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부에서 살고보니] 필리핀 사람들의 세계

필리핀 사람들의 세계.jpg 세부에 오래 살고 보니 이제 더 이상 이곳은 다른 나라가 아닌 나의 나라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어제는 세부대학교의 Intramural(축제)가 있었습니다. 물론 행사를 하려면 당연히 애국가(Philippine National Anthem) 제창부터 시작됩니다. 그런데 어제는 정말 기분이 묘했습니다. 25년을 살아가면서 또한 수많은 행사를 치러보니 나의 조국 대한민국 국가보다 필리핀 국가를 더 많이 듣게 되니 이 나라 국가인 'Beloved Country'(Lupang Hinirang)이 훨씬 더 나의 애국가인 듯 하고 또한 더 마음에 다가왔습니다.
이 노래는 1898년 독립전쟁의 혁명 지도자였떤 아기날도 장군이 카비테 출신의 피아니스트겸 작곡가인 J.펠리페에게 진군가를 작곡하게 한 것으로, 1898년 6월 12일, 카비테에서 아귀날도 장군이 필리핀이 독립한다는 선포식이 거행되고 이곳에서 최초로 연주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초기 필리핀 국기인 삼색기가 공식적으로 최초 게양 되었으며, 삼색기가 하늘 높이 치솟아 오르는 동안 진군가도 최초로 장엄하게 울려 퍼졌다고 합니다. 이듬해 젊은 애국시인인 J.팔마가 가사를 붙여 필리핀 애국가가 완성되었다고 합니다. 1899년 초기 제목은 'FILIPINAS'였습니다. 가삿말은 필리핀 혁명의 정신을 고양하며 나라에 대한 사랑, 용맹, 희망, 승리, 평화 애호, 충성을 다짐하고 있습니다. 이제 하루하루가 다가갈수록 이곳 땅속으로 더 가까이 들어가는 일밖에는 남지 않았는데 그러면서 이곳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가 재미있고 이 나라에 살아가는 이 백성들의 삶의 방식을 소개해 보고자 합니다.

현지인들의 사는 방식, 첫째, 가족공동체로 살아갑니다.

필리핀 가족 사회는 한국이나 중국 일본 같은 조상과 혈통을 중심에 기초한 가족이라기보다는 현재의 가족 구성원 각 개인에 기초한 가족입니다. 따라서 이러한 가족구조는 폭넓은 가족사회와 친족사회보다는 가까운 가족들 중심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필리핀에서 제일 중요한 단어는 다름 아닌 '가족'이라는 단어입니다. 그러하기에 필리핀 하면 대표적인 노래가 바로 프레디 아길라(Freddie Aguilar) 1978년에 발표해 세계적인 히트를 가져온 '아낙'(자식)이라는 노래입니다.

둘째, 모계사회의 틀을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양가에 기초한 가족사회, 친족사회를 형성케 하고 더 나아가 연장된 가족(대부, 대모 등으로) 및 친구(balgada) 그룹으로 이루어져 더 다면적인 성격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리핀에서의 가장 중요한 위치는 엄마입니다. 대학교 교수사회에서도 학교를 이끌어 가는 요체는 여성들입니다. 물론 한국도 현재 정당대표들이 여성분들이기도 합니다만. 필리핀의 사회기반은 어머니요 또한 여성이 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스페인 통치 전략적으로 여성 우위 교육을 유도해온 까닭도 한몫합니다. 대부분 정권에 대한 반란의 주체가 되는 남성들이 지식적으로 깨어남을 우려했던 식민통치의 영향으로 남성 교육보다 여성 교육에 치중했던 전통이 남아있기 때문에 여성 지식인층이 폭넓게 양산되고, 오랜 시간 많은 분야에서 입지를 굳히고 활동해 왔습니다.
저는 세부섬에 25년 살면서 대체적으로 모든 일을 결정해야 하는 순간에서 결정자의 부인이 반대를 할 경우에는 일이 성사가 되질 않고 모든 중요한 결정 전 반드시 부인의 허가를 받으러 가는 남자들의 경우를 종종 보아왔습니다.

셋째, 개인보다는 공동체를 중시합니다.

