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부에서 살고보니] 영화 '미션'

영화 미션.jpg 세부에 오래 살고보니 세부는 필리핀 천주교의 중심지 역할을 하는 성지 같은 곳입니다. 마젤란 크로스가 있고 또한 마젤란 기념비가 있습니다. 그러하기에 작년 1월 24일부터 31일까지 있었던 51회 세계성체대회가 이곳 세부섬에서 개최 되었었습니다. 전세계적으로 15,000명의 천주교대표들이 참석을 했었고 한국에서는 40명이 파견되었습니다. 오늘 이렇게 국민의 80%가 천주교인을 이룰 정도의 천주교 나라가 되기까지는 스페인 신부들의 수많은 희생과 열정이 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필리핀 전국 어느 곳을 가도 대부분 마을이나 도시가 성당을 중심으로 형성되었고 그 옆에는 프라자 공원이 형성이 되어있는 형태로 특별히 세부에 있는 모든 타운들을 여행한다면(예: 릴로안, 콤포스텔라, 다나오 세부북쪽) 분명 그 타운은 성당이 중심이 되어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또한 모든 관공서나 학교, 병원 모든 행사에는 반드시 미사로부터 시작이 됩니다. 물론 제가 있는 세부대학교에도 공식 신부님이 계시고 이분께서 축복을 하셔야 모든 행사나 일정이 진행됩니다. 결과적으로는 스페인 신부들의 미션은 결국에는 완성되었다고 볼 수가 있습니다. 우리가 영화 '미션'(롤랑 조페 감독)을 보면 천주교 신부님들의 그 미션을 이루어 가는 과정을 감동적으로 볼 수가 있습니다.


아마존 선교

영화 '미션'의 감독은 롤랑 조페(1945년생)입니다. 이분은 '킬링필드'(1984)로 아카데미 3개부분 수상을 하고 '미션'(1986)으로 아카데미상 2개 부분 수상을 또한 칸 영화제에서 대상격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명감독입니다. 영화 미션은 1986년 제작된 영국 영화로, 18세기 남아메리카에서 선교 활동을 하던 예수회 선교사들의 활동 내용을 소개하는데 영화가 시작되면서 "그리하여 사제들은 죽고, 저만 살아남았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죽은 건 저이고, 산 자는 그분들입니다. 그것은 언제나 그렇듯, 죽은 자의 정신은 산 자의 기억속에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라는 알타미라노 추기경이 교황 베네딕토 14세에게 보내는 편지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 영화의 핵심이 되는 세 명의 인물은 제러미 아이언스, 리암 니슨, 로버트 드 니로이며 오늘날 한국에서 더 유명한 것은 이 영화에 나오는 엔리오 모리코네의 사운드 트랙 음악일 것입니다. 특별히 'KBS 남자의 자격'이란 연예프로에서 박칼린이 지휘한 합창단 곡이 영화 미션곡 '넬라 판타지아'였었는데 그때 일반 한국인들에게는 넬라 판타지아가 영화보다 더 많이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과라니족 선교를 위해 이과수 폭포에서 순교한 줄리안 신부에 이어 가브리엘 신부는 오보에 하나를 들고 정글에 들어가 원주민들의 마음을 열면서 선교가 시작됩니다. 그러면서 정글에서 머물던 이들을 이끌어내 싸날로스라는 선교마을을 건설하게 됩니다. 그러나 가브리엘 신부와는 전혀 다른류의 잔혹한 백인인, 원주민들을 죽이고 팔고하는 노예상인 로드리고 멘도사가 있습니다. 그는 전직 용병이자 노예상인데 그는 그만 자신의 애인과 바름을 피운 이복 동생과 검술 대결을 펼치다가 증오로 동생을 죽이게 됩니다. 반년 가까이 죽음만을 기다리며 죄의식에 시달리던 로드리고는 가브리엘 신부에게 감화되어, 그의 과라니족 선교에 동창하기로 결정합니다. 로드리고는 이전에 과라니족을 사냥하여 노예로 팔았던 전력이 있기 때문에 그 죄를 참회한다는 의미에서 자신이 사용하던 모든 갑주와 무기구, 검을 그물로 묶어서 덩어리를 만들고 그것을 둘러메고는 필딩 신부, 가브리엘 신부와 함께 과라니족을 찾아가게 됩니다. 그곳에서 로드리고를 알아 본 과라니족은 처음에 흥분하며 로드리고의 목에 칼을 들이대지만, 로드리고를 용서하고 칼로 밧줄을 끊고 그물망에 싸인 갑주와 무기구를 강물에 버려버립니다. 로드리고는 마을에 동화되어, 나머지 세 신부와 함께 정글 속에 살던 과라니족을 이끌어내어 싼칼로스 마을을 설립하며 성당을 짓습니다. 로드리고는 성경을 배우게 되며 신앙심이 깊어져가며 예수회에 입회하게 됩니다.

