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부 섬에 오래 살고 보니 그동안 동양과 서양에 대한 틀을 깨어놓게 됩니다. 왜냐면 이곳에 사는 서구인들을 보면 우리 동양인들보다 더 뛰어나다는 생각이 들지 않기 때문입니다. 물론 세부 섬에 와있는 대다수 서구인들은 대체적으로 은퇴한 블루컬러가 많기에 일반화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동양과 서양이 만나는 세부 섬에서 여러 가지로 동양은 무엇이고 서양은 무엇인가를 많이 생각해보며 과연 우리가 이 서구인들보다 정말 열등한가를 생각해 봅니다. 그동안 제가 만나 서구인들이 우리보다도 더 우월하다는 것을 증명하기가 결코 수월하지는 않았습니다. 왜 오랫동안 우리는 서구인들을 경외하고 또한 대단하다고만 바라봤고 우리들은 역사에서 주체가 되질 못했던 것일까요?
오리엔탈리즘
학교 다닐 때 궁금했던 것은 우리가 동양이고 유럽과 미국이 서구라고 배웠는데 지도를 보면 중국과 한국 인본은 중앙에 있고 오히려 미국이 동향이질 않는가를 혼자 생각해 본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대학에 가면서 세계가 서구중심이라는 것을 배우게 되며 우리가 동양이라는 것은 서구가 붙여준 것이라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필리핀에 와서 깜짝 놀란 사실은 필리핀에서 나오는 세계지도는 우리지도와는 전혀 다른 서구식 지도를 필리핀이 사용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곧 우리나라와 필리핀은 세계지도에서 가장 오른쪽에 있고 미국은 가장 왼쪽에 놓여져 있다는 것입니다.
'아! 아직도 필리핀은 서구가 만들어 놓은 오리엔탈리즘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였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아쉬움이 가득 했었습니다. 어찌보면 필리핀 사람들은 외모는 동양인으로 살고 있지만 내면의 세계에서는 서구적인 오히려 정신적인 서구 식민화의 세계에서 살고 있지를 않은가를 생각해보기도 합니다.
오리엔탈리즘은 어원으로 보아서 오리엔트(Orient)에서 유래되었다고 할 수 있으며, 오리엔트란 라틴어로 '해돋이', '해가 뜨는 방향'인 오리엔스(Oriens)에 해당되는 단어로서 이 단어가 발전하여 동방, 동양이 되었습니다. '오리엔트'에는 '교화하다', '적응시키다'의 뜻도 가지고 있습니다. 신입생 교육을 뜻하는 오리엔테이션(Orientation)은 오리엔트에서 파생한 어휘입니다.
오리엔탈리즘에는 스승인 서양이 교화시키고 가르쳐야 할 대상으로서 동양을 바라본다는 의미도 담겨 있음을 엿볼 수 있는 것입니다. 에드워드 사이드(Edward W. Said, 1935년 11월 1일~ 2003년 9월 24일, 팔레스타인에서 태어난 미국의 영문학자・비교문학가・문학평론가・문명비판론자)는 근대 오리엔탈리즘의 태동을 18세기 말부터 19세기초 사이로 보고 있습니다. 우리가 학교 다닐 때 열방제국 식민지 시대라 보는 대항해 시대 이후 향신료나 보석 등 약탈의 보고이자 노동력의 수원지로서의 동양의 가치를 인식한 제국 열강이 산업혁명으로 폭발적인 추진력을 얻어 전 세계로 지배력을 확대해 나아가던 시기입니다. 사이드는 후속작 <문화와 제국주의>에서 해리 맥도프의 글을 인용하며 "1800년 서양 열강(유럽)은 지구 표면의 55%를 소유했다고 주장했으나, 실제로 소유한 것은 약 35%였고, 1878년까지 그 비율은 67%에 이르렀으며, 1914년에는 지구의 거의 85%를 식민지, 보호령, 속령, 자치령, 연방으로 소유했다"고 밝힙니다. 하지만 영국과 프랑스가 선두에 섰던 제국의 행렬은 총과 대포 외에 문화라는 침략무기 역시 함께 지니고 있었습니다. 물론 우리가 살고 있는 필리핀이라는 나라도 서구식민지의 산물이지 않습니까? 오리엔탈리스트는 아프리카와 아시아 원주민들의 지리 역사 문화 풍토 등을 조사하면서 동양 문화를 날조하고, 서양 문화의 동양 지배를 정당화하려 했습니다. 