필리핀 사람들의 삶의 방식에는 민감함(Sensitivity), 상호성(Recipriocity), 그리고 집단성(Collectivity)을 중요시 합니다. 부연하면 민감함 상호성을 가지고 집단의 일원으로 살아가지 않으면 이 필리핀 사회에서 일하고 살아가기 어렵습니다. 제가 아는 캐나다 선교사도 고백하기를 자신은 한 필리핀 여인을 사랑을 해서 결혼을 했는데 살고 보니 그 연인의 전체 가족들과 결혼해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합니다.
필리핀에서는 개인의 삶이란 존재하기가 어렵습니다. 모든게 가족공동체와 연결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늘 가족들에게 민감해야하고 서로 도와야하고 또 공동체로써 살아가는 훈련을 해야합니다. 물론 한국 사람은 이런 부분에 적응하기가 무척 어렵습니다. 현지인들은 친척 중에 누가 아프면 학교를 안나오거나 직장에 결근하는 예가 참 많기 때문입니다.

넷째, 큰 인물중심으로 관계가 형성된다.

현지인들의 세계에서 구심점은 '꼼빠리'입니다. 인간관계는 단체의 정해진 법이나 규율을 대치하며, 친지에 대한 의무는 자신이 그 기구에 대한 의무보다 우선이 되어 지고 충성심은 개인이나 일하는 기구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속한 집단 사회의 구성원과의 관계에 있습니다. 곧 자신들이 속해있는 영향력 있는 집단과의 관계에서 가족을 형성하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자신들과 연관이 있는 실력 있는 사람이 있다면 전 가족들이 여기를 중심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다섯째, 관계중심의 사회로 살아갑니다.

따라서 필리핀 사람들은 정을 중요시하는 온정주의(Pateralism), 또한 가족을 중심으로 하는 가족주의(Familism), 또한 어떠한 경우에도 예절을 중요시하는 인격주의(Personalism)의 상호관계 속에 움직이는 공동체입니다. 직장의 상사를 아버지와 같이, 직장 도료를 가족구성원과 같이, 그리고 그 관계는 자신이 중심으로 한 인격적 인간관계의 형태가 언제나 동일하게 이루어집니다. 곧 필리핀 사람들은 무엇보다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하고 모든 사람들에게 친절한 삶을 살려고 무척 노력하는 사람들입니다.

여섯째, 상당히 감성적으로 살아갑니다.

따갈로그에서 내면적으로 중요한 단어들은 Hiya(수치), Amor Porpio(자긍심), Delicadeza(민감함), Awa(불쌍히 여김)라는 단어들입니다. 곧 여기의 단어들은 상대를 가슴으로 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필리핀인이 갖는 명예와 불명예는 자신이 책임(Bahala), 존경(Galang), 그리고 속으로 진 빚(Utang-na-loob)에 대한 보은을 잘했는가 하지 못했는가로 평가를 하고 있습니다. 동료와 함께(Pakikisama), 적응성 혹은 겸손(Pakikitungo), 그리고 연민(Pakikiramay)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일곱째, 필리핀 사람들은 가족의 행복을 우선시 합니다.

그러하기에 가정과 일터의 명확한 구분을 두지 않습니다. 물론 학교에서도 학생들은 공부보다도 더 소중한 것은 가족의 행복입니다. 그러하기에 가족의 행사 때는 누구보다도 중요시여기고 결석을 자연스럽게 합니다. 일과 놀이의 구분이 명확하게 하질 않고 늘 일하면서도 떠들고 즐기는 것이 제일 잘하는 일이라는 것이라고 생각들 합니다.
세부 섬에 살아갈수록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일보다는 행복을 추구하게 되고, 일(대학 강의) 하는 중에도 지식보다는 지혜를 지혜보다는 기쁨을 학생들에게 전달하고 공유하는 것을 중요시하는 곧 웃고 떠드는 것을 즐겨하는 필리피노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제 모습을 곧잘 만나게 됩니다. 저는 이곳 세부에서 '필리피노' 스럽게 즐기며 오늘도 살아가고 있습니다.

필자는 23년 전 세부에 정착하여 현재 한사랑 교회 목사, 코헨대학교 세부분교 학장에 재임중이며 UC대학 HRM학과에서 강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