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부에서 살고보니] 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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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부에서 오래 살고보니 저 스스로는 현지인들과 소통이 잘 되면서 살아왔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 이유를 그동안 잘 몰랐는데 최근 한국 사회에서 소통이 중요하면서 소통에 관한 여러가지 생각과 글들이 발표되기 시작하면서 제가 이 세부섬에 24년간 살면서 특별한 갈등 없이 원만한 관계를 이룰 수 있었던 소통의 비결을 곰곰이 찾아보았습니다.

그 비결은 바로 '이해'라고 생각됩니다. 소통의 핵심은 서로 상대방을 이해하려고 하는 노력인 듯 합니다. 얼마 전에도 한국에서 오신 손님께서 한동안 세부에 머무르셨습니다. 식사를 위해 음식을 만드는데 현지인 도우미에게 한국식 조리방법을 가르쳐 주려 애쓰셨습니다. 그런데 본인 생각대로 현지인이 빨리 소화를 못하고 일처리가 느리니, 무척 답답해하고 그 현지인을 바라보는 시각이 긍정적이기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옆에 있는 저는 현지인의 입장이 충분히 이해가 되고, 한국 손님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가 되기에 어느 쪽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느낌이나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왜냐면 한국인의 입장과 필리핀 사람의 입장을 다 이해할 수가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나 현지인들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그동안 없었다면 오늘까지 세부섬에서 살기가 원만하지는 않았겠고 또한 24년간을 지탱할 수가 없었을 것입니다.

오늘날 한국사회에 있어서 사회적인 이슈는 바로 소통이라는 단어입니다. 정치지도자와 국민과의 소통의 부재 그리고 직장생활에서 또한 가정에서의 소통의 단절이 오늘 우리 한국사회와 또한 이곳 한인들의 살아가는 불편함이라고 생각됩니다.


소통이란 무엇인가?

하버드대학교의 위간(A. E. Wiggan) 박사는 실패한 사람들을 조사했습니다. 그들은 살아가면서 직장, 가정, 사회생활 등 각 분야에서 왜 두드러지게 실패를 하는가? 그 결과 사람들이 전문적인 지식이 모자라 실패한 사람들은 전체에서 불과 15%밖에 안되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나머지 85%의 사람들은 모두다 인간 관계를 잘못했기 때문에 인생에 실패하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또한 미국의 카네기 재단에서는 5년간 사회적으로 성공했다는 사람 1만 명을 대상으로 '성공비결'이 무엇이었는지를 물었는데, 놀랍게도 위간 박사와 동일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즉 85%의 사람들이 인간관계를 잘했기 때문에 인생을 성공했다고 그렇게 결론이 나온 것이기 때문입니다.

마지막 미국 컬럼비아대학의 경영자 수업(MBA) 과정에서 유수기업 CEO들 즉, 사장들을 대상으로 '성공의 주요 요건'을 조사했는데 여기서도 85%의 사람들이 "원만한 인간관계 및 다른 사람과의 공감 능력"에 의해서 성공을 했다고 대답을 했습니다.

결국 행복한 삶을 누리기 위해서는 원만한 인간 관계가 매우 중요한 것입니다. 인간 관계라는 것은 결국 사람간의 소통이라고 생각됩니다. 어떻게 하면 좋은 인간관계를 가질 수 있을까? 그것은 어떻게 사람들과 소통을 잘 할 수가 있을까와 같은 것입니다.

저는 한국에서 살 때 제일 좋아하는 방송인이 이숙영 씨였습니다. 그분의 라디오 프로그램 '이숙영의 파워 FM'는 당시에 무척 영향력이 있는 방송이었는데 그가 집필한 <맛있는 대화법>이라는 책에서 대화의 요령을 잘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숙영 씨는 무엇보다도 "잘 드는 것이 최고의 대화"라고 그는 강조하고 있습니다. 또한 말을 잘하는 비결에 대해 "1,2,3의 법칙"을 강조합니다. 1,2,3의 법칙이란, 하나를 이야기 했으면, 둘은 듣고, 셋은 그렇다고 맞장구를 치라는 것입니다. 말은 하나만 하고 두 번은 듣고 세 번은 "옳지, 그렇지, 맞아" 그렇게 맞장구를 치라는 것입니다.

