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월 알파고 대 이세돌이 5차례 서울 포시즌스 호텔에서 진행했던 바둑경기가 한국 사회와 온세계를 뒤흔들어 놓았습니다. 그것은 곧 미래사회를 예측하는 하나의 상징적인 행사였기 때문입니다. 이제 바야흐로 세상은 제4차 산업혁명의 세계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부섬은 아직도 1765년 제임스 와트가 증기기관을 발명하면서 시작된 제1차 산업혁명의 시대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낙후된 지역이 많기에 제4차 산업혁명은 아주 먼 이야기인 듯한 세상 속에 살고 있습니다.
필리핀이라는 나라는 전체적으로는 정글 같은 원시사회와 21세기의 첨단과학의 모습을 함께 가지고 있는 재미있는 곳이지만 최근 이 나라 변화의 속도는 빨라지고 있습니다. 물론 우리 한인들은 이곳에서 소설 정글북에 나오는 타잔처럼 살고 있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알파고와 같은 첨단 제4차 산업혁명의 주인공으로 이 세부섬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도 아닙니다. 제3차 산업혁명의 세계에 머물고 있는 삶을 살고 있지를 않나 생각해 봅니다.
4차 산업
제가 세부섬에서 오래 살면서 보니 지금도 시골은 1차 산업의 세계를 그대로 유지하며 살아가고 있는 모습이 많습니다. 일단 농사를 짓는 곳을 가보면 아직도 모든 것을 인력에 의지해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손으로 벼를 심고 손으로 수확을 하고 말리고 탈곡만 기계로 하고 있는 모습을 많이 보았습니다.
그래서 현지인들에게 이야기를 해봅니다. 기계화를 해서 좀더 빨리 편하게 일을 하면 훨씬 효율적이고 편하게 농사를 지을 수 있지를 않겠냐고 물었더니 농사를 해서 남는 수익으로 기계를 사서 기계화화 하는 것보다 아직은 인건비가 싸기에 사람의 손으로 하는 것이 훨씬 저렴하다고 합니다.
그런 까닭에 어느 곳을 가던지 세부섬의 시골은 대부분 원시상태의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모습이 대부분입니다. 북쪽에 가면 대규모의 사탕수수를 재배하는데 몇몇 큰 공장만 제외하고는 아직도 사람의 손이 100% 사탕수수 농사에 필요합니다.
물론 막탄섬 주변의 어부들이나 보홀섬 주변의 어부들 그리고 반타얀섬 주변 그리고 세부섬 전체주변의 어부들도 보면 심지어 참치로 유명한 제네랄산토스의 참치잡이도 놀랍게도 기계없이 다 손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물론 오랜 경험에 의해서 잡아온 감각 때문에 기계보다 노련한 부분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2차 산업 혁명을 나타내는 1870년대의 노동을 분화하고 대량생산을 가져오는 혁명은 이 어부들과 농부들의 힘에 의해서는 이루어 낼수가 없는 듯 합니다. 물론 세부섬도 전체적으로 돌아다니다 보면 북쪽의 대형 설탕회사가 있고 남쪽으로는 시멘트 회사 그리고 탄광 또 금광, 또한 한국 전력의 석탄 발전소 등 2차 산업 기업들이 많이 있기는 한데 대부분은 외국기업들입니다.
