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부에서 살고보니] 북유럽과 세부

북유럽과 세부.jpg 세부에 오래 살고 보니 나도 모르게 느리고 세상물정 모르는 단순하게 살아가는 섬사람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런 나에게 몇 해 전 아얄라 백화점에 충격적인 마케팅을 하고 있는 기업 시설물을 보았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H&M(Hennes & Mauritz)라는 스웨덴에 본거지를 둔 의류 브랜드의 세부 런칭을 알리는 대대적인 상징으로 백화점 앞 광장에 초대형 빨강색 옷걸이 조형물을 설치했는데 바닥에 꽂혀있는 모습으로 설치되었습니다. 저는 그런 브랜드조차 모르고 세부에 시장을 열게 되는 의미도 모르기에 좀 얼떨떨한 섬사람으로 도대체 저 회사가 어떤 회사이기에 세부의 최고의 고급 백화점 3개 층을 단일 매장으로 열수가 있을까? 궁금하면서도 평소 모르는 영역이라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이제 이 열대섬 세부를 본격적으로 추운 지방인 유럽 사람들이 비즈니스를 통해 점렴해 나아가고 있다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 한인들에게나 이곳 섬사람들에게는 서유럽은 친숙하지만 북유럽 스칸디나비아 사람들은 잘 모르고 그저 추운 지역에 살고 있는 바이킹 후예들로만 알고 있는 정도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오늘 세계는 이 북유럽 사람들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고 그 사람들의 앞서가는 기업들과 사회정치제도, 복지제도, 교육제도에 열광을 하고 있습니다. 왜냐면 현재 그 나라들이 전세계에서 제일 잘사는 나라들이고 삶의 질과 만족도가 제일 높은 나라이기 때문입니다. 여성들에게는 세계 최고의 성평등이 이루어진 나라 또한 엄마들에게는 아이들에게 천국 같은 북유럽의 유모차와 기저귀들... 북유럽 국가가 이곳 무더운 열대의 세계에 어떻게 자리매김을 해가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바이킹 후예

얼마전 SM백화점에 '바이킹' 뷔페집이 오픈해서 가본 적이 있습니다. 물론 마닐라에 갈 때 종종 모임장소로 먼저 경험을 한 적이 있었기에 낯설지는 않았지만 이름만은 좀 어색했습니다. '아! 왜 그 무시무시한 바이킹일까?' 뷔페에는 바이킹을 상징하는 장식을 설치해 놓고 일정 시간이 되면 그날 생일 맞은 사람들을 세워서 큰 잔치를 열어주는데 전 종업원들이 나와 춤을 추고 사진도 찍어주고 노래도 불러줍니다. 그중 리더는 바이킹 복장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나중에 공부를 해보니 사실 이 뷔페음식은 바이킹의 유산이라고 합니다. 전쟁에서 승리하거나 약탈하고 나서는 널판지를 깔아놓고 거기에 있는 음식 모두를 펼쳐놓고 먹는 문화가 나중에 프랑스에 전파되었고 'buffet'라는 단어가 프랑스말로 뷔페라고 하며 곧 유럽에 퍼졌고 이제는 전세계에 퍼져있는 음식문화가 되었습니다. 원래 스칸디나비아에서 활동하던 바이킹은 약탈자이자 모험가였습니다. 뛰어난 항해술로 바다를 장악한 이들은 잉글랜드, 러시아, 프랑스 등 유럽의 거의 모든 지역을 약탈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그리고 끝내는 잉글랜드를 정복해 노르망디 왕조시대를 열었습니다. 바이킹(Viking)은 '골짜기 강에서 온 사람들'을 뜻한다고 합니다. 이후 바이킹이라는 용어는 800년경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침략・무역・식민정책의 시대를 살았던 본국와 해외의 모든 스웨덴・노르웨이・덴마크 지역의 스칸디나비아인을 가리키는 말이 되었고 오늘날에는 북유럽 사람들입니다. 바이킹은 원래 외국과의 교역을 활발하게 진행한 정상적인 무역집단이었습니다. 바이킹이 정상적인 무역활동을 버리고 해적질에 나서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스칸디나비아의 척박한 자연환경이 제일 큰 요인이었습니다. 이런 바이킹들이 오늘날은 노벨상의 나라이고 최고의 복지국가이며 높은 세금(58%), 인권국가, 친환경국가, 가장 경쟁력있는 나라들로 바뀌게 된 비결은 무엇일까요?

