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부에서 살고보니] 데이비드 림 사건으로 바라본 ,일탈

일탈.jpg 세부 섬에 오래 살고 보니 이 섬이 아주 작고 작은 섬이라는 것을 조금씩 느끼기 시작합니다. 제가 맨 처음 일을 시작한 곳은 올랑고라는 아주 작은 섬이었기에 그 섬사람들의 관점으로 바라본다면 막탄 섬은 무척 큰 섬입니다. 또한 저희가 막탄 섬에서 살 때는 세부 본토섬은 무척 큰 섬입니다. 바로 옆에 있지만 현실적으로 세부 본토를 한번 다녀오기가 쉽지가 않습니다. 그래서 막탄 섬 사람이 되어가기도 했었습니다. 그러나 정작 세부라는 대도시에 살고 보면 오히려 세부 자체가 아주 작은 섬이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그때 사람들은 제한된 장소에서 늘 반복적인 생활을 하다 보니 일탈이라는 것을 꿈꾸어보고 또 정상에서 조금 벗어난 섬 생활에 빠져들 수가 있습니다.

아노미 이론

요즘 세부 섬의 주요 탑뉴스는 단연 데이비드 림(David Lim) 청년의 총격사건입니다. 사건의 전말은 지난 3월 19일 일요일 새벽 3시쯤에 제가 살고 있는 마을 깜풋하오의 F. Sotto St.에서 두 대의 차량이 앞뒤로 서있는데(앞 차량은 벤츠이고 뒷 차량은 도요타 알티스) 벤츠가 신호등에서 움직이질 않으니 뒤에 섰던 차량이 경적을 울렸는데 앞 차량이 이에 격분해 화를 내려고 차에서 내려보니 상대가 덩치 있는 운전자였습니다. 그는 다시 차에 가서 총을 가져와 뒷 차량 운전자의 다리에 4발의 사격을 가한 사건입니다. 당시 벤츠에 타고 있던 사람이 다름 아닌 28살의 데이비드 림이고 도요타에 타고 있던 사람은 현직 남자 간호사인 33살의 에프림 누냘이라는 사람입니다.

다행히 당시에 이 장면이 비디오로 촬영되어 명백한 증거가 남게 되었고 인터넷을 통해 영상이 올려져 있습니다. 데이비드 림은 세부의 거물 사업가인 피터 림(두테르테 대통령이 세부 마약공급책으로 언론에 크게 공개한 인물)의 조카입니다. 그리고 법대를 졸업해서 변호사 고시를 치렀고 현재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이 사건이 발생했을 때 현지인들과 언론의 최대관심은 과연 이 금수저의 청년의 재판과 또한 구치소에서의 생활에 특별한 VIP 대접과 보호를 받는 특혜를 받을 것인가? 아니면 법이 돈과 권력 앞에 평등 할까? 최고의 관심사항으로 세부 데일리뉴스에는 연일 크게 보도를 하였고 제가 가르치는 학생들도 이 사건에 대해서 아주 관심있게 보고 있었습니다. 특별히 현직 세부시장인 토마스 오스메냐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나는 이 사건에 관심이 만고 특별히 부자라고 해서 특별한 대우를 하지 못하게 할 것이다. 그리고 누냘(피해자)은 세부의 영웅이다. 그러하기에 그에 관한 치료비용은 우리 시에서 다 지불할 것이다. 우리는 피해자의 편에 설 것이며 도울 것이다'라고 의견을 피력했습니다.

또한 C3ebu City Police Office(CCPO) 세부 경찰서장 Joel Doria도 언론에 따갈로그로 멋진 말을 남겼습니다. "Sa atinwalangmahirap o mayaman. Lahat ay parehs.(For us there is no rich or poor detainee. All of them are equal.)" (우리 경찰 구치소엔 부자나 가난한 사람이나 다 똑 같은 대접을 받는다)

그는 이렇게 자신있게 공언을 했습니다. 그리고 신문을 보니 세부경찰서 내부 구치소에 어설픈 시설과 그 안에 더러운 화장실에 대이비드 림이 수감되어 있고 기자들이 찾아오자 화장실 옆에 숨어있는 모습이 사진으로 공개가 되었습니다. 아마도 이 장면이 가난한 세부아노 백성들에게는 큰 위로가 되었나 봅니다.

