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부에서 살고보니] 졸업시즌 되새겨본, 배움이란?

졸업시즌 되새겨본, 배움이란.jpg 세부 섬에 오래 살고 보니 우리 자녀가 이곳에서 무엇을 배워가며 또한 우리는 무엇을 배우고 있는가라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세부라는 낯선 섬에 정착하게 되면서 그동안 자리를 잡아가느라 너무 정신없이 살아오다 이제 조금 한숨을 돌려보니 내 자녀들은 이곳에 와서 무엇을 알게 되었고 또한 앞으로 더 어떤 삶을 살아가야 하는지를 고민해보기 때문입니다. 최근 우리교민들 자녀들이 점차적으로 세계적인 명문대학교에 진학하는 소식들을 접하면서 자랑스럽기도 합니다. 또한 교민들에게 있어서 최고의 보람이 자녀들 교육에 있기에 우리가 이 세부 섬에 와서 무엇을 기대하며 살아가는지 그리고 우리 자녀들 또한 어떻게 공부하고 그들의 미래는 무엇을 꿈꾸고 있는지를 고민해 보며 지혜를 찾아보고자 합니다.

교육이란 무엇인가?

얼마 전 저는 제가 15년 전에 올랑고란 정글같은 섬에 세운 유치원 졸업식에 다녀왔습니다. 다른 것은 비슷하지만 일단 필리핀 졸업식은 시간을 많이 소비합니다. 대부분의 시간은 상을 주는 시상식입니다. 이 유치원의 졸업생은 20명밖에 안되는 아주 작은 규모인데 시간은 3시간을 소비했습니다. 저 역시 중간에 빠져 나올 방법이 없었습니다. 왜냐면 설립자인 이사장이 상을 수여하여야 하기 때문입니다. 대체적으로 한 학생이 10여 가지 상을 받는 듯 하였습니다. 상은 2종류로 성품과 품행상과 또 성적상인데 각 과목마다 다 주는 듯합니다. 한국에서는 늘 졸업식에 1, 2, 3등만 상을 받는데... 필리핀은 정말 다릅니다. 졸업식은 거의 모든 학생이 다양한 상을 받는 축제입니다. 물론 필리핀에서도 대학에서는 전체 수석과 차석에게만 상을 수여하기에 이것은 한국과 비슷했습니다. 필리핀과 미국에서는 대학 졸업식 때 일반적으로 Cum Laude(꿈 라우데)는 우등 졸업(상위 25%, 혹은 30%), Magna Cum Laude는 준최우등 졸업(상위 10% 혹은 15%), Summa Cum Laude는 최우등 졸업(상위 5%)자에게만 상을 수여 합니다. 필리핀에서 대학만 제외하면 학생들이 학교교육에 대한 스트레스가 거의 없다고 보면 됩니다. 하지만 특별히 중요한 것은 유아기와 청소년기입니다. 왜냐면 이때는 흡수력이 강하며 예민하고 자신의 자아성이 세워져 가는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이때부터 공부에 한번 밀려나면 스스로를 포기하게 되고 사회적으로 자신의 정체성과 자존감이 낮아져 어린시기에 벌써 자신감이 상실되고 쳐진다는 것은 곧 패배자를 의미하고 이에 따라 자신을 스스로 한정시키고 마는 소극적인 삶을 살아가게끔 만들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 제가 데리고있는 학생이 학교를 가지 않고 몰래 PC방에 1주일동안 게임만 한다는 그 학교 학생들의 정보를 듣고 현장을 확인한 즉시 제가 심하게 혼낸 경우가 있었습니다. 저로써는 이해할 수 없는 경우였고 화를 내는 방법밖에는 다른 길을 찾을 수 없어 무척 힘들었습니다. 왜 인간은 공부를 하기를 싫어하고 놀기를 좋아하는가? 그러다 진화심리학의 방법으로 스스로 그 이유를 유추해 보니 오랫동안 인간은 사냥을 해왔고 박(field)에서 뛰어 다녔던 유전자가 강하게 남아있습니다. 거기에서 발전해 나가 인간은 고민을 하고 연구를 해왔지만 이 경우는 극소수였던 경우였기에 인간에게 교육이라는 것이 생겨 밖에서 놀며 활동해오던 인간을 좁은 공간인 교실에 묶어놓고 강제적으로 주입식 교육을 해오다 보니 그 어색한 새로운 공부영역이 보통(?) 인간에겐 정말 힘들고 감옥과 같은 새로운 세계를 체험해 나간다고 생각됩니다.

