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샘'] 안개 걷어내기

안개 걷어내기.jpg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4년에는 이미 유럽 전체가 독일의 나치에 의해 점령을 당했습니다. 다행인 것은 유럽 대륙에서 떨어져 있었던 섬나라인 영국이 아직 남아 있었고, 미국과 영국을 비롯한 연합군이 그 해 6월 프랑스의 노르망디에서 실시한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상륙작전을 진행합니다. 천재 감독인 스티븐 스필버그가 만든 그 유명한 영화 「라이언 일병구하기」가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배경으로 만든 영화였습니다. 유럽전체와 영국마저도 독일 나치의 손에 넘어갈 위기의 순간에 성공확률이 희박했던 이 작전의 성공으로 전세는 다시 연합군 쪽으로 기울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저력의 독일이 가만히 있을리 없었습니다. 그 시점 유럽의 서부전선에서 독일군 최후의 대반격이 있었습니다. 이것을 '벌지 전투(The Battel of the Bulge, 1944.12.16~1945.1.28)라고 말하는데, 'Bulge'라는 것이 영어로는 '부풀다(혹은 주머니)'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독일군의 총공세로 전선의 한 부분이 돌출되었기 때문에 이 전쟁을 '벌지 대전투'라고 부르는 겁니다. 독일군은 1944년 당시 전쟁 중 병기 생산량이 최대치에 이르렀고, 그 무기 대부분을 투입한 정예 부대로 작전을 수행했기 때문에 그 작전에 대한 기대가 컸습니다.
독일은 강력한 기갑부대를 동원해 작전을 수행하려고 했고, 그 작전 시기는 아르덴 숲이 안개에 휩싸이고, 악천후로 인해서 연합군이 전투기를 띄울 수 없도록 12월 겨울로 잡았습니다. 아무리 연합군이 공군의 제공력을 장악하고 있다할 지라도, 짙게 낀 안개 아래로 뭐가 지나가는지 비행기 위에서는 도저히 식별이 불가능했던 겁니다. 나치는 바로 그것을 이용해 작전을 펼친 겁니다.

독일군의 전략은 통했고, 탱크와 전차와 포대 등을 앞세우고 나치는 파죽지세로 점령지를 회복해 나갔습니다. 그들의 기습으로 미군 및 연합군은 공포에 휩싸이기 시작했습니다. 별다른 전략을 찾을 수 없었던 지휘관들은 '무조건 후퇴'를 지시했습니다. 마치 댐이 터져 물이 퍼져가듯이, 후퇴에 후퇴를 거듭하고 있었던 연합군의 전선은 나치에 의해 벌지(Bulge) 모양으로 지형이 바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상황 속에 전혀 다른 판단을 내린 한 사람이 있었는데, 당시 연합군 사령관으로 성공확률이 희박했던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이끌었던 '드와이트 아이젠하워(Dwight David Eisenhower, 1890~1969)'였습니다.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요 보이지 않는 것들의 증거니(히브리서11:1)" 라는 성경의 말씀과 같이 아이젠 하워는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또 다른 무엇을 보고 있는 듯 했습니다.

나치의 파상적인 기습에 모두가 공포에 질려 있을 때, 아이젠 하워는 참모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후퇴하지 말고 적의 후방으로 침투하라"는 명령을 내린 겁니다. 나치는 그 전투에서 이미 승기를 잡고 있는 쪽이었습니다. 반면 연합군은 나치의 공격을 방어하거나 대응할 별다른 준비와 전략을 갖추지 못한 상태였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그 후퇴시기를 놓치기라도 한다면 연합군의 서부전선 병력은 큰 피해를 입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어쩌면 참모들의 생각이 지극히 정상적인 상식이었을 겁니다.

