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부에서 살고보니] 감사하는 삶

감사하는 삶.jpg 세부 섬에 오래 살고보니 내가 어떻게 이곳에서 24년이나 살아올 수 있었는가를 돌이켜보면 그것은 어려웠던 시간과 순간 속에서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고 보니 그 어려움이 후에는 오히려 나에게 축복으로 바뀌게 되는 법을 배우게 되어 몇 번의 고비를 잘 극복할 수 있게 되었고 물론 오늘도 어려운 순간 때마다 감사하는 삶의 태도로 이겨내보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세부라는 낯선 섬에 도착해서 이 원주민들에게 배운 첫 번째 말은 "쌀라맛"(감사합니다)라는 말입니다. 원주민들에게 날마다 듣는 이 말이 오랜 세월 속에 나의 삶에도 그대로 녹아서 매순간 감사하는 삶을 살아보려고 노력하는 세부 섬의 인생을 살고 있습니다.

감사란 무엇인가?

감사란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고마워하는 특성이나 상태, 호의에 보답하려는 의도"라고 나타납니다. 영어단어에 감사를 뜻하는 'gratitude'는 호의를 뜻하는 라틴어 'gratia'와 '기쁘게함'을 뜻하는 'graus'에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여기에서 나오는 파생어들은 친절, 관대함, 선물, 주기와 받기의 아름다움, 아무 대가 없이 무엇인가를 얻는 것 등과 의미가 연결되어 있습니다. 결국 감사는 기쁨을 주고 기분을 좋게 만듭니다. 감사를 느낄 때 사람들은 그 행복을 다른 사람과 나누고 싶은 마음이 생깁니다. 그런데 감사라고 하는 것이 결국 외부에서오는 것이 아니라 내 자신의 내면에서 오는 것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 데는 오랜 시간과 아픔의 과정을 거치게 되지만 인생의 과정에서 늘 최종 결론은 감사로 종결되어야 하고 또한 인생의 시작도 감사에서 시작되는 것입니다.

감사에는 3가지 법칙이 있다고 합니다.

첫째, '거울의 법칙' 곧 감사란 결국 나를 향해서 감사를 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내가 감사하면 거울속의 내 자신을 인정하게 되는 것이고 내 삶이 긍정의 모습으로 감사하는 삶으로 바뀌게 된다는 것입니다. 거울은 있는 모습 그대로를 투영하기에 내가 감사하는 태도를 가진다면 내 삶은 감사의 모습으로 바뀌게 될 것입니다.

처음 세부 섬에 도착했을 때 당시 저 말고도 세부 섬에는 다른 한인들도 있었는데 세부섬을 부정적으로 대하시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날씨에 대해서, 환경에 대해서, 현지인들의 태도에 대해서 이런 저런 불평을 하는 한인들을 많이들 볼 수가 있었습니다. 저 역시 세부 섬에 도착했을 때 너무나 이질적이고 불편한 부분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해 보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첫째로 힘들었던 것은 날씨였습니다. 저는 체질적으로 더위를 싫어하는데 그부분은 아무리 노력을 해도 바꿀 수 없는 힘든 환경이었습니다. 제 직업이 선교사이었기에 늘 가난하고 힘든 지역을 다니다보니 그 지역들은 모두 엄청나게 더운 지역들이었기에 너무 너무 힘든 나날들이었습니다. 그때 결정을 내린 것은 그 무더위를 잘 견뎌내는 현지인들에 대한 존경심과 환경을 탓하지 말고 더위를 적응하며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더위를 못견뎌하던 제 모습도 이제 20년이 넘다보니 이제 현지인이 다되어서 저녁에는 추워서 꼭 이불을 덥고 또 한 전기장판도 켜고 잠을 자는 제 모습을 보노라면 더위에 대해 감사를 하면 '필리핀 더위가 나에게 축복으로 다가왔다'라는 사실입니다.

