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부에서 살고보니] 섬 생활, 그리고 Seoul

섬 생활, 그리고 Seoul.jpg 세부에 오래 살고 보니 내가 스스로 섬 안에 갖혀 생활을 하고 있다라는 생각을 할 때가 있습니다. 좀 외롭고 답답한 일상을 지나고 있을 때 그런 생각을 하곤 합니다. 그런데 최근 가수 이효리 씨가 제6집 앨범 'SEOUL'이라는 앨범을 지난 6월 28일 발표했는데 그 앨범에 수록된 '서울'이란 곡은 이효리가 제주생활하면서 그리워하는 서울에 대하여 쓴 노래입니다. 누구나 조용히 섬에 가고 살고파 하지만 또한 도시는 잊지 못하는 부분이 있나 봅니다. 그동안 섬 생활 25년이 되다 보니 어느덧 나도 모르게 섬사람이 다 되어 있는 듯 합니다. 섬에서 산다고 하는 의미는 무엇이고 또한 인간이 만들어 낸 최고의 작품인 도시 그리고 한국 서울에서 산다는 의미는 무엇인지 스스로 생각해 봅니다. 이제는 저에겐 삶의 무게 중심의 추가 어느덧 이곳 섬 생활에 더 기울어져 있기에...

서울이라는 곳

제가 서울에 첫발을 내밀었던 때는 초등학교 6학년 시절입니다. 큰집이 영등포 노량진에 있기에 방학 때 서울 구경하러 가슴 설레며 둘레둘레 나섰던 촌놈 여정이었습니다. 그때 기억나는 것은 서울역 도착할 쯤 기차 내에서 울려퍼지는 패티김의 '서울의 찬가' 노래였습니다. '종이 울리네 꽃이 피네... 아름다운 서울에서 살렵니다' 처음 서울에 도착해서 제 심장에 박혀진 가사는 '아름다운 서울'이라는 환상입니다. 아마도 그 노래구절이 저를 청년시절 다시 서울로 돌아오게끔 하게 된 계기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서울이라는 곳은 무척 '아름다운 곳'으로 인식이 되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삶의 오랜 부분에서 서울이라는 곳을 사모하게 되었고 고향을 배반하며 서울찬가를 계속 부르게 될 때 하나님이 저를 세부 섬으로 보내신 듯 합니다. 또한 국민가수 조용필 씨도 '서울 서울 서울'이란 곡을 통해 '아름다운 이 거리 그리움이 남는 곳'이라고 표현했습니다. 그러나 대중가요도 80년 말에는 서울이나는 곳도 이제 더 이상 아름다운 곳으로 찬양하지만은 않습니다. 정태춘 박은옥부부의 '서울의 달'(1987년)이라는 노래에서는 서울은 '차갑고', '고단한' 곳으로 묘사를 합니다.

"저무는 이 거리에 바람이 불고. 돌아가는 발길마다 무거운데. 회사한 가로등 불빛 너머. 뿌연 하늘에 초라한 작은 달. 오늘 밤도 그 누구의 밤길 지키려. 어둔 골목, 골목까지 따라와. 취한 발길 무겁게 막아서는. 아, 차가운 서울의 달.
한낮의 그림자도 사라지고. 마주치는 눈길마다 피곤한데. 고향 잃은 사람들의 어깨 위로. 또한 무거운 짐이 되어 얹힌 달. 오늘 밤도 어느 산길, 어느 들판에. 그 처연한 빛을 모두 뿌리고. 밤 새워 이거리 서성대는. 아, 고단한 서울의 달."

또한 '응답하라 1994'에서 삽입된 OST 로이킴이 부른 '서울 이곳은'(94년 작가/김순곤, 작곡/장철웅)이란 노래에서는 서울은 '낯선 곳'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난 돌아가야겠어. 이곳은 나에게 어울리지 않아. 화려한 유혹 속에서 웃고있지만. 모든 것이 낯설기만 해. 외로움에 길들여진 후로. 차라리 혼자가 마음 편한 것을. 어쩌면 너는 아직도 이해 못하지. 내가 너를 모르는 것처럼."