반대로 나치군은 그들의 강력한 화력 앞에 줄행랑을 치고 있는 적들을 최대한 빨리 추격해 그 전쟁을 끝내버리려고 전진의 전진을 계속했던 겁니다. 그 상황을 지켜보던 아이젠 하워는 최전선에 집중되어 있는 나치의 화력과 그 화력을 믿고 속도전을 펼치고 있는 그들의 후방이 상대적으로 느슨해졌을 것으로 판단한 겁니다. 아군 모두가 공포에 떨고 있을때, 다른 기회들을 볼 수 있는 눈을 갖고 있었던 겁니다. 그래서 먼 거리를 돌아 나치군의 후방을 쳤고, 그것을 통해 나치군의 전력 2/3를 전멸시켰고, 그 일을 통해 2차 세계 대전의 완전한 승기를 잡게 됩니다. 결국 이 전쟁으로 인해 2차 세계대전의 승리가 연합군 쪽으로 돌아오게 된 것입니다.

우리는 예상치 못한 어떤 나관에 부딪치게 되면, 두려움과 초조함과 공포 같은 부정적인 감정에 당황하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그 위기 속에 제대로 한 번 싸워보지도 못하고 점점 몰락의 길을 걷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세계적인 전략가인 '리얀 홀리데이(Ryan Holiday)'가 그 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비밀 하나를 우리에게 소개하고 있는데, 바로 <안개 걷어내기>라는 겁니다. 그가 이렇게 말합니다.

"잠시 안개가 끼었을 뿐이다. 그러니 지금 느껴지는 두려움은 '팩트'가 아니다. 우리가 진짜 위기에 빠지는 건 안개를 마주한 순간이 아니라, 안개 낀 상황만 보고 모든 걸 판단해버리는 순간이다(돌파력, The Obstacle is the way중에서)."

인생의 여러 가지 문제들이라는 짙은 안개가 끼면 우리는 앞이 잘 보이지 않기 때문에 두려움과 공포에 휩싸이게 되는 겁니다. 그런데 그건 그냥 안개가 끼여 있을 뿐이라는 겁니다. 그래서 그 안개를 걷어내는 것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그 현상만을 보고 두려워할 필요 없다는 겁니다. 침착하게 그 안개를 걷어내기 시작하면, 새로운 돌파구가 보이기 시작하는 겁니다. 그 모든 위기 상황을 돌파해 나갈 수 있는 새로운 전략을 갖게 되는 것입니다.

언젠가 제가 진로와 미래에 대한 문제 때문에 앞이 캄캄하다고 느낄 때가 있었습니다. 매일 매일을 살아간다는 것이 막막하고 답답하기만 했었습니다. 신앙인인 제게 기도 외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기도를 해도 막막하기만 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새벽에 기도하고 있는데, 하나님께서 제게 이렇게 말씀하시는 겁니다.

* 하나님 : "제환아 너는 누구의 것이냐?"
* 나 : "저는 주님의 것이죠"
* 하나님 : "그러면 너의 인생은 누구의 것이냐?"
* 나 : "저의 인생 역시도 주님의 것이죠"
* 하나님 : "그렇다면 너의 미래는 누구의 몫이냐?"
* 나 : "그 역시도 주님의 것이죠"
* 하나님 : "그런데, 왜 너는 나의 것을 갖고 네가 염려하고 있느냐?"

하시는 겁니다. 그 때 알았습니다. 신앙을 갖고 있었던 제가 하니님께 온전히 제 인생을 맡기지 못하고 있었던 겁니다. 지금 당장의 여러 가지 어려운 문제들과 막막함 때문에 불안해 하고 염려하고 있었던 것은 주님께서 일하실 것을 온전히 믿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그 일 이후로 저는 하나님께 내 삶을 온전히 밑기기로 했습니다. 그러니깐 먼저는 제 마음 속에 있는 모든 두려움의 안개와 그림자들이 걷혀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제 인생의 새로운 길들이 열려지는 것을 경험했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여러분 앞에 어떤 짙은 안개로 불안해하고 심하게는 공포를 느낄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이제 그 안개를 걷어내 보십시오. 그 때 새로운 인생의 전략들이 보이기 시작할 것입니다.

이야기 '샘'은 세부교민들께 깊은 숲 맑은 옹달샘의 시원하고 청량한 샘물 한모금 같은 글을 전해드리고픈 바람을 담은 김제환(광명교회 담임목사)님이 집필해 주고 계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