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부에서 살고보니] 엔트로피

엔트로피.jpg 세부에 오래 살고 보니 문득 이런 제 3세계의 장점을 많이 발견하게 되고 그런 부분은 너무나도 축복이라고 생각됩니다. 세부의 일년내 맑은 하늘과 깨끗한 공기 또한 투명한 바다 그리고 아직 덜 오염된 사람들 이런 부분은 돈으로도 살수 없는 세부 섬의 기쁨이라고 생각됩니다. 얼마전 한국에 가보니 미세먼지로 인해 많은 질병을 발생하고 대다수 사람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살아가며 건강 때문에 서울을 떠나고 싶어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직접 체험했습니다. 그때도 '아 현대문명이 다 좋은 것은 아니질 않는가' 라며 내가 살고 있는 세부 섬이 그리워진 때가 있었습니다. 최근 조국 대한민국에서 들려오는 소리들은 거의가 환경오염과 관련된 사항인데 특별히 살충제(DDT) 계란파동과 휘발성유기화합물(VOCs)의 독성물질 생리대 파동 또한 이재용 삼성부회장의 1심 재판 징역 5년 판결 내용들입니다. 그런데 이 세 가지는 모두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은 인간의 세속적인 욕심의 결과라는 것입니가. 그러한 인간의 욕망들이 맑고 투명한 대한민국의 모습보다 어둡고 건강치 못한 우리사회를 만들게 되고 있습니다.

엔트로피란 무엇인가

엔트로피란 단어는 일반 현대인들에게는 잘 쓰지 않는 단어입니다만 최근 제레미 리프킨 씨가 쓴 '엔트로피'라는 책이 전 세계적으로 많이 알려지며 많이 친숙한 단어가 되고 있습니다. 일단 엔트로피는 결론적으로 우리가 중고등학교 때 물리시간에 배운 열역학 제2법칙입니다. 열역학 법칙에서 제1법칙은 에너지의 총량은 일정해서 생성하거나 소멸될 수 없고 오직 형태만이 바뀔 뿐이라는 '에너지 보존의 법칙'입니다. 수력발전소에서는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강물의 위치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바뀌어 우리 가정에 전달합니다. 열기관에서 발생하는 열은 그만큼의 일로 바뀝니다. '태양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가 좋은 표현입니다. 또한 에너지와 물질의 형태 변화는 오직 한 방향으로만 이뤄집니다. 사용할 수 있는 형태로부터 사용할 수 없는 형태로, 질서가 있는 상태에서 무질서가 증가하는 상태로만 변할 수 있으며, 그 되돌림은 불가능합니다. 이 때 사용 불가능한 형태로 바뀌어 있는 에너지의 총량을 '엔트로피'라고 합니다. 곧 엔트로피란 더 이상 일로 바꿀 수 없는 에너지의 양에 대한 척도이며, 엔트로피의 증가는 사용 가능한 에너지의 감소를 뜻합니다. 자연 물질이 변형되어, 다시 원래의 상태로 환원될 수 없게되는 현상. 에너지의 사용으로 결국 사용가능한 에너지가 손실되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의미입니다. 이것을 열역학 제2법칙이라 합니다.

열역학이란 매우 어려운 개념같지만 실제로는 간단명료하며 매력적인 과학적 사고방식입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자연과 사회현상을 설명하는 새로운 개념으로 이해합니다. '엔트로피'는 물질문명의 한계를 비판하기 위한 중요한 개념일 뿐 만 아니라 현대에 와서는 생태계의 위기, 과학기술의 한계와 관련, 더욱 주목받고 있습니다. 오늘날 현대인들의 세계관 형성은 대체적으로 400년 전에 골격을 이루어졌고 오늘까지 17세기 뉴턴의 기계적 우주관의 영향아래 살아가고 있습니다. 아인슈타인은 엔트로피 법칙을 보고 "모든 과학에 있어 제1법칙"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열역학 법칙을 요약하면 제1법익은 우주 안의 모든 물질과 에너지는 불변하며 따라서 창조될 수도 없고 단지 그 형태만 바뀔 뿐이다 라는 것이고 제2법칙은 물질과 에너지는 한 방향으로만 변한다고 규정합니다. 곧 유용한 상태에서 무용한 상태로 획득 가능한 상태에서 획득 불가능한 상태로 질서의 상태에서 무질서한 상태로만 변한다는 것입니다.

