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부 섬에 오래 살고보니 이 섬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심리를 조금씩 알아가면서 필리핀 사람들의 내면의 세계를 조금씩 이해하게 되며 조금씩 제 자신도 이 사람들의 문화속에 동화되며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지난 24년간 수없이 반복적으로 들어온 말은 '피노이'라는 말입니다. 전체적으로는 피노이고 이 섬에 살고보니 비슷한 말로는 '비사야'가 있고 영어로는 'Local'입니다. 이 말속에는 긍정적인 요소보다는 부정적이며 자기비하 그리고 자신들의 한계를 표현하고 있음을 많이 발견합니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특별히 젊은층에서는 이 '피노이'라는 말이 결코 부정적으로 표현되질 않고 'Proud'(자부심)의 하나로 나타내는 단어로 이해되고도 있습니다. 도대체 '피노이'란 단어는 어떤 의미이고 또한 진정 필리핀 사람들은 누구일까요?
필리피노란?
얼마 전 제가 사무실을 이전하면서 사용하였던 집기들을 현지인들에게도 기증했는데 마침 사무실 주인이 제 물건에 관심이 있는 중국인을 소개하면서 그 사람은 중국 사람이지만 이제는 '피노이'가 다 되었다고 그냥 필리핀 사람이라고 생각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여기에서의 말하고자 하는 '피노이'라는 의미는 부정저인 표현이었습니다. 민족 우월주의가 강한 중국계 사람들이 늘 가지고 있는 대국주의 사상에서 나온 말이고 현지인들은 미개하다 라는 기본 인식에서 나온 것입니다. 여기에서 말하고자 하는 '피노이'는 당연히 '필리피노'의 준말이고 그 말은 '필리핀 사람'이라고 하는 스페인어에서 나온 표현입니다. 그런데 스페인 말 '필리피노'에서 '피노이'로 줄여서 표현하기 시작한 것은 미국 식민지하에 곧 1926년 'Filipino American Historiam Dawn Mabalon'에 처음으로 공식문서에 표현되었는데 당시의 표현은 미국에 살고있는 필리핀 사람들의 우수성을 소개하면서 'Pinoy', 'Pinay'라는 표현을 처음 썼습니다. 또 1930에는 마닐라에서 출판하는 'Khaki and Red' 잡지에서 'Kapatiran'(인트라무로스의 건달) 곧 필리핀 사람들을 괴롭히는 미군들에게서 'Protect Pinoys', '피노이'를 보호하는 단체를 소개했었습니다. 초기에 표현된 '피노이'는 민족적인 표현이었다고 말할 수가 있다고 봅니다.
그러다 오랜 식민지 생활과 특별히 독재정권 '마르크스'의 20년을 겪게 되면서 정부에 대한 불신 그리고 필리핀에 대한 국가신용도가 내려가면서 '피노이'는 부정적인 언어로 바뀌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여기에는 식민주의의 영향이 결정적으로 컸다고도 볼 수가 있습니다. 우리 조국 대한민국도 일본의 식민지 그리고 중국의 영향권에 오랫동안 시달리면서 우리 스스로 가지고 있었던 조상들의 위대성과 과거 고조선에 대한 기억과 백제에 대한 인식이 일본과 중국이 우리 역사를 왜곡한 그대로 우리의 과거를 신화화하고 또 폄하하는 사고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과 비슷합니다. 서구는 오랫동안 동양을 정복하면서 우리도 모르게 '오리엔탈이즘'(동양)을 많이 심어주었습니다. 우리의 세계지도를 기준으로는 아시아가 중앙이고 미국은 동양입니다. 그렇지만 서구인들은 아시아 사람들을 미개인으로 취급했고 자신들이 역사의 주인이라고 늘 생각했고 아시아에게 주입을 하였습니다. 일단 필리핀이라는 나라의 정체성과 그 나라 이름 자체도 서구가 붙여준 이름입니다. 마젤란이 세부에 도착한 것은 1521년이었고 그후 마젤란이 막탄섬에서 라푸라푸와의 전투에서 사망한 후에는 1543년에 탐험가 Ruy Lopez de Villalobos가 당시 스페인왕 필립 2세를 기념하여 이름을 'Las Islas Filipinas'라고 붙였습니다. 그후 스페인은 1565년 멕시코에서 Miguel Lopez de Legazpi 장군을 불러 본격적으로 필리핀을 식민지화하려 세부의 산페드로 성을 세우고 식민의 역사를 시작했습니다. 