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부에서 살고보니] 딥 워크

딥 워크.jpg 세부에 오래 살고 보니 이 섬에서 자리잡고 살기가 쉽지만은 않은 듯 합니다. 그것은 이미 자리를 잡고 있는 현지인들도 마찬가지 인가 봅니다. 왜냐하면 이제 세부섬도 모든 것들이 표준화되고 세계화되어 경쟁이 점점 더 심화되어 쉽게 살 수 있는 섬은 아닙니다. 그래서 현지인들도 가면 갈수록 스트레스가 심해지는 것은 날마다 새로운 경쟁자들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러면서 세부는 날마다 새롭게 바뀌어 가고 있습니다. 이제 시대는 제4차 산업시대로 흘러가고 있는데 정글과 같았던 이 섬에서 어떻게 하면 살아남을 것인가라는 주제에 대한 이 시대의 답은 'Deep Work'입니다.

딥워크 다른 말로는 강렬한 몰입의 세계에 들어가야 합니다. 그러해야만 성과가 나타나는 시대가 되어 갑니다. 물론 아직도 시골에 가보면 1차 산업의 단계를 벗어나지를 못해 모든 것을 손으로 일하고 있는 현실이지만 그러나 도시는 점점 더 4차 산업의 흐름을 따라가고 있습니다. 4차 산업이 본격화되면 기계가 인간의 일자리를 전방위적으로 대체할 것이라고 합니다. 이 변화의 물결에 휩쓸리지 않고 가치 있는 일, 진정 중요한 일을 해내려면 빠른 학습 능력과 높은 성과를 올리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바로 모든 일에 몰입의 단계로 나아가야만 하는 시대로 다가섰습니다.

강렬한 몰입의 세계

한국에 세부대학교 교수 4명을 모시고 한국문화탐방을 하면서 한국과 필리핀을 비교해보니 한국사회가 무척 복잡해졌고 다양한 문화를 포용하는 많이 변화된 모습을 볼 수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다른 면에서는 지하철 안에서의 한국 사람들의 모습들은 한결같이 핸드폰에 집착하고 수많은 SNS에 늘 긴장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TV만 하더라도 과거에 비해 엄청난 혁명을 이루어 도저히 소화를 할 수 없는 알지 못하는 수 많은 채널들이 즐비하게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한국사회는 정신이 없고 오히려 피곤한 사회로 점점 가고 있지를 않나 생각해봅니다. 이런 변화무쌍한 다양한 세계 속에서 나는 어떻게 살아남을 수가 있는가 할 때 제가 교보문고에서 새로 산 책 칼 뉴포트(Cal Newport)의 '딥워크'는 큰 위안과 희망을 제시해주어서 4차산업의 시대에 어떻게 살아야 할까에 큰 답을 주고 있습니다. 저자는 조지타운 대학교 컴퓨터공학과 조교수이며 분산 알고리즘 이론을 연구합니다. 다트머스 대학교를 최우수 장학생으로 졸업하고 MIT에서 컴퓨터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고 미국 아이비리그 우등생 클럽인 파이 베타 카파(Phi Beta Kappa)의 회원입니다. 그가 소개하는 딥워크의 세계를 소개해봅니다.


1. 철저하게 고립

빌게이츠가 1년에 두번 '생각 주간(Think Weeks)'을 가진다는 것은 유명합니다. 이동안 그는 외딴 호숫가 별장에 홀로 머물면서 IT 업계의 동향을 고민하고 미래 전략을 구상하는 일 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습니다. 게이츠가 생각 주간을 마치고 돌아올 때마다 MS는 큰 발전을 이뤄냈습니다. 익스플로러를 발명하게 된 유명한 글 '인터넷의 조류'를 쓴 시기도 1995년의 생각 주간이었습니다. 마이크로 소프트의 공동 창업자인 폴앨런은 빌 게이츠의 집중력을 "신동 수준의 능력"이라고 표현합니다. 당시 게이츠는 코드를 짜다가 키보드 위에 쓰러져 잠들고, 한두 시간 후 일어나 그 자리에서 바로 작업을 이어 갈 정도였다고 합니다. 덕분에 PC용 소프트웨어를 두 달 만에 개발해 냈고, 이것이 MS의 창업으로 이어졌습니다. 알고리즘 분석과 여러 혁신적인 프로그래밍 기법의 선구자 도널드 커누스는 이메일 주소가 없습니다. 대신 우편 주소를 공개하고 비서에게 우편물 분류와 정리를 맡깁니다. 스탠퍼드 대학의 명예교수인 그는 "나는 이메일 주소를 없앤 1990년 1월 1일 이후로 행복하게 살아왔다. 이메일은 일을 장악하려는 사람에게는 멋진 도구다. 그러나 나는 그렇지 않다. 나의 역할은 근원으로 파고다는 것이다. 내가 하는 이릉ㄴ 오랜 공부와 방해받지 않는 집중을 요구한다." 칼 뉴포트는 이렇게 완전히 고립되는 방식을 '수도승 방식'이라고 부릅니다. 딥 워크를 위한 시간을 극대화하기 위해 다른 잡무를 없애거나 극도로 줄이는 것입니다. 혼자서 긴 시간을 투자할 수 있으며, 일의 목표가 뚜렷하고 가치를 높일 수가 있습니다.


