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부에서 살고보니] 새해의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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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부에서 오래 살고보니 매년 새해가 될 때 마다 비장한 각오로 새로운 한해에 대한 비전과 도전을 새겨봅니다. 그럼에도 벌써 1월도 중반 이상 달려왔습니다.

세부섬은 이번달도 시놀룩으로 인해 시끌벅적했고 밤새 "Pit Senyo"를 부르짖으며 아기예수가 세부에 도착함을 축하하는 축제를 보냈습니다.

세부아노 사람들이 새해를 맞이하는 삶의 자세는 우리 한인들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세계관에 있습니다. 한인들은 새해를 종교적인 마음으로 경건히 맞습니다. 그래서 어떤이들은 새해 첫 해돋이가 시작되는 곳을 찾아가 새해 축복을 간절히 기원합니다. 그러나 여기 원주민들은 새해 맞이를 무척 즐겁게 들떠서, 요란한 축제 분위기로 맞이하려합니다. 어찌보면 더 긍정적으로 살려고 노력하는 듯합니다. 그래서 새해는 늘 요란한고 특별히 시놀룩 축제도 거의 매년 열광적인 축제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우리 교민 중에는 최근 거의 2주간 이어진 비와 흐린 날씨로 기분마저 차분한 주간을 보내고 있다는 말을 종종 듣습니다. 하지만 이런 비와 무관하게 요란하고 들뜬 현지인들의 새해맞이, 축제를 대하는 태도는 밝고 또 밝습니다. 이런 문화의 갭들을 대할 때 '여기가 외국이다'라는 생각을 새삼 가지게 합니다.

어찌되었든 새해는 밝았고 2017년 정유년(丁酉年)은 '닭'의 해입니다. 전진기 국립민속박물관장은 "닭은 여명과 축귀를 상징하는 상서로운 새였다"며, 곧 "옛날 사람들은 닭이 우는 소리와 함께 새벽이 오고 어둠이 끝나며, 밤을 지배하던 마귀나 유령이 물러간다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새해에는 어둠이 물러가고 밝고 맑은 한해가 되어야겠습니다.

'열정과 패기로 극복'

그러나 현실적으로 2017년은 많은 사람들이 '혼돈의 시대', '불확실성의 시대'라고 합니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 그리고 한국은 탄핵정국으로 불투명한 내일입니다.

이럴 때 2017년 위클리비즈에서는 글로벌 경제, 경영 석학들에게 직접 추천받거나 외국 유명 경제 전문 매체의 추천 도서를 참고해 추천 빈도가 가장 높은 책 10권을 선정했습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제, 도미니크 바턴 맥킨지 회장, 2015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앵거스디턴 프린스턴대 교수, 리처드 프리드먼 하버드대 교수 그리고, 파이낸셜타임스, 워싱턴포스트, 포브스, 포천, 비즈니스 인사이더에서 추천을 받아 10권의 책을 소개했는데 그 중에 한 권이 바로 오늘 소개하려고 하는 'GRIT'(그릿 / 앤절라더크워스 저 / 비즈니스북스)이라는 책입니다.

이 책에서는 '평균보다 떨어지는 IQ, 특별할 것 없는 재능, 불우한 가정환경에도 놀라운 성공을 일궈낸 사람들은 어떻게 그 모든 불리함을 극복하고 최고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을까?'를 살펴보고 반면, 일류대를 나온 부모, 천재적인 재능 등 성공할 수 있는 모든 조건을 갗춘 것 같아 보이는 사람들이 그저 그런 성취에 머물고 마는 깓락은 무엇일까?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의 선구적인 심리학자인 저자 앤절라더크워스는 성공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필독서인 「그릿(Grit)」에서 성공의 비결은 재능이 아니라 그녀가 '그릿'이라고 부르는 열정과 끈기의 조합이라고 말합니다. '그릿'은 자신이 성취하고자 하는 목표를 끝까지 해내는 힘이자, 어려움, 역경, 슬럼프가 있더라도 그 목표를 향해 오랫동안 꾸준히 정진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오늘같이 불확실한 혼돈의 시대에서는 '그릿'이라는 책자가 현재 세부 교민들의 어려움들을 극복해 나아가게 도와줄 수 있는 귀한 길라잡이가 되어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심리학자 앤절라더크워스의 「그릿(Grit)」은 실패와 역경, 슬럼프를 극복하고 뛰어난 성취를 이룬 사람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성공의 결정적 요인'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제시합니다. 성공의 비밀을 과학적으로 증명함으로써 우리가 어떻게 우리 자신의 의지를 통해 목표를 이뤄낼 수 있을지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1940년 하버드는 '건강한 청년의 특징'을 알아냄으로써 '사람들이 보다 행복하고 성공적인 삶을 살도록 돕겠다'는 연구 목표를 구상하고, 하버드대학교 2학년생 130명에게 최대 5분 동안 러닝머신에서 뛰어보라고 요청했습니다. 그러나 러닝머신의 경사를 높였었고 속도를 최대로 설정해서 학생들은 보통 4분 밖에 버틸 수 없었습니다. 겨우 1분 30초를 버틴 이들도 있었습니다. 이 러닝머신 실험은 학생들이 신체적으로뿐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지치게 고안되었기 때문입니다. 연구자들은 학생들의 기준 체력보다 힘들게 러닝머신을 설정함으로써 '지구력과 의지력'을 측정해내고자 한 것입니다. 그로부터 수 십 년이 지난 후 조지 베일런트라는 정신과 의사가 러닝머신 실험에 참가했던 이들의 삶을 추적 조사했습니다. 이제 60대가 된 이들의 직업과 소득은 러닝머신 실험의 결과대로 학업성적보다 지구력과 의지력에 좌우되어 있음을 밝혀냈습니다. 결국 IQ가 아닌 'Grit'가 결정하고 있는 것입니다.

