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부에서 살고보니] 신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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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부에서 오래 살고보니 제일 어려운 부분이 인간관계이며 그 인간관계에 있어서의 핵심은 신뢰입니다. 세부섬에서 '저사람 신뢰할 만한 사람이야'라고 두루두루 인정을 받는 사람이 몇 명이나 있을까요? 물론 저 자신도 신뢰를 받지 못할 때가 많이 있었습니다. 현지인 세계에서도 '저 사람 믿을만 하다'하고 이제 신뢰가 생기기 시작할 때 보면 그때서부터 서서히 '돈과 연관되어 있었구나'라는 것을 알게 되며 실망하게 될 때가 많습니다.

재미있는 현상은 오히려 처음 볼 때 의심의 눈초리로 살펴보던 사람이 오래 만나며 나중에는 신뢰가 형성되고 나면 오랫동안 좋은 관계를 유지하게 되는 경우도 있고, 또 처음에 너무나 인상과 매너가 좋아 단박에 호감관계를 유지를 해오다 나중에 얼굴을 붉히고 갈라서는 경우도 있습니다. 특별히 남의 나라에 살면서 이 백성들에게 신뢰를 받으며 존경받는 사람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참 귀한 일이고 애국하는 길이라고 생각됩니다. 신뢰는 어떻게 형성되며 무슨 요소가 있는지 참 궁금하며 그런 신뢰를 이룬 한인들은 자랑스럽기만 합니다.

신뢰를 얻는 방법

세부섬에서 살고보면 이 사회는 갑과 을이 무척 분명하게 이루어졌따는 것을 잘 알 수가 있습니다. 그러하기에 모든 일은 갑(주인)이 시키는 일만 하게 되고 일하는 사람의 개인 역량이 없게 되어 무슨 일 생길 때 스스로 대처하질 못하고 매니저가 없으면 그 일은 처리를 하질 못합니다. 일례로 졸리비나 맥도날드를 가보면 혹 직원이 계산을 잘못 처리를 했을 경우 꼭 중간 매니저를 부릅니다. 백화점에 가도 마찬가지 입니다. 한국이나 미국에서는 볼 수 없는 장면입니다.

헌데 놀라운 경우가 있었씁니다. 이런 문화의 틀에서 한국의 신뢰의 문화 情의 문화를 실현한 회사도 있습니다. 모 한인생수 회사는 제가 물을 주문하는 것을 깜박 잊어도 제집에 물을 정기적으로 공급해주고 제가 없으면 현관에 영수증을 남겨놓고 다음번 배달때 수금을 갑니다. 동종 업계의 현지 생수회사인 Nature Spring은 절대로 생각도 못하는 부분입니다. 이 경우 한국오너와 직원과릐 신뢰가 기본적으로 잘 형성이 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어제는 아얄라의 삼성 서비스센터에 갔었습니다. 제 새 핸드폰의 마더보드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입니다. 헌데 전체적인 분위기는 세계적인 기업다운 세련됨이나 친절함 그리고 완벽함이 없습니다. 어딘가 허술하고 디스플레이에도 문제점들이 무척 많고 참 속상했습니다.

물론 Ayala Globe를 가본다든지 Ayala Apple을 가보면 놀랍도록 세련되었고 무척 직원 교육이 잘 되었고 엄청 친절합니다. 우리가 배워야 할 부분은 배워야 하고 현지에도 뛰어난 회사들이 많다는 것을 분명히 알아야 할 것입니다.

제록스 복사를 하는 한인업체를 가보면 직원과 사장과 무척 단단한 신뢰가 구축되어 있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언제가도 변함없는 철저한 직원들의 완벽주의와 친절 그리고 합리성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번도 업체 사장님을 매장에서 뵌 적은 없습니다. 직원들 스스로가 업체에 적합한 대고객 서비스의 시스템화 하고 있는 것 같아 놀랍기도 했습니다.

현재 세부에서도 한인들의 이민 역사가 조금씩 공동의 뿌리를 내려가고, 각자가 운영하는 사업들도 그 시간을 함께하며 연륜을 추적해 가다보니, 안정적으로 장수하는 사업체를 운영하시는 분들의 경우는 두말 할 것 없이 '직원들과 주인과 신뢰가 깊게 형성되었따'라는 사실입니다.

사업이 어려운 경우네는 대체적으로 주인과 종업원의 서로 신뢰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업이 잘되어 가다가도 직원들과 불신이 생기면 사업에 큰 타격을 받게 됩니다.

제가 도착한 93년쯤에는 세부직항 항공사가 필리핀 항공 밖에 없었는데 어느 한순간 분쟁이 생겨 장기파업이 시작되니 어느날 갑자기 그 틈 사이로 이름도 알려지지 않았떤 세부퍼시픽이란 저가항공사가 들어오더니 현재는 1위 자리가 뒤바뀌고 말았습니다.

