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샘'] 경계를 넘나드는 능력

경계를 넘나드는 능력.jpg

우리나라 분들에겐 명품가방으로 유명한 '프라다(Prada)'는 루이비통, 샤넬, 에르메스, 구찌 등과 함께 가장 유명한 이탈리아의 유명 명품 브랜드입니다.

1913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마리오 프라다와 마르티노 프라다 형제가 전통적인 가죽제품과 영국에서 수입한 가방을 판매하면서 시작된 작은 상점이었습니다. 그래서 이탈리아에서는 '프라텔리 프라다(Prada Brothers)'로 알려져 있습니다. 설립자인 마리오 프라다의 열정으로 이 가게는 20년만에 이탈리아에서 부유층의 단골상점이되었는데, 1,2차 세계대전과 함께 경제대공항이 닥치자 상점은 점점 운영이 힘들어졌고, 1958년 설립자인 마리오 프라다가죽고 딸들이 경영을 맡았지만 결국 1970년대에 회사는 파산 직전에 놓이게 됩니다.

망해가는 가업을 어떻게든 잊기 위해 그즈음에 손녀딸인 '미우치아 프라다(Miuccia Prada Bianchi, 1949~)가 프라다에 디자이너로 입사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녀는 정치학을 전공한 이탈리아 공산당원이었고, 여성의 권리를 위한 사회 운동가였지, 한 번도 제대로 디자인을 공부해 본 적이 없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녀는 다른 디자이너들이 쉽게 택하지 않거나 꺼려하는 원단이나 소재를 좋아했습니다. 고급스런 가방이라고 하면 흔히 최고급 천연 가죽을 떠올리게 되는데, 미우치아는 그런 최고급 소재보다는 가볍고 실용적인 소재를 좋아했습니다. 그래서 선택한 원단이 당시 낙하산이나 천막의 소재로 사용하던 방수천 포코노(Pocono) 원단이었습니다.

사람들은 '고급 가죽 가방을 앞세운 프라다가 이제 망할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명품 가방의 소재는 가죽이어야 한다는 오랜 세월 동안의 당연한 원칙을 깨고, 미우치아는 값싼 나일론 천으로 명품 가방을 만든 겁니다. 처음 그런 나일론 가방이 출시되고 사람들은 아무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몇 개월 뒤부터 깔끔하고 실용적인 나일론 가방은 곧 인기를 끌게 되면서 세계적으로 히트를 치게 되면서 망해가던 프라다를 회생시켜 오늘날의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가 되었던 겁니다.

미우치아는 한 번도 제대로 디자인을 공부해 본 적은 없었지만 할아버지에서 어머니로 이어져 왔던 패션에 대한 감각을 이어 받았던 것 같습니다. 거기에 디자인을 공부해 본적이 없었던 것이 오히려 그녀에게 장점이 되었던 겁니다. 만약 학교에서 배웠었더라면 [명품가방 = 천연고급가죽 소재] 이런 틀을 깰 수 없었을 겁니다.

그녀가 우리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경계를 잘 지키는 능력이 아니라, 경계를 넘나드는 능력이라는 것이다" 또한 "내가 뭘 좋아하는지 아는 것과 내가 좋아하는 것을 만드는 것은 매우 쉽다. 나는 일명 '좋은 취향'을 가지고 있지만 이것은 매우 지루하다. 그래서 나는 기본적으로 나쁘고 틀린 것을 가지고 작업해야만 한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지나치게 전통적인 것을 고수하려고 하고, 어떤 구분과 원칙만 강조하게 되면 그 이상의 것을 결코 경험할 수가 없는 겁니다.

성경에 보면 특별한 이야기 하나가 나옵니다. 어느 날 예수님의 제자들이 깊은 밤중에 배를 타고 갈릴리 바다를 가로질러 건너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큰 바람이 불어 파도가 심하게 일어나서 배가 뒤집어 지려고 했습니다. 제자들은 사력을 다해 노를 저어 4~5km를 더 나아갔지만 육지는 보이지 않고 희망이 보이지 않던 때였습니다. 그 때 바다 위로 예수님이 걸어오시는 겁니다. 제자들은 처음에 그 분이 유령인 줄 알고 모두가 공포와 두려움에 사로잡히게 됩니다. 그도 그럴 것이 깊은 밤중에 풍랑은 내리치고, 배는 뒤접어지려고 하는데 하얀 옷 입은 사람이 바다 위를 걸어온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두려워하고 있는 제자들에게 스승인 예수께서는 "내니 두려워 하지 말라" 말씀하시며 안심시켰습니다. 그때 제자 중에 베드로가 무슨 정신에서 그런 말을 했는지 "주여 만일 주님이시거든 나를 명하사 물 위로 오라 하소서"라고 말합니다. 예수님은 허락하셨고 베드로는 배 밖으로 발을 내밀고 물 위를 걷게 되었다는 내용이 성경에 나옵니다(마태복음14:22~32).

예수님의 제자 베드로는 '사람은 안전한 배 안에만 있어야만 한다'라는 그 원칙을 깨고 배 밖으로 발을 내밀었을 때, 그는 역사상 최초로 물 위를 걸은 전무후무한 인물이 되었던 겁니다.

저는 한국에서 20년간 교회의 사역자로 일했습니다. 필리핀에 오기 직전에 10년간 있었던 교회는 경기북부에서 가장 큰 대형교회였습니다. 저는 섬기던 교회의 담임 목사님을 어시스트하던 중간리더였고, 제게는 수백 명의 좋은 스텝들이 있었습니다. 교회의 조직이 워낙 탄탄했고 전문적인 훌륭한 교회 멤버들과 함께 일을 하다 보니 즐겁고 행복했습니다. 교회의 대내외적인 여러 가지 큰 프로젝트들을 진행했지만 몸은 좀 피곤했어도 그리 힘든 일은 아니었습니다. 많은 성도들이 잘 따라줬고, 교회와 성도들은 목회자의 생활에 어려움이 없도록 배려도 해 주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10년간을 하다보니깐 어느 순간부터 제가 매너리즘(Mannerism)에 빠져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그 교회는 제게 마치 안전한 배와 같았습니다. 그곳에만 있으면 제 인생에는 아무 문제가 없을 거 같았습니다. 때문에 그 이상의 더 과감한 도전과 같은 것은 생각하지 않고, 매일 반복되는 일상의 삶을 그렇게 살아가고 있었던 겁니다. 그 때 제 마음 속에 들려온 메시지가 "너의 안전한 배 밖으로 발을 내밀라"는 거였습니다.

그것이 제가 필리핀 세부에서 한인교회 개척사역을 시작하게 된 동기가 된 것입니다. 분명 안전한 배 안에 있었을 때보다 여러 가지로 어려운 일들도 있고, 책임도 따르기도 하지만 후회는 없습니다. 아니, 언젠가 나의 자녀들에게 해 줄 말이 있어 감사합니다. 아빠는 안전한 배 안에 있지 않고 믿음으로 배 밖으로 발을 내밀었다고...

경계를 지키는 능력보다 경계를 넘나드는 능력을 사모하십시오. 그 능력은 2017년 내 인생의 한계를 넘어가게 할 것입니다.

이야기 '샘'은 세부교민들께 깊은 숲 맑은 옹달샘의 시원하고 청량한 샘물 한모금 같은 글을 전해드리고픈 바람을 담은 김제환(광명교회 담임목사)님이 집필해 주고 계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