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샘'] 신뢰회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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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모르는 두 사람이 6단계만 거치면 아는 사람이 된다'는 '케빈 베이컨 6단계 법칙(Six Degrees of Kevin Bacon)'이란 것이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MS)에서도 2006년 자사의 인터넷 메신저 사용자 1억 8천만명의 한달간의 대화 기록 300억건을 토대로 조사를 해보니 '전세계 사람들이 6.6명을 거치면 서로 연결되는 결과를 얻었다'고 케빈 베이컨 6단계 법칙을 지지했습니다.

저는 필리핀 세부에 들어와서 수년간 살아오면서 우리 교민사회가 참 좁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됩니다. 여기에 거주하는 우리교민은 세부영사관 통계 2만명이 넘는데, 엄청난 인원인거 같지만 사실 대화하다보면 한명만 건너면 대부분 다 알수 있는 아주 좁은 사회입니다. 그래서 누군가가 또 다른 누군가를 향해 부정적인 말을 하면 교민사회에 아주 신속하게 퍼지게 되는 것을 보게 됩니다. 그러게 소문이 퍼지면서 진실이 왜곡되기도 하고 여러 가지 오해들이 덧붙여지기도 합니다. 거기서 끝나지 않고 결국 그것은 소문의 최오 발언자와 당사자 간의 다툼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우리 교민사회의 신뢰에 금이 가 있어 한인들이 한인들을 믿지 못하는 가슴 아픈 상황이 반복되고 있기도 합니다.

그런데 최근 우리 조국 대한민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보면 국민과 정부, 사람과 사람 사이의 모든 신뢰는 이미 깨질 때로 깨저버려진 거 같아 어디서부터 어떻게 사회와 국가가 다시 재건되어져야 할지 막막하기만 합니다. 지난 2016년 9월 6일 경향신문 헤드라인 중에 "[무너진 사법 신뢰] 잇따른 판검사 비리... 썩어도 너무 썩었다"라는 것이었습니다. 가장 공정해야 할 부장판사가 뇌물을 받고 구속되었고, 대법원장은 대국민사과를 했습니다. 대통령부터 판검사 그리고 경찰, 국회의원, 대학총장과 같은 교육자 심지어 성직자까지 구약성경에 이사야 선지자가 말한 것처럼 "온 머리는 병들었고 온 마음은 피곤하였으며, 발바닥부터 머리까지 성한 곳이 없다...(이사야1:5,6절)"는 비유가 어울리는 상태인 것입니다.

미국과 캐나다 국경에는 높이 50m, 폭335m(미식축구 경기장 4개 길이)의 나이아가라 폭포가 있습니다. 그 폭포 아래로 쏟아지는 엄청난 양의 물과 폭포소리에 누구든 그 앞에서 압도당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1859년, 프랑스 출신의 곡예사 '샤를 블롱댕(Charles Blondin)'이 <뉴욕 타임즈>에 조그만 광고를 하나 냈습니다. 나이아가라 폭포 위에 밧줄을 설치하고 그 밧줄을 차고 미국에서 캐나다로, 캐나다에서 미국으로 건너겠다는 겁니다. 그 광고를 보고 수천 명의 관객들이 몰려왔습니다.

블롱댕은 18kg의 장대로 균형을 잡고 한발 한발 밧줄 위를 걸어 폭포를 건넜습니다. 맞은편에 블롱댕이 도착하자 관중들은 우레와 같은 박수와 황호성을 보냈습니다. 블롱댕은 계속해서 뒤로 걸어서 건너기, 안대를 하고 건너기, 심지어 외발 자전거를 타고 건너기 등을 성공적으로 마쳤습니다. 블롱댕의 줄타기 묘기가 점점 난이도가 높아갈수록 관중들의 박수와 환호성은 더 커져갔습니다.

그 때 블롱댕이 관중들을 향해 "여러분, 제가 사람을 업고 이 폭포를 건너 갈 수 있다고 믿습니까?" 묻자, 관중들은 하나같이 "네, 믿습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러자 블롱댕이 "그럼 내 등에 업혀서 나와 같이 이 폭포를 건너갈 사람 한 분만 나와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하자, 관중은 이내 침묵에 잠겼고, 블롱댕의 시선을 애써 외면했습니다. 그는 관중 가운데 서 있었던 '해리콜코드'라는 사람을 지목했고, 그를 업고 한발 한발 폭포를 건너는데 성공하게 됩니다. 콜코드는 블랭댕을 믿었습니다. 왜냐하면, 그는 블롱댕의 매니저였었다고 합니다. 서로를 향한 신뢰가 새로운 역사도 만들 수 있는 것입니다.

성경에 "한 사람이면 패하겠거니와 두 사람이면 맞설 수 있나니 세겹 줄은 쉽게 끊어지지 아니하느니라(전도서4:12)"하였습니다. 팀워크(Teamwork)라는 것은 함께 걸어가고 함께 일한다는 뜻입니다. 11명이 한 팀이 되어 뛰는 축구도 팀워크가 받쳐줘야 승리할 수 있는 것입니다. 우리사회에 가장 필요한 것이 서로를 신뢰하는 팀워크일 것입니다. 지금 우리 사회는 신뢰가 깨졌기 때문에 발전이 멈추고 후퇴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 신뢰를 회복할 때 가정도, 사회도, 우리 조국도 더 나은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것입니다. 바다 건너 먼 필리핀에서 우리조국 대한민국의 안녕을 기도합니다.

우리가 사는 세부 그리고 우리 사회가 신뢰를 회복하고 더 나은 세상으로 함께 나아갔으면 좋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우리가 있는 곳에서 신실한 사람이 되는 작은 노력부터 시작해야 하겠습니다.

이야기 '샘'은 세부교민들께 깊은 숲 맑은 옹달샘의 시원하고 청량한 샘물 한모금 같은 글을 전해드리고픈 바람을 담은 김제환(광명교회 담임목사)님이 집필해 주고 계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