그럼에도 지난 24일 데이비드 림은 144,000페소를 보석금으로 내고 풀려 나왔습니다. 물론 합법적으로 나왔지만 언론은 또한 데이비드 림의 경찰서 구치소에서 나오는 모습을 헤드라인 기사로 보여주었습니다. 물론 앞으로 재판절차는 남아있습니다. 세부 섬에서는 가끔씩 부자집 자녀들이 이 작은 세부 섬에서 돈으로만 해결할 수 없는 제한된 삶을 벗어나고자 이런 일탈의 행동을 보일 때가 가끔 있고 물론 우리 한인들 그리고 유학하러 온 학생들도 크고 작은 일탈 행동을 하곤 합니다.

아노미 이론이 있습니다. 아노미의 어원은 무법, 무질서의 상태, 신의나 법의 무시를 뜻하는 그리스어 아노미아(anomia)에서 왔습니다. 중세 이후 사용되지 않다가, 뒤르켐이 <사회분업론>(1893)과 <자살론>(1897)을 통하여 근대사회학에서 이 단어가 다시 사용되었습니다. 뒤르켐은 이 말을 일정한 사회에 있어서, 구성원의 행위를 규제하는 공통의 가치나 도덕적 규범이 상실된 혼돈상태를 나타내는 개념으로 사용했습니다. 뒤르켐이 말하는 아노미 이론은 이렇습니다. 사회가 급격히 변동하였을 때 그에 대한 대응 규범이 나타나지 않으면, 사람들은 혼란을 겪게 되고, 이런 '무규범 상태'가 지속됨으로서 일탈일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네이버에서 일탈이라는 단어를 찾아보면

1) 정하여진 영역 또는 본디의 목적이나 길, 사상, 규범, 조직 따위로부터 빠져 벗어남. 예로 "샘말에 들르지 않고 강릉골에서 묵었다는 것은 처음 해 본 엉뚱한 일탈이었다". 출처:박완서, 미망에서
2) 사회적인 규범으로부터 벗어나는 일. 청소년 비행, 약물 남용, 성적 탈선 따위.

뒤르켐에 의하면, 사회적 분어븨 발달은 사회의 유기적 연대를 강화하지만, 이상상태에 있어서는 사회의 전체적 의존관계가 교란되어, 무규제・무통제의 분업이 사회적 아노미 상황의 원인이 된다고 합니다. 뒤르켐 이후에도 아노미의 개념은 현대 사회학에서 사회해체 현상을 분석・기술하는 유효한 개념으로서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러하기에 세부 섬에서는 이런 섬 생활의 무료함을 치료하기 위해 방학을 2달간(4월, 5월)을 주고 학교에서는 그 기간동안 섬머 스쿨을 열어 다양한 취미활동을 하게끔 합니다. 또 대학교에서도 보면 학생들이 이때쯤 학기말고사가 끝나면 학생들은 상당수 바닷가로 여행을 떠나고 물론 형편이 되는 아이들은 해외로 나가는 학생들도 있습니다. 제가 가르치는 학생들도 대부분 그룹을 지어 벌써 여행을 떠나있습니다. 헌데 문제는 한국학생들 안에는 공부에도 적극적이질 않고 방학 때 노는 데에도 적극적이질 않는 학생들이 적지 않다는 것 입니다. 그런 학생들은 건전한 일탈을 겪어보지 못하니 정상적인 매일을 정신적으로 일탈의 생활을 하곤 합니다. 물론 우리 교민들의 삶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떻게 이 작은 섬 생활의 무료함을 의미있는 삶으로 바꾸어 나갈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적은 분들은 섬 생활에 별 활력이 없을 것입니다.

전에 한인회에서 봉사를 하고 있을 때 당시 사업적으로 성공하신 분께서 저에게 이런 말씀을 하십니다. "세부는 너무 작은 섬이에요. 특별히 재미있는 일도 없고 무척 지루한 섬이죠"라고 저에게 말씀하시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돈은 충분히 벌어놓았는데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는 것입니다. 물론 이 분은 놀음이나 밤문화 그리고 술에 전혀 거리가 먼 분이셨습니다. 이럴 때 중국부자들은 건전한 일탈을 봉사와 보람에서 찾습니다. 학교를 세우거나 공공시설과 기관을 돕거나 봉사활동을 통해서 삶의 의미를 찾고 밝고 아름다운 섬 생활을 지내고자 노력합니다. 작은 섬은 깨끗하고 친절하며 모든 사람들이 웃고 행복하게 지내는 아름다운 동산을 만들어 가려고 노력하는 모습들이 섬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기쁨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그렇게 마지막까지 깨끗하고 향기나는 미소의 삶을 유지하며 끝을 정리하는 모습을 꿈꾸며 살아갑니다.

필자는 23년 전 세부에 정착하여 현재 한사랑 교회 목사, 코헨대학교 세부분교 학장에 재임중이며 UC대학 HRM학과에서 강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