한편 1750년 머나먼 유럽 땅에서 에스파냐와 포르투갈 사이에 체결된 마드리드 조약은 남아메리카 땅에서 두 나라의 국경을 새로 규정했는데, 이 때문에 그동안 에스파냐와 교황청 관할에 속했던 지역들이 일거에 포르투갈의 영토로 편입됩니다. 이것은 원주민 노예화를 적어도 법적으로는 금지해온 에스파냐와 교황청의 영향력이 사라진다는 의미였고, 더 나아가 선교 마을의 안전이 더 이상 지켜질 수 없음을 뜻했습니다. 결국 선교마을에는 교황 특사로 알타미라노 추기경이 도착하며 그의 임무는 포르투갈과 스페인 양국의 이익을 상호 존중하며 교황청의 권위를 지키는 것이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영토 경계선에 위치한 과라니족과 그 안의 예수회 선교 사제들이 골치였던 셈입니다. 이 때 "원주민들은 사람이 아니라 미개한 짐승, 동물이므로 예수회 선교사들은 철수하라"는 식민지 지배자 측 입장과 "원주민들도 영혼을 가진 엄연한 사람이며 신앙 전파의 대상"이라는 사제들의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게 됩니다. 신부들은 원주민이 동물이 아니라는 증거로 어린 원주민 소년에게 성가를 부르게 합니다. 식민지 지배자 측은 원주민들을 "인간의 말을 잘 따라하는 짐승"이라고 일축하고 그러자 가브리엘 신부는 "이들은 짐승이 아니라 영적인 존재들입니다"라고 맞섭니다. 어찌되었건 양국 경계선의 영토 문제를 해결하는 결정권자는 교황 특사(추기경)였습니다. 가브리엘 신부의 안내를 따라 추기경이 돌아본 선교 사업은 너무나 훌륭한 것이었으며, 조직과 운영 등 전반에 걸쳐 그리스도교 이념에 부합하는 것이었습니다. 이에 추기경은 고뇌하나 국가와 교회의 정치적 관계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식민지 지배자 측의 손을 들어주게 되고, 직접 과라니족의 영역에 가 그들에게 이곳을 떠나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선교사들에게도 복귀 명령을 내립니다. 한편 원주민들은 주교의 명령을 거부하고 그들이 건설한 도시를 지키기로 결정합니다. 멘도자는 원주민을 지키기 위해 칼을 들고, 가브리엘은 "사랑"이라는 보다 큰 교리에 충실한 채 각잗의 방식으로 저항합니다. 결국 산 카를로스는 포르투갈 군대 앞에 함락되고 멘도사와 가브리엘은 총에 맞아 쓰러지며 마무리됩니다.

이 영화는 1753년 '과리니 전쟁'을 다루지만 실제 전쟁은 1756년에 끝났고 영화와는 달리 추기경의 명령을 어기고 과라니족과 싸운 신부는 한명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과라니 선교는 150년을 걸쳐 이루어낸 것이었습니다. 이 영화의 감동은 말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영화의 관점은 서구 중심적이고 오리엔탈리즘 그리고 종교색채가 강한 영화입니다. 원주민들의 관점은 배제가 되었고 그들의 전통과 문화는 소외되었고 서구중심으로 전개가 됩니다.

오늘 우리 한인들이 세부 섬에 정착하려고 할 때 또는 여러 봉사와 선교팀들이 잠시 단기적으로 방문하게 될 때 대부분이 17세기 서구인들이 아마존 원주민들을 바라보았던 시각으로 현지인들을 대하는 태도를 많이 볼 수 있습니다. 그 자체가 또한 21세기 식민주의 정복사상으로 현지인들과 마찰을 일으키게 되고 현지에 뿌리를 내려가는데 오랜 시간과 갈등과 아픔이 남게 되는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 한인들이 이곳 세부 섬에서 생활하면서 좀더 마음을 열고 원주민들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훈련을 한다면 좀더 쉽게, 좀더 친근하게 이 섬에 정착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필자는 23년 전 세부에 정착하여 현재 한사랑 교회 목사, 코헨대학교 세부분교 학장에 재임중이며 UC대학 HRM학과에서 강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