스페인 사람들은 지배기간 동안 스페인 출생으로 스페인에서 도착한지 얼마 안되는 이들은 에스파뇰이나 스파냘드라 불리웠으며 필리핀에서 장기간동안 체류한 이들은 필리피노스페닌슐라스, 필리핀 태생과 스페인계 2세들은 필리피노스인슐라스라불렀습니다. 필리핀 어머니와 스페인계 아버지 사이에서 출생한 자녀는 메스티소라 불렀습니다. 이에 눌려있는 필리핀 사람들은 19세기경 호세 리잘고 ㅏ말셀로 델 필랄을 주축으로 민족주의 운동을 일으키며 이들 자신과 필리핀 국민들을 Filipino(필리피노)라고 불렀고 '필리피노'의 단합을 외쳤습니다. 이때 사용한 '필리피노'는 자존심의 언어였습니다. 1896년도 10월 31일, 필리피노라는 단어는 필리핀에서 거주하는 모든 주민들에게서 통용되기 시작했습니다. 에밀리오 아귀날도는 "우리 필리피노 국민의 자유, 평등, 우애를 위해!"라는 슬로건 아래 필리핀 독립혁명운동을 시작했습니다. '필리피노'란 서구 스페인과 다른 그들만의 문화와 역사를 가지고 있는 독립된 민족이라는 표현인 것입니다. 그러나 스페인은 로만 카톨릭을 통해 필리핀 사람들을 권위에 순종하게끔 종교를 통해 필리피노의 영혼과 가슴속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바티칸에서 보낸 신부들은 필리피노의 심장에 G - gratitude : 신에게 감사에 보답할 줄 알고, O - obedience : 신에게 순종하며, L - loyalty : 신에게 절대 충성하며, D - discipline : 신을 통해 수양과 극기정신을 기를 것을 가르치고자 했지만 다른면에서는 여기에서 신(하나님)은 곧 국가 스페인 통치라고도 할 수가 있었습니다.
저는 필리핀에 살고 보니 이 백성들의 심성과 문화 안에는 큰 뿌리가 3개가 있는데 그 것은 천주교, 스페인, 미국의 영향력이라는 것입니다. 전 국민의 80%가 천주교이다 보니 그 영향력은 엄청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식민문화의 스페인과 미국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요소가 아시아에서 제일먼저 서구화된 나라가 되고 잘 사는 나라가 될때는 '필리피노'는 민족적인 언어요 자긍심의 언어였는데 독재와 부정부패를 겪으면서는 '필리피노' 혹은 '피노이'라는 단어는 자기비하의 단어의 대명사가 되었습니다.
필리핀은 부정부패가 심합니다.
일례로 작년 10월 앙헬레스에서 경찰에 납치되 살해된 '지익주'씨 사건을 보면 도저히 한국인의 상식으로는 이해가 되질 않는 사건입니다. 경찰간부들이 연루된 더군다나 경찰청 주차장에서 목졸라 살해하는 살인사건을 어떻게 우리는 받아 들일수가 있을지 참 받아들이기 힘든 필리핀 사람들입니다. 바로 이런 부분들은 '피노이'를 정의할 때 부정적인 모습이고 그 뿌리는 식민지문화에서 나왔다고 저는 해석합니다. 스스로를 부정하고 외부에 의존하면서 살아가는 문화가 사회곳곳에 단단히 뿌리를 내릭 ㅗ있습니다. 이런 부분이 얼마전 중국계 건물 주인이 말하는 '피노이'라고 표현한 의미를 나타냅니다.
이 나라 사람들은 스스로를 부정하고 외부 곧 외국에 의존하게 되는 문화가 강하게 자리를 잡고 있지만 그러나 21세기를 들어서면서 필리핀에는 경제가 근 7~8% 성장하고 있으며 또한 문화 체육 분야에서 '레아살롱가'(미스 사이공) 그리고 '마니 파퀴아오'(세계 최초 8계급 챔피언 복서) 또 '체리'(가수) 마지막 최근에는 'Jessica Sanchez'(가수) 물론 수많은 미스월드, 미스유니버스, 미스인터네셔날 등을 배출하다 보니 '피노이'는 더 이상 미족주의와 자기비하적인 표현이 아닌 '자랑스러움'의 표현이 되고 있습니다. 이들이 잘 부르고 표현하는 'PinoyAko', 'PinoyTayo'가 대표적입니다.
이제 우리 한인들도 서서히 '피노이'란 단어가 자긍심의 단어가 되고 있는 현재 그리고 곧 한국과 비슷하게 성장되라라 예측하는 필리핀 경제지수를 바라보며 이 백성들을 인정하고 또한 존경해 나가는 패라다임의 쉬프트가 오늘부터 이루어져 나아가야 하는 현실이 곧 다가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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