누구나 살아가면서 제일 어렵다고 하는 부분은 신뢰입니다. 스티븐 M. R 코비는 '신뢰의 속도'(서울:김영사, 2009)라는 책에서 '신뢰는 모든 관계의 기초인 만큼, 신뢰 없이는 성공도 없다'라고 말합니다. 사람들 세계에서 또한 기업에서 제일 중요한 부분이 신뢰라고 합니다. 곧 신뢰만 되면 모든 일들이 빨라지고 신뢰속도는 해결속도와 동일하다고 합니다.

이 세부섬 사람들은 우리가 다 알다시피 겉은 우리와 똑 같은 아시아 사람이지만 속은 서양문화가 오랫동안 자리를 잡고 있는 또 다른 사회입니다.

그러하기에 우리가 가지고 있는 유교문화 곧 나이, 성별, 직급 등으로 이들을 움직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위험한 생각입니다. 겉으로는 갑과 을이 분명한 스페인식 엄한 문화가 표면적으로는 나타나있지만 그러나 또 다른 미국문화의 평등 그리고 친구같은 친근감(Intimacy) 그리고 개인주의가 자리를 잡고 있기에 한 개인을 강압적으로 할 수가 없는 문화입니다.

이 세부섬에서 어떻게 하면 신뢰를 쌓을 수가 있을까요?

첫째로는 성실해야(Integrity) 할 것입니다. 그러려면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할 것입니다. 저는 이 섬에서 그동안 현지인들과 한인들에게 소소한 돌을 빌려주었떤 적이 수 없이 많습니다. 현지인들은 '외국인 선교사이니까', '한국인들은 종교인이니까'라는 기대(?)로 저에게 수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하소연을 하곤 했습니다. 또 듣다보면 그 사연들이 안타깝고, '오죽하면...' 싶어, 차마 모른 척 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헌데 지금까지 돈을 갚은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그러나 현지인 목회자가 한번 갚아준 경우도 있긴 합니다. 50,000페소였었는데, 반가움을 넘어, 감격의 순간으로 기억됩니다.

이런 사회이다 보니 약속을 지켜준다면 그에 대한 신뢰는 엄청날 것입니다. 그리고 자신을 귀하게 여겨야 할 것입니다. 신뢰가 되는 사람은 돈과 권력과 상관없이 온화하고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들입니다. 또한 겸손한 사람입니다. 교만한 사람을 신뢰하기란 절대로 쉽지 않을 것입니다.

두 번째로는 의지(Intent)가 있는 사람입니다. 무엇을 분명히 해내려는 의지가 꼭 필요합니다. 신뢰는 어디에서 오는가 하면 그 사람의 불굴한 도전정신과 의지 그것이 나타나는 태도일 것입니다. 세부에서 성공한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의지가 무척 강한 사람들입니다. 수많은 태풍과 지진을 이겨낼 수 있는 사람들 일 것입니다. 지난번 태풍과 지잔에 많은 한인들이 무서워서 한국으로 철수하기도 했었습니다.

강한 의지에 자신만의 실력을 겸비해야 합니다. 그런 사람들의 특징은 1) 솔직한 대화(Talk Straight)가 가능한 사람들입니다. 2) 상대방을 존중(Respect)하는 사람입니다. 3) 투명하게(Create Transparency) 행동합니다. 4) 자신의 잘못을 즉시 인정하고 시정(right Wrongs)하는 사람입니다. 5) 성과를 나타내는(Deliver Results) 사람입니다. 6) 분명한 기대(Clarify Expectation)가 있는 사람입니다. 7) 먼저 경청(Listen First) 해주려고 하는 사람입니다. 8) 약속을 꼭 지키는(Keep Commitments) 사람입니다. 9) 먼저 신뢰해야(Extend Trust) 합니다. 그러나 살다보면 누구라도 많은 실수를 하고 오해를 합니다. 바로 그때 신뢰를 회복하려면 성급히 판단하면 안됩니다(Don't be too quick to judge). 늘 문제는 성급한 판단에서 나오게 됩니다.

새해 2017년 정유년은 '여명을 알리는 상서로운 해'라고 말합니다. 세부에서 삶이 신뢰가 한층 더 쌓여져 가고 정유년에는 저 새벽을 알리는 닭처럼 밝은 소식들이 넘쳐나는 한인들의 세계가 되어가기를 소망합니다.

필자는 23년 전 세부에 정착하여 현재 한사랑 교회 목사, 코헨대학교 세부분교 학장에 재임중이며 UC대학 HRM학과에서 강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