스스로를 "주체적인 인간"으로 동양인을 "객체적인 인가"으로 차별화했습니다. 그래서 사이드는 오리엔탈리즘을 이렇게 규정합니다. "오리엔탈리즘이란 동양을 소재로 하는 유럽의 공상만화가 아니라 이론 및 실천체계로 창조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대항해 시대, 즉 포르투갈과 에스파니아의 신항로 및 신대륙 발견 이후 그 바통을 이어받은 영국과 프랑스 등 유럽 열강의 비유럽・비기독교 세계에 대한 전면적이고 지속적이고 또 일관적인 식민지배가 시작된 것이 18세기 그후 신흥 강국 미국의 제국주의는 19세기 이후 본격화되었고 20세기 후반, 엄밀히 말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제국주의의 정치적 지배, 영토적 식민지배는 거의 끝났었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정신적 지배, 문화적 지배라는 은밀하고도 집요한 지배-피지배의 양상은 지속되어왔고, 아직 끝나지 않고 있습니다. 곧 서구인들은 동얀(인)은 열등하고 그 문화 역시 미미한 것뿌니어서 구원자인 서양(인)의 개입이 없이는 '제대로 된 삶'을 구현할 수 없다는 식민 지배자들의 생각은 지금도 서양(인)들의 내면 속에 온존하고 있고, 피지배민들의 의식 속에 이식된채 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필리핀에서는 이런 서구식민지 속에 오랫동안 눌려있었고 사고의 체계나 문화가 오리엔탈리즘에 젖어 있다가 일본과 한국을 만나면서 이들이 서서히 동양의 가치에 눈을 뜨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필리핀에 처음 왔을 때 현지이들이 늘 우리 한국을 경이롭게 바라보고 부러워하는 것은 한국이 곧 아시아가 차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들은 오랫동안 '동양은 안된다'라고 하는 패배주의가 곧 우리엔탈리즘에 사로 잡혀 있었는데 한국이 또한 일본이 그 서구에 대한 환상을 깨어준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러기에 이들에게 있어서 일본과 한국이라는 나라는 이들에게 거의 구세주 같은 동양의 자존심입니다. 또한 최근의 권투선수 파퀴아오의 경이로운 활약에 필리핀도 서서히 오리엔탈리즘에서 벗어나고 있다라는 생각이 들고 최근에 학교에서도 학생들을 지켜보면 특별히 두바이에 머물며 카타르 항공의 승무원으로 활약하고 있는 학생은 늘 자신이 필리피노라는 자긍심이 무척대단하다라는 것을 그 학생이 페북에 올려놓는 글을 보면서 많이 느낄 수가 있습니다.
이제 역사의 중심축은 그야말로 서양에서 동양으로 서서히 옮겨져 가고 있지를 않나 생각됩니다.
최근 필자는 미국에 머물고 있는데 과거 같으면 서구의 화려한 문화의 힘 때문에 많이 기죽어 있었는데 이번에 오랫만에 방문한 미국에서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지금 미국에 있는 것들 가운데 웬만한 것은 혀재 다 세부 섬에서도 있던 것들이고 보니 미국이라는 나라가 예전에 처음 왔었을 때와 같은 동경심은 전혀 들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미국 내에서도 남미의 영향력과 또한 중국 또 최근에는 인도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그다지 매력을 느끼질 못하고 오히려 세부 섬의 현재 같은 발전의 속도를 유추하면 미국 못잖은 아름다운 섬으로써의 미래가 꿈꿔지고 미국인들이 누리는 웬만한 풍요도 이 세부 섬의 물론 상위 세계이지만 그대로 영위하고 살고 있기에 더 이상의 오리엔탈리즘의 한계는 없어져 가는 것이 아닌가 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세부 섬이 미국보다 더 아름다운 섬이 되는 그날을 꿈꿔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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