둘째, '자석의 법칙' 내가 감사하는 삶을 살면 살수록 더 감사할 일들이 나에게 다가온다는 사실입니다. 곧 감사하는 사람들은 꼭 감사하는 사람들을 좋아하게 된다는 사실입니다. 세부 섬을 좋아하게 되면 내 주변에 좋아하는 사람들로 북적이게 되고 내가 필리핀 사람들을 싫어하면 주변에 늘 부정적인 사람들로 많아지게 됩니다. 저도 세부 섬에 살고 보니 언젠가 저도 모르게 세부 섬에 대해 부정적으로 말하는 사람들이 있으면 멀어지게 됩니다. 초기 세부 섬이 개발이 되기 전 대다수 사람들이 부정적인 부분을 이야기 할때 그래도 긍정적인 부분을 찾고 긍정적으로 감사하며 살기 시작할 때 어느 날 나도 모르게 감사해야 할 부분들이 너무나 많아져 있는 제 모습을 보게 됩니다. 아마도 세부 섬을 좋아하고 감사하며 살고 보니 그 대가가 세부대학교에서 젊은이들을 가르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질 않았나 생각해 봅니다.

섯째, '씨앗의 법칙' 씨앗이 성장하려면 오랫동안 물을 공급하고 좋은 영양분이 늘 제공이 되어 훌륭한 열매가 자라나는 것처럼 내가 감사하며 사는 삶을 살고 있다면 나도 모르게 주변에서 내가 자라도록 늘 좋은 영양분을 공급하여 훌륭한 열매를 맺게 합니다. 세부 섬에 대한 비전과 희망을 가지고 하루 하루를 살아오다 보니 어느날 갑자기 세부 섬이 너무 유명한 섬으로 변해져 있었습니다.

물론 제 자신도 별볼일 없었고 초라한 모습으로 오랫동안 이 섬에서 살아왔지만 그러나 세부 섬을 사랑하고 이 섬으로 오게 된 것을 늘 감사하며 살아가다 보니 이제는 이곳은 국제적인 곳으로 변해가고 있고 모든 사람들이 꼭 와보고 싶어하는 아름다운 섬이 되어 있습니다.

물론 세부 섬은 언제나 변하질 않았었고 그대로 있었지만 변한 것은 제 스스로의 모습이었던 것이었습니다. 점점 더 모든 것을 긍정의 눈으로 볼 수 있게 되었고 또한 감사의 시각으로 살게 되니 그 감사의 씨앗이 날마다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감사에 대한 시로 제일 좋아하는 이해인 수녀님의 詩를 소개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예찬 (이해인 수녀)

감사만이 꽃길입니다. 누구도 다치지 않고 걸어가는 향기 나는 길입니다.
감사만이 보석입니다. 슬프고 힘들 때도 감사할 수 있으면
삶은 어느 순간보석으로 빛납니다.
감사만이기도입니다. 기도 한 줄 외우지 못해도
그저 고맙다 고맙다 되풀이하다 보면 어느날 삶 자체가
기도의 강으로 흘러 가만히 눈물 흘리는 자신을 보며 감동하게 됩니다.


그동안 세부 섬에서 오랫동안 살아오면서 많은 어려운 순간들이 있었습니다. 막내아들이 태어나자 패혈증과 폐렴이 겹쳐 사경을 헤매던 상황 또한 폭력을 휘두르는 무리들에게 3시간 감금당해 린치를 당했던 악몽같은 시간 또한 아들이 친구들과 술먹고 건물을 훼손해 Mabolo 경찰서 구치소에 구금되었던 암담한 기억 그리고 물질적으로 너무나 어려웠던 시절들...

그때마다 현지인들의 인사말처럼 '쌀라맛'으로 하루하루를 이겨내다 보니 이제 세부 섬에서의 삶은 축복의 섬이요. 나의 제2의 고향이요. 볼품없던 내 자신을 세워주고 내 삶을 감사하게 되는 소중한 나날을 주고 있습니다. 오늘 세부에서 이런 저런 모양으로 어려움이 있으시다면 감사로 그 모든 어려움들을 하나하나 이겨내 가시기를 바랍니다.

필자는 23년 전 세부에 정착하여 현재 한사랑 교회 목사, 코헨대학교 세부분교 학장에 재임중이며 UC대학 HRM학과에서 강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