2. 몰두하라

소설 개미의 작가로 유명한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오전 8시부터 12시까지만 글을 씁니다. 열여섯 살 때부터 몸에 밴 습관이라고 하는데, 이 네 시간 동안 머릿속에 가득 찬 아이디어를 글로 쏟아냅니다. "아침에 책상에 앉아서 이 수도꼭지를 틀면 쏟아져 나오는 생각들을 적절히, 좋은 문장으로, 빨리 써 내려가는 데만 골몰합니다." 특이한 점은 아이디어가 있고 글을 더 쓰고 싶을 때에도 시가이 다 되면 수도꼭지를 잠그듯 작업을 멈춘다는 것입니다. 일하는 시간과 나머지 시간을 명확히 분리함으로써 글을 쓸 때의 집중력을 극대화하기 때문입니다. 분석 심리학을 창시한 카를 융도 온전히 연구에만 몰입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융은 스승인 프로이트를 뛰어넘으려는 학문적 시도에 집중하기 위해 호숫가의 작은 마을 볼링겐에 집필실이 딸린 집을 지었습니다. 한편으로는 환자를 보며 생활비를 벌어야 했고, 대학에서 강의도 해야 했습니다. 커피하우스에서 이루어지는 지적 자극이 샘솟는 대화도 필요했습니다. 한적한 볼링겐과 번화한 취리히를 오가며 딥워크와 그 외의 일을 번갈아 한 덕분에, 융은 20세기 초의 위대한 사상가가 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조앤 롤링은 해리 포터 시리즈의 마지막 이야기 「죽음의 성물」을 집필할 때 5성급 호텔의 스위트룸을 빌렸습니다. 집에서는 집필에 집중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오래 머물 생각은 없었어요. 하지만 첫날에 글이 너무 잘 풀려서 계속 돌아왔죠. 결국은 여기서 소설을 완성할 수 있었어요." 롤링의 이 에피소드는 딥 워크의 흥미롭고도 효과적인 '거창한 제스처' 전략의 사례입니다. 딥 워크를 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나 노력, 비용을 들여 몰입만을 위한 최적의 환경을 구축하는 것입니다. 무료 강의보다 유료 강의가 청중의 참여도가 높다고 하는데, 이와 비슷한 원리라 할 수 있는 것입니다. 피터 솅크먼은 글을 쓰기위해 대륙횡단 비행기표를 끊는 사람입니다. 집중을 방해하는 사람도 없고, 인터넷도 되지 않으며, SNS도 오지 않으니 몰두하기에 이보다 적합한 환경도 없는 것입니다. 이 사실을 깨달은 솅크먼은 2주 만에 집필을 마쳐야 하는 출판 계약을 맺고 곧바로 도쿄행 왕복 비행기 표를 끊었습니다. 미국에서 일본으로 날아가는 내내, 그리고 돌아오는 내내 글을 쓴 결과 30시간 만에 책 한 권에 해당하는 원고를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21세기 제4차 산업혁명시대에 살아남으려면 고립과 몰입할 수 있는 자만 살아남게 됩니다. 그런 면에서는 세부섬은 축복이 될 수 있습니다. 한국과 같은 고도로 복잡한 세계를 벗어나 아직은 한가한 이 섬에서 스스로 한 가지 일에 몰입해본다면 분명 나만의 세계를 이루어 낼 것입니다. 그러나 한국에서와 마찬가지로 늘 인터넷과 사람 만나는 데에 모든 에너지를 소비한다면 세부 섬의 축복이 약화될 것입니다.

필자는 23년 전 세부에 정착하여 현재 한사랑 교회 목사, 코헨대학교 세부분교 학장에 재임중이며 UC대학 HRM학과에서 강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