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경제 매거진 포브스에서 2017년 세계최고부자 순위를 얼마 전에 발표했는데, 마이크로 소프트의 '빌 게이트(Bill Gates)'가 860억불(96조원)으로 1위, 버크셔 해서웨이의 '워런 버핏(Warren Buffett)'이 760억불(약 84조원)으로 2위를 차지했습니다. 이 분들이야 워낙 오랫동안 자주 1위, 2위에 랭크되어 있어서 사실은 그리 놀랍지도 않습니다.
그런데 3위가 누군지 아세요? '제프리 프레스턴 베조스(Jeffrey Preston Bezos) 1964~)'라는 아직 50대 초반의 젊은 분입니다. 이 분이 누군지 아시겠어요? 제프리 베조스는 섹 최대의 온라인 책방이라 할 수 있는 '아마존 닷컴(amazon.com)'의 회장입니다. 베조스는 인터넷이 막 보급되던 1994년 즈음에 인터넷상에서 많이 판매할 수 있는 상품이 서적들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30세 때 이 온라인 쇼핑몰을 만들었고, 20여년이 지난 2017년 현재 사업영역이 계속 확대되어서 개인 자산이 1년간 무료 276억 달러(약 33조원)나 늘었고, 총 자산 730억 달러(약 81조원)로 빌게이츠와 워런 버핏에 이은 전 세계 3위의 억만장자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특히 2위 워런 버핏과는 자산면에 있어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주가에 따라 한두 달 사이에도 엎치락뒤치락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아직 앞날이 밝고 창창한 제프리 베조스는 제2의 스티브 잡스로 불리는 혁신가로 지목되고 있기도 합니다.
그는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10년 동안 어떤 변화를 예측하고 있느냐?"는 질문을 받게 되는데, 그가 혁신적인 비즈니스 리더로 여겨지기 때문에 기자들 입장에서는 미래의 비즈니스 환경이 어떻게 바뀌고 그에 따라 어떤 비즈니스를 준비해 나가는지가 궁금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제프리 베조스는 기자의 그런 질문에 대해 구태의연한 질문이라고 말하면서 "앞으로 10년 동안 바뀌지 않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왜 질문하지 않느냐? 고 반문합니다. 이게 더 중요한 문제라는 겁니다. 미래가 어떻게 변할지에 대한 예측 가능한 정보를 바탕으로 사업 전략을 세우는 건 쉽다는 겁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미래를 예측해서 어떤 비즈니스를 하고, 또 앞으로 어러저러한 것이 잘 된다 싶으면 너도 나도 그런 비즈니스에 뛰어들고 있기도 하는 겁니다.
하지만, 변화하는 그런 환경 속에서 성공하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합니다. 특히 한국 같은 경우는 뭐가 잘된다 싶으면 그런 비즈니스에 엄청나게 몰리는 현상이 두드러진것 같습니다. 물론 성공한 사람들도 있겠지만, 사실은 실패한 비율이 절대적으로 높다는 사실 또한 기억해야 할 부분일 것입니다.
제프리 베조스는 기자에게 반문한 질문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예를 들어 사람들은 싼 가격과 빠른 배송, 다양한 상품을 원한다는 사실은 10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가 경영하고 있는 아마존의 비즈니스 정신이기도 한 겁니다. 그래서 2016년 12월에 해외토픽으로도 올랐던 '소형 무인 헬기인 드론을 통한 택배'는 획기적인 아이디어이기도 했습니다. 소비자가 온라인에서 주문하면서 드론을 통해 물건을 받는 시간은 딱 30분 만에 받게 된다는 겁니다. 지금은 시험단계이지만 실제로 배송실험에서 성공하고, 조만간 택배는 주문과 동시에 30분이내에 받아보는 놀라운 세상에 살게 될 것입니다.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소비자들의 요구들을 만족시키고 있는 이 회사가 당분간 이 분야에서 앞서나갈 것은 분명한 겁니다.