이코노미스트는 세계주요국들의 창조경제 역량지수를 발표했는데 OECD내 31개국가 중 1위는 스위스, 스웨덴, 덴카므, 필란드가 2위에서 5위입니다. 북유럽국가의 힘을 볼 수가 있습니다. 미국은 7위이고 독일은 11위, 일본은 15위, 한국은 20위였습니다. 북유럽국가 5개국의 총 합한 인구는 2,500만 밖에 되질 않습니다. 우리나라의 절반 인구밖에 되질 않는 이 북유럽국가들이 경제 사회 문화 또한 부패 정도, 인적 자원, 호황 측면, 글로벌 혁신성 등에서 전세계에서 제일 앞서가는 힘은 국가에 대한 신뢰도에 있습니다.

볼보, H&M, 이케아, 레고, 스토케, 로얄, 코펜하겐, 일렉트록스, 뱅인드올롭슨, 에릭슨, 칼르버그, 앵그리버드, 머스크, 로얄 코펜하겐, 이딸라, 알바알토, 마리메코... 그리고 음악가 그리그, 시벨리우스, 아동문학가 안데르센, 철학자 키에르케고르, 영화감독 잉마르 베르만...


이케아 철학

북유럽의 기업 중에서 대표적인 가구브랜드 이케아를 상징적으로 살펴보면 어떻게 북유럽 바이킹 민족들이 오늘날 전세계에서 제일 잘 살고 행복도가 높은 간강한 삶을 살고 있는가를 대충 가름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결론적으로는 추운 북유럽 국가들의 철학을 나타내는 것처럼 이케아의 철학은 지독한 구두쇠 기업으로 철저한 저가전략을 기반으로 '고객에게 더 나은 생활 제공이 존재 이유'라는 철학을 가진 기업입니다.

이케아 창업자는 잉그바르 캄프라드(88)입니다. 그는 철저한 구두쇠로 단돈 1원도 아껴야 한다고 강조하는 사람입니다. 이런 구두쇠 정신은 이케아에 그대로 주입됐습니다. 그는 이케아에서 파는 가구가 싸다는 데 그치지 않고 헐값으로 받아들여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게 전부는 아닙니다. 캄프라드는 이케아가 다른 가치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는 유럽 최고의 갑부이자 세계 다섯번째 부잡입니다. 캄프라드의 재산은 517억 달러에 이릅니다. 이케아라는 상호는 잉그바르 캄프라드(Ingvar Kamprad) 이름과 그가 소년시렂을 보낸 농장 이름인 엘름타리드(Elmtaryd), 그 마을의 이름인 아군나리드(Agunnaryd)의 머리글자인 I, K, E, A를 각각 따 만들었다고 합니다. 그는 업계에서 '스쿠루지 영감'이라 불립니다. "1원을 절약하면 1원을 벌 수 있다. 당신이 억만장자라해도 마찬가지다.", "구두쇠라는 세간의 평가가 자랑스럽다.", "자원을 낭비하는 일은 도덕적으로 큰 죄를 짓는 일이다." 캄프라드는 평소 지하철 경로우대권을 이용한다. 주말에 15년 된 구닥다리 자동차를 몹니다. 비행기는 무조건 이코노미석만 고집합니다. 호텔에 묵을 때 호텔비에 포함됐다며 메모지와 볼펜 등을 챙겨 나옵니다. 차를 마실 때도 티백을 꼭 2번 이상 우려 마십니다. 캄프라드는 일상에 필요한 물품을 1년에 단 한 번 성탄절 직후 대형 할인행사 때 구입합니다. 물론 이케아 매장을 이용합니다. 그의 집은 값싼 이케아의 가구로 장식됐습니다.

저는 오늘의 북유럽 국가들을 볼 때마다 중국인들이 떠오릅니다. 대체적으로 한인들은 이곳 세부섬에서는 선한 것이 날수가 없다고 부정적일 때 이들은 근검과 절약으로 오늘 최고의 부를 세부섬에서 이루고 사는 민족입니다. 필리핀도 유럽 스페인의 영향을 받았지만 스페인 서유럽이라 화려하고 축제를 중요시하는 기반으로 하기에 이 열대에서 독하게 살아가기가 쉽지는 않지만 필리핀의 가치는 웃으며 감사하며 서로를 존중하며 사랑하는 여유의 문화가 자산일 듯합니다.

북유럽 국가들은 그들 나름대로 가치가 있듯이 비록 열대지방 사람들이 가난할 지라도 편안하게 하고 서로 사랑하며 남에게 해를 주지 않는 풍토는 세부섬의 소중한 자산이라 봅니다.

필자는 23년 전 세부에 정착하여 현재 한사랑 교회 목사, 코헨대학교 세부분교 학장에 재임중이며 UC대학 HRM학과에서 강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