이제 촛불혁명을 이룬 2017년... 그동안 2013년 결혼 후 줄곧 섬에서 살아온 서울 여인 이효리는 이번에 발표한 6집 앨범에 실린 '서울'이라는 곡에서 오히려 서울을 '그리움이 밀려오는 도시'라고 표현하지만 그러나 '이젠 돌아갈 수 없는 도시'라고 결론을 내립니다.

"저기 반짝 반짝이는 이 도시. 뿌연 회색 하늘 밑 눈이 부신. 잠들지 못하는 이 도시의 이 밤. 높은 빌딩 숲 그 사이 어딘가. 나지막이 울리는 노래 소리. 그 누구의 마지막 인사일까. 가엾어라 나의 작은 별 little star. 서울 서울... 등 돌리며 멀리 멀리 떠나왔지만. 눈 감으면 다시 또 생각이 날까. 그리움이 밀려올 땐 돌아보지만. Yeah. 돌아가기엔 이미 너무 늦은 것 같아"

이효리가 서울을 그리워하면서도 돌아서기엔 이젠 벌써 섬 생활이 익숙하고 섬사람이 다되었다는 메시지입니다. 그러고 보면 우리가 택한 섬도 이제는 우리의 삶의 일부가 되어가고 우리 스스로가 섬이 되어 살아가고 있다고도 볼 수가 있습니다.

문태준 시안의 '섬'이라는 시를 읽어보면 섬을 표현하기를 사람들 내면에 간직되어 있는 사랑이라고 합니다. 누구에게나 가슴속 아넹 내재되어 있는 것이 로빈슨 크루스처럼 한 섬으로 남아 있는 듯 합니다.
"조용하여라. 저 가슴. 꽃 그림자는 물속에 내렸다. 누구든 캐내지 않는 바위처럼. 누구든. 외로워라. 매양. 사랑이라 불리는. 저 섬은" 시집 - 먼 곳(2012)

그렇지만 또 다르게는 연대 국문과 교수였던 정현종 시인의 '섬'이라는 시를 살펴보면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 시선집 - 섬(2015)

시인은 현대인들 사이에 있는 섬을 고독, 혼자라는 느낌으로 보고 오늘날 단절된 인간관계의 모습을 묘사합니다. 그러나 그 섬 곧 서로를 이어주는 공간의 장소 또한 우리라는 느낌의 이상적인 세계에 가고 싶다고 갈망합니다. 아마도 가수 이효리가 두가지의 섬에서 방황을 하는 듯 합니다. 사람들이 많지만 서로 단절되어 외로운 혼자의 삶을 살아가는 서울이라는 삶과 현실의 세계에서 편리함으로부터 단절되어 약간의 현실적인 불편함이 있는 보람있는 하나로 되어 가는 제주 섬의 삶, 두 세계에서 양쪽 모두 다 버릴 수 없는 자신의 모습이지만 그래도 이상적인 세계를 택하며 살게 되는 모습을 노래로 표현하고 있는 듯 합니다.

우리 세부교민들은 섬이라는 제한적인 공간에 살고 있지만 사실 이효리가 살고 있는 제주도섬과 비교를 해보면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일단 면적은 제주도는 1,833km2이고 세부는 4,943km2로 벌써 2배 이상 크고 인구는 제주 섬 전체가 2016년 기준 63만명이고 세부는 일단 막탄섬 인구로만도 2015년 기준으로 40만명을 기록했고 세부 섬 전체로는 360만명(2015)이 되니 이제는 작은 섬이 아닌 제 2의 도시이고 대도시 섬이라고 할 수가 있습니다.

그렇지만 사건사고 많이 일어나니 한인들 서로서로 따뜻하고 소박한 이웃 같은 섬생활의 아름다움을 만들어내기는 쉽지 않지만 그래도 세부 섬은 우리에게 보물이고 이 섬 곳곳에서 람을 영위하는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소중한 인연이라고 생각합니다.

필자는 23년 전 세부에 정착하여 현재 한사랑 교회 목사, 코헨대학교 세부분교 학장에 재임중이며 UC대학 HRM학과에서 강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