한국에서 초등학교 때 학습능력 장애를 의심받던 한 아이가 있었습니다. 구구단은 커녕 덧셈도 어려워했고, 6학년 땐 무작정 몇 주씩 등교를 거부했고, 중학교에 올라가선 "더는 공부 안하겠다"는 '폭탄선언'을 하기도 했었습니다. 성적은 290명 중 230등. 그러나 그로부터 5년 후 이 아이는 서울대 경영학과에 입학했습니다. 2013학년도 대입 수능에서 언어, 수리, 외국어를 포함한 다섯 과목 만점을 받은 김선유(19)양입니다. 김양의 뒤에는 '열혈 아빠' 김주환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49)가 있었습니다. 김 교수는 공부 못하는 딸을 위해 '공부 비법'을 연구해 딸에게 전수했습니다. 그런데 김 교수의 공부 비법엔 공부에 대한 내용이 없습니다.

'노력하면 지능이 성장한다는 믿음을 준다', '머리 좋다는 칭찬보다는 끈기를 칭찬한다', '자신을 되돌아보는 습관을 기른다', '점수가 아니라 계획을 완수하는 과정을 중시한다', '유산소운동과 매일 15분 이상 명상을 시킨다'는 등의 내용뿐입니다. 그는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제임스 헤크먼 교수의 논문을 인용하면서 "교과목을 학습하는 능력인 '인지능력'보다 인지능력을 뒷받침하는 '비인지능력'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딸은 이야기를 합니다. "나는 목표를 대학 합격이나 수능 만점에 두지 않았다. 이번 기회에 좀 더 나를 강하게 단련하자고 마음을 먹었다. 아빠는 '노력하면 변할 수 있다'는 걸 끊임없이 이야기 해줬다.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면 가슴이 뛰었다. 아빠는 만화책을 원하는 대로 전부 사주고, 게임 전용 컴퓨터도 마련해 마음껏 놀 수 있게 해주었다. 하지만 그것도 2~3주 정도였다. 한 달쯤 지나니 싫증이 났다. 아빠의 말은 '대학 못 가면 인생 망치는 거'란 학교의 세뇌로부터 날 지켜줬다."

김 교수는 "행복한 아이가 공부를 잘한다"며 "행복할 때 우리 뇌는 기능적 연결성이 강화되고, 문제풀이 능력도 향상되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G.R.I.T는 Growth mindset(능력성장의 믿음)과 Resilience(회복탄력성), Intrinsicmotivation(내재동기), Tenacity(끈기)의 준말입니다. 결국 성공하려면 머리가 아닌 끈기와 도전정신이 중요한 듯 합니다.

2017년 한해 세부에서의 우리 삶이 원주민들처럼 기쁘게 맞이하고 즐기며 도전하는 한해가 되었으면 합니다. 기쁘게 즐기는 것이 원주민들에게서 나온 것 이라면 도전은 한국문화에서 왔다고 봅니다.

그래서 세부섬의 한인들은 늘 기쁘면서도 도전적인 승리하는 정유년으로, 한 해 동안 어둠은 물러가고 좋은 소식들만 들려오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필자는 23년 전 세부에 정착하여 현재 한사랑 교회 목사, 코헨대학교 세부분교 학장에 재임중이며 UC대학 HRM학과에서 강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