이분의 책에 소개하는 대화의 기술은 '경청, 긍정, 인정, 교감, 지혜, 웃음, 애교, 음성, 눈치, 매력, 자신감, 유머, 포용, 희생, 재치, 개성, 칭찬, 겸손, 솔직, 예의, 정곡, 애드리브, 유연, 교양, 촉촉함, 향기'라는 핵심단어로 풀어냅니다.

한국 사회에서 소통의 대명사로는 개그맨이자 MC인 유재석 씨를 들고 있습니다. 물론 우리가 알고 있듯이 유재석 씨의 대명사는 '겸손'입니다. 유재석 씨처럼 소통이 잘되는 분들은 나름대로 그분들의 철학이 있었습니다.

유재석 씨가 남긴 어록들은 그야말로 소통의 기본원칙이 되고 있는 듯 합니다. 여기 유재석씨의 소통의 9가지 법칙을 소개합니다.


1. '앞'에서 할 수 없는 말이라면, '뒤'에서도 하지 마라.
'앞에서 할 수 있는 말인가 아닌가'는 뒷담화인가 아닌가의 좋은 기준이다. 칭찬에 발리 달렸다면, 험담에는 날개가 달려있으니, 상대가 앞에 없더라도 허물은 덮어주고 칭찬은 자주하라.

2. '말'을 독점하면, '적'이 많아진다.
'굿토커'를 완성하는 걱은, 아이러니하게도 '굿리스너'가 되는 것이다. 말을 독점하는 사람은 타인을 배려할 줄 모르는 사람이다. 적게 말하고 많이 들어라. 들을수록 내 편이 많아진다.

3. 목소리의 '톤'이 높아질수록 '뜻'은 왜곡된다.
목소리가 큰 사람이 이긴다는 말은 옛말이다. 흥분하지 마라. 낮은 톤의 목소리가 힘이 있는 법이다.

4. '귀'를 훔치지 말고 '가슴'을 흔드는 말을 해라.
상대방의 귀를 솔깃하게 하는 말보다는, 상대에게 정말 필요하면서도 마음에 남는 말을 해라.

5. 내가 '하고' 싶어 하는 말보다, 상대받이 '듣고' 싶은 말을 해라.
상대방의 입장에서 말을 하자. 상대방이 답정너 같이 굴어도, 못 이기는 척 상대가 원하는 말을 해주자.

6. '뻔'한 이야기보다 '펀(Fun)'한 이야기를 해라.
자신이 하는 말에 스스로가 재미있어야 한다. '펀(fun)'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면 스스로 즐겨야 한다.

7. 말을 '혀'로만 하지 말고, '눈'과 '표정'으로 말해라.
비언어적 요소는 매우 중요하다. 사람에 대한 이미지는 언어적인 요소보다는 시각적인 요소에 의해 좌우된다.

8. 입술의 '30초'가 마음의 '30년'이 된다.
학교나 군대, 회사 등 여러 사람들이 관계를 맺는 조직에서 빚어지는 갈등의 가장 큰 원인은 '말'이다. 내가 뱉은 말 한마디가 누군가의 인생을 바꾸어 놓을 수 있다는 것을 항상 기억하라.

9. '혀'를 다스리는 것은 나지만, 내뱉어진 '말'은 나를 다스린다.
말은 항상 신중하게 하라. 당신이 뱉은 말은 곧 당신의 그릇과 인격을 나타낸다.


제가 소통에 대해서 아는 글들을 소개했지만 저도 지난 24년간 원주민들과 다 100% 성공적인 소통만 있었던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생각해 보았습니다. 왜 어느 사람과는 아직도 소통이 제대로 안되고 있는가?

그 원인은 대화의 기술에 있었기보다는 이해력의 부족이었다고 생각됩니다. 충분히 그분의 입장을 생각해보질 않았기 때문입니다.
저는 필리핀 사회의 힘은 바로 '소통의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분들은 늘 남의 이야기를 들어주려 하고 또한 웃음으로 공감을 표현하니 상대의 마음을 쉽게 열게 하는 비밀을 가지고 있는 듯합니다.

2017년 조국 대한민국에는 국민과 소통이 원활한 지도자가 나오고 또한 세부섬의 한인들에게도 서로 서로의 이야기를 경청해주는 아름다운 사람들이 사는 공동체를 이루어 내기를... 소망합니다.

필자는 23년 전 세부에 정착하여 현재 한사랑 교회 목사, 코헨대학교 세부분교 학장에 재임중이며 UC대학 HRM학과에서 강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