다행히 최근 유럽에서는 4차 산업사회의 패러다임의 세계 속에 기존 주입식 교육에서 벗어나 학생 스스로 주도해 나가는 학습방식과 책을 없애고 각종 공식을 가르쳐 주지를 않고 놀이를 통해 스스로 살아가고 배우고 창의를 개발하는 교육 시스템으로 교육을 바꾸어 가고 있어 인류에 희망이 보인다고 생각됩니다. 결국 공부는 인간 스스로 어떻게 자신의 삶을 살아갈까 또한 자신은 누구인가를 배워가게 하는 것인데 인류는 오랫동안 강제로 인류가 만들어 놓은 지식을 작은 공간에 몰아놓고주입해 주려고 애를 써왔었다고 생각합니다. 그 결과 인류는 많은 지식을 배워 왔지만 행복하지는 못했고 자신이라는 영역은 알지도 못했고 규격화된 남의 인생들을 살아왔지 않았나 생각해 봅니다.

또한 우리 큰아이는 세부에서 태어나 세부에서 대학을 다니다 군대를 제대하고 올해 복학을 하게 되는 나이입니다. 한때 제가 아이에 대해 놀란 것은 우리아이가 고등학교 시절 그리고 대학시절 자신의 미래에 대한 비전과 구상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너무나 실망스러웠지만 세부에 살던 우리 아이 또래들 대다수가 대동소이했습니다. 너무나 충격이었지만 사실은 그게 바로 정싱이라는 것을 후에 깨달았습니다.

이스라엘은 보통 학생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즉시 대학에 가질 않고 1년간 세계를 여행한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세상을 배우며 거기에서 나는 누구이고 무엇을 해야 할까를 찾아간다는 것입니다. 헌데 최근 KBS에서 방영한 다큐를 보니 덴마크에서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보통 1~2년의 텀을 가지고 인생학교나 여행을 하면서 자신의 적성을 찾아나서며 그후에 대학을 결정한다고 합니다. 인생학교에서는 절대로 지식을 가르치질 않고 이제 공부는 내려놓고 내가 왜 사는가를 스스로 알게끔 하는 정서교육입니다. 노래를 배우고 취미를 찾아주고 이웃을 알게 하여 인생의 깊이를 발견하게 하여 미래의 자신의 인생을 찾아가게끔 하는 교육입니다.

동양에서의 교육이란 말은 본래 맹자의 '득천하영재이교육지-천하의 영재를 모아 교육한다'라는 글에서 유래하였습니다. 그 어원을 살펴보면, '가르칠 교(敎)'자는 회초리로 아이를 배우게 한다는 뜻이고, '기를 육(育)'자는 갓 태어난 아이를 기른다는 뜻입니다. 곧 강압적인 방법이고 Teaching으로 주입식입니다. 서구에서는 교육이란 영어의 'Education', 독일어의 'Erziehung', 프랑스어의 'Éducation'은 모두 라틴어 educare 또는 educatio에서 유래하였습니다. 라틴어 educare는 '양육한다'라는 의미로, 이는 능력을 끌어낸다는 뜻의 educere, 지도한다는 뜻의 ducere에서 왔고 서구는 교육은 개개인을 계발시키는 것으로 이해를 해왔습니다. 결국 교육은 주체가 개인이 되어야 하는데 우리는 늘 객체였고 학교라는 곳은 우리에게 늘 부담을 주는 교육 속에서 자라왔기에 학교를 졸업하고 나면 왜 공부를 했는지 또한 왜 살아야 하는지를 아무도 모르고 그저 살아갑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한국사회 전체적으로 개개인의 삶을 발견하려는 방향으로 많이 바뀌어 가고 있습니다. 덴마크 교육의 핵심은 휘게(Hygge)입니다. 휘게는 노르웨이어로 'Well-being'이라는 말에서 유래되었고 덴마크인의 삶의 방식이 되는 중요한 단어입니다. 그 의미는 "좋은 사람들과 함께 좋은 것을 함께 즐기는 따뜻한 분위기" 편안하고 안락함을 주는 활동 곧 개인의 행복이 교육의 핵심입니다. 교육은 행복을 '순간, '분위기', '평등', '감사', '조화', '편안함', '화목', '보금자리'로 인도해주는 방법인 것입니다.

그러고 보면 세부에서의 삶과 교육은 행복한 삶을 가르쳐주는 수준 높은 교육의 장인 것입니다. 세부에서 교육을 바라보는 관점만은 축복이 있는 행복한 섬이라고 생각됩니다.

필자는 23년 전 세부에 정착하여 현재 한사랑 교회 목사, 코헨대학교 세부분교 학장에 재임중이며 UC대학 HRM학과에서 강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