이번에 살충제(DDT) 성분이 검출된 영천의 한 양계농가의 농장주 이몽희(56) 씨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나는 화학물질을 싫어해 샴푸도 쓰지 않는다. 약이나 소독제를 쓰면 미생물 균형이 깨져 벌레가 더 생긴다는 것을 알게 된 후 절대 쓰지 않는다. 수십 년 전 이 땅이 복숭아밭이었을 때 DDT를 쓴 흔적이 남아있는 거라고 본다. DDT는 반감기가 40년까지도 된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모희 씨는 전혀 농약을 쓰지 않고 자연적으로 양계 사업을 했는데도 예전에 복숭아밭 시절 사용한 DDT 농약이 아직도 남아있어 닭에게 영향을 주고 있다면 정말 무서운 현실입니다.

DDT는 반감기가 40년마다 성분이 반으로 줄어드니 160년 동안 흔적이 남는다는 것입니다. 정말 놀라운 사실입니다. 우리 한국에 DDT 농약이 뿌려진 시점은 춥고 배고팠던 60~70년 대였습니다. 그때 미군들에게 빵가루 전지분유 얻어먹던 때 일단 굶어 죽는 거 해결하자고 무제한으로 뿌려진 농약이 오늘 2017년 우리의 식탁에 그대로 올려지는 현실이 바로 엔트로피인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근대화 과정에서 과거적 인간의 삶을 부정하는 생각을 강하게 갖고 있었습니다. 곧 과거를 부정하는 것이 근대화를 이루고 더 행복한 삶을 영유하는 것이라고도 생각을 했습니다. 홉스는 원시상태의 인간의 삶을 "외롭고, 가난하고, 괴롭고, 야만적이고, 짧은 삶"으로 규정했지만 그러나 아프리카의 부시맨을 위시한 몇몇 수렵채취사회의 생활상을 상세히 연구해본 결과, 매우 놀라운 사실들이 발견되었습니다. 우리 현대인들은 일주일에 40시간 일하고 1년에 2~3주 정도의 휴가를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원시상태의 사람들을 측은히 여깁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존재하는 수렵채취인들을 살펴보니 그들은 일주일에 12~20시간밖에 일하지 않고 몇 주, 몇 달에 걸쳐 전혀 일을 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놀이를 하거나 스포츠, 예술, 음악, 춤, 제례의식, 상호방문으로 여가시간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또한 그들은 대체적으로 건강했고 먹거리는 영양이 풍부했고 구성원간 또는 다른 조직간 적대행위에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정신과 스콧 팩 박사는 그의 명저 '끝나지 않은 길'에서 이 우주의 에너지 법칙인 엔트로피의 힘을 원죄라고 보았습니다. 인간 안에 있는 죄성이고 욕망이라고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는 이것은 게으름으로 나타난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이것을 이길 힘은 영적인 생활이고 그것은 다른 말로 사랑이라고 했습니다. 사랑이란 "우리 자신 또는 다른 사람의 영적인 성장을 돕기 위해 자아를 확장하려는 의지"라고 정의합니다.

오늘 그런 의미에서 우리가 살고 있는 세부 섬은 축복의 섬입니다. 왜냐면 인간의 욕망이 가득찬 문명보다는 원시상태인 원초적인 서로 돕고 사랑하고 아직은 인간이 개발한 쓰레기들이 넘치는 사회가 아닌 자연 그대로의 천연 에너지가 풍부하며 맑고 투명한 하늘을 바라보며 살아갈 수 있는 사회이기 때문입니다. 제레미 리프킨의 책 '엔트로피'의 후기에는 니콜라스 죠르제스키 레겐의 말 "너의 종을 네 몸 같이 사랑하라!"로 마무리합니다. 세부 섬에 살고 보면 이곳에도 엔트로피 존재하기에 이런 저런 방법의 경제활동은 존재하고 있지만 인간을 해하는 방법까지 써가는 비즈니스는 그렇게 많지 않아 보입니다. 그런 부분에 늘 감사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우주의 법칙은 에너지와 환원인데 이 환원은 사랑이 없으면 불가능한 것입니다. 개인도 기업도 누구도 예외가 없습니다. 우주가 우리에게 준 축복을 그대로 자연에게 또한 이웃에게 돌려주는 삶이 우주의 원리인 듯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아직은 세부 섬은 아직까지는 자연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아름다운 우주인 듯 생각됩니다.

필자는 23년 전 세부에 정착하여 현재 한사랑 교회 목사, 코헨대학교 세부분교 학장에 재임중이며 UC대학 HRM학과에서 강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