었다. 오염되지 않은 청청의 밤하늘의 별 빛, 동서남북 어딜 가나 다섯 가지 색깔의 바다 물 빛, 어딘가 모르게 측은히 여겨지는 어린아이의 눈망울은 필리핀을 찾는 대다수가 인정하는 아름다운 것 3가지 대명사로 속한다. 천국의 문턱에 갈 뻔한 이 민도로 여행길, 이곳저곳에서 저장되어 온 기억으로는 다시 한번 찾고픈 섬 중에 한 곳으로 지금도 남아있다.

글 : 등필(이윤주)
1989년 '현대시학' 등단시인 자유여행가 현 A.O.G 필리핀 비사야지역담당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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