하지만 세부의 모든 면이 1,2차 산업에 머물고 있지는 않습니다. 정보와 통신 그리고 금융 서비스가 강조가 되는 제3차 산업분야도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항공, 항만 그리고 관광 분야 발달이 수많은 관광객과 서비스산업을 활성화 시키며 세부섬을 이끌고 있습니다. 대체적으로 우리 한인들이 이러한 부문의 업종으로 사업을 하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4차 산업혁명이란 말은 올해 초 1월 20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 처음 언급된 개념입니다. 세계경제포럼은 전 세계 기업인, 정치인, 경제학자 등 전문가 2천여 명이 모여 세계가 당면한 과제의 해법을 논의하는 자리입니다. '과학기술' 분야가 주요 의제로 선택된 것은 포럼 창립 이래 최초였습니다. 세계경제포럼은 '제4차 산업혁명'을 "3차 산업혁명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과 바이오산업, 물리학 등의 경계를 융합하는 기술혁명"이라고 설명합니다. 즉 4차 산업혁명은 3차 산업혁명의 연장선입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우리가 살아왔고 일하고 있던 삶의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기술 혁명의 직전에 와 있다. 이 변화의 규모와 범위, 복잡성 등은 이전에 인류가 경험했던 것과는 전혀 다를 것이다." 클라우스슈밥 세계경제포험 회장이 '제4차 산업혁명'을 얘기하면서 한 말입니다. 이제 세상은 품질과가격경쟁력이 최우선의 가치였던 시대는 지났다고 합니다. 소비자의 요구를 보다 정확하게 파악하고, 이 요구를 즉각적으로 제품에 반영하는 기업이 시장을 선도해 나가는 세상이 왔습니다. 방대한 데이터를 조작하는 IT 기업들은 제품개발을 지휘하고 제조회사는 하청업체로 전락하는 시대도 현실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어쩌면 현대자동차가 구글의 하청업체로 전락하는 시대가 올지도 모르는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4차 산업혁명으로 촉발된 기술은 종전의 혁명과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빠르고 범위가 넓을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왜냐하면 4차 산업 혁명의 본질 자체가 '융합과 연결' 즉 어느 분야에 특정되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내는 것이기 때문이죠. 특히 4차 산업혁명으로 각국 산업은 '파괴적 기술'에 의해 대대적인 재편을 맞을 것입니다.
인공지능, 자율주행자동차, 유전공학 등 기존의 시스템을 붕괴시키고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어낼 정도의 위력을 가진 혁신이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습니다. 산업혁명은 승자와 패자를 명확히 구분한다는 것입니다. 1차 산업혁명은 영국을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만들었고, 2,3차 산업혁명은 미국을 세계 최강의 패권 국가로 변모시켰습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4차 산업혁명은 3차 산업혁명의 연장선입니다.
멕켄지 보고서에 따르면 '모바일 인터넷, 자동화, 사물인터넷, 무인차, 전지, 신소재 등 4차 혁명의 모든 부분에서 선진국들의 독점 현상이 지속될 것이며, 제조업이나 정보통신 기술 인프라가 부족한 신흥국들은 상당히 고전할 것이다'고 말했습니다. 4차 산업 혁명의 물결 속에서 한국은 정처 없이 표류 중입니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의 제조업과 정보통신 인프라가 갖춰져 있음에도 다가오는 4차 산업 혁명에서 도태돼있습니다. 여건은 마련돼 있지만, 이들을 '융합, 연결'시키지 못하고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에 필수불가결한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센서 등 핵심 기술과 기획설계 등 소프트파워는 선진국 대비 취약한 수준입니다. 스위스 금융그룹(UBS)에 따르면 4차 혁명 적응 순위에 한국은 25위입니다. 나라별 제조업 혁신도 독일은 83%, 한국은 36%입니다.
WEF는 2020년까지 향후 5년 동안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총 710만개 일자리가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반면 로봇을 비롯한 신규 기술이 새롭게 만들어낼 일자리는 200만개에 불과합니다. 결국 어림잡아도 500만개 이상의 일자리가 완전히 사라지게 된다는 것입니다. 특히 사라지는 일자리는 사무직 및 관리 직종에 집중돼 있을 것이라고 WEF가 전망합니다. 반면 컴퓨터, 수학, 건축, 엔지니어링 관련 분야 일자리는 상대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합니다. 4차 산업 혁명에 관련된 앞으로의 직장은 인공지능, 로봇공학, 사물인터넷(IoT)을 비롯해 자율주행차량, 3D프린팅, 나노기술, 바이오기술 같은 새로운 기술들과 접목하는 업종들이 될 것입니다. 이로 인해 생산, 경영, 산업 지배구조를 완전히 바꿔놓게 되는데 그 기반은 무선통신입니다. 아직 한국도 제4차 산업혁명 적응도가 세계적으로 25위라고 하는데 그야말로 세부섬은 아직 그 단어와 의미조차도 모르고 살아가는 따뜻하고 포근한 원시섬입니다. 그러나 전세계의 패러다임이 완전히 바뀌어가는 현실 속에서 우리 자녀들에게 컴퓨터와 수학 정도는 열심히 공부하게 하여 모든 것이 데이터를 중심으로 움직일 미래사회에 주변인이 아닌 주역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도록 기본 교육관을 심어줄 수 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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