그리고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변하지 않는 전체에 집중해야 헛고생을 하지 않는다.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것을 알고 있다면 그런 곳에 돈과 시간을 투자하라"는 겁니다. 비즈니스 원리에 있어 아주 중요한 원리이고, 더 나아가 우리 인생에 있어서도 '변하지 않는 가치에 투자하라'는 것은 인생을 낭비하지 않고 사는 중요한 영적인 원리이며, 가치이기도 합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제약회사인 '유한양행(유한 킴벌리)'을 설립한 '유일한(1895~1971) 박사'를 아실겁니다. 우리나라 도덕 교과서에 실린 대한민국 유일한 기업인이기도 합니다. 유일한 박사의 아버지는 독실한 신앙인이셨는데, 우리가 일본에게 국권을 빼앗기기 직전 1904년 미국 감리교에서 장학생을 뽑는다는 소식을 접하고, 당시 아홉 살이었던 장남 유일한(원래 이름은 '일형'인데, 미국에서 일제에 나라를 빼앗긴 설움을 삼켜내며 이름을 '세계 제1의 대한제국'이란 뜻으로 개명했다)을 선교사님을 따라 미국에 유학을 보내게 됩니다.
그는 장학금을 받으며 대학과 대학원을 마치고 미국에서 식품사업을 하고 있었는데, 그의 아버지가 "큰 공부를 했으면 큰일을 하라"며 꾸짖었다고 합니다. 아마도 조국에 도움이 될 만한 일을 하라는 의미였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는 1927년 조국에 돌아와 조국 국민들의 열악한 위생과 질병 치료를 위해 그리고 '건강한 국민만이 잃어버린 주권을 되찾을 수 있다'는 신념으로 제약회사인 '유한양행'을 세우게 되었던 겁니다. 그리고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나라의 독립을 위해 애쓰게 됩니다. 또한 그를 통해 유한공업고등학교, 유한공업전문대학교 등이 설립되게 됩니다.
1971년 그가 소천하기 전 남겨진 유언장이 화제가 되었었는데, 당시 7살이던 손녀 딸에게 학자금 1만 달러(천이백만원)을 주고, 딸에게는 유한공고 안에 있는 땅 5천평을 물려주는데 그걸 공원으로 만들고 학생들이 마음껏 뛰어놀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라는 거였습니다(내 땅이면서 내 땅이 아닌거죠).
그리고 유일한 박사가 소유한 주식 14만941주 전부를 '한국 사회 및 교육원조신탁기금'에 기증한다는 거였고, 엄마는 딸이 잘 돌봐주기 바란다는 내용도 있고, 아들에게 "아들 유일선에게는 대학까지 졸업시켰으니 앞으로는 자립해서 살아가거라"는 말을 유언장에 남겼습니다.
이 얼마나 훌륭한 기업인 입니까? 우리나라의 진정한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를 실천한 훌륭한 기업인입니다. 그 분이 소천한 지 50년 가까이 되어 가지만, 우리나라 어떤 기업인 보다 존경받는 인물이십니다. 그의 회사는 아들에게 경영권을 넘긴 것이 아니라, 유한양행의 평사원 출신인 조권순 전무에게 맡겨졌습니다. 유일한 박사가 자신의 삶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 조권순 후임 사장에게 이런 말을 했다고 합니다.
"난 사실 세상에 대한 미련이 없네, 다만 하나님이 나에게 맡겨주신 것들을 관리해야 하는 청지기로서 아직 할 일이 남아 있어 좀 더 세상에 있는 것뿐일세."
성직자가 많아지거나 또는 성공한 기업인이 많다고 해서 세상이 변화되는 건 아닙니다. 직업에 대한 하늘의 소명을 갖고, 이기적인 야망이 아닌 하늘의 가치를 갖고, 마치 하늘의 청지기와 같이 사회와 나라를 위해 살아가는 이런 분들이 많아질수록 우리가 사는 세상은 달라질 수 있는 것입니다. 유일한 회장은 회사가 커지고 번성해진다고 해도 이 변하지 않는 하늘의 가치를 갖고 살아간 훌륭한 기업인이요, 진정으로 세상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했던 분이셨습니다.
당신의 인생에 변하지 않는 가치는 무엇인가요?
이야기 '샘'은 세부교민들께 깊은 숲 맑은 옹달샘의 시원하고 청량한 샘물 한모금 같은 글을 전해드리고픈 바람을 담은 김제환(광명교회 담임목사)님이 집필해 주고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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