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부에 오래 살고 보니 점점 더 이 나라에 정착되어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고 결국 이민자의 삶에서 코리안-필리피노化 되어가고 있음을 날마다 느끼고 있습니다. 처음에 도착했을 때는 날씨와 환경과 문화가 너무나 달라 정착하기에 결코 쉽지만 않았는데 이제는 날씨도 적응이 되어 결코 필리핀이 더워서 힘들다고는 할 수가 없는 자연스러운 날씨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처음에 도착했을 때는 매일 살아가는 주제는 더위였었는데 이제 세부생활에서 날씨는 더 이상 큰 주제가 되질 않습니다. 최근에 세부대학교에서 조금씩 현지인들의 문화에 적응을 해나가면서 이제 나도 더 이상 외국인이 아닌 현지인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결국 필리핀이라는 나라도 외지사람들이 이곳에 정착해서 세워 놓은 나라이기에 이주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떤 문화를 꽃피우며 살아가야 하는 주제가 더 크다고 봅니다. 이 정글섬에 스페인 사람들은 성당과 관공서를 세웠고 미국인들은 학교와 병원을 세웠고 중국인들은 백화점과 비즈니스를 이루었다면 우리 한인들은 무엇으로 이 세부섬에서 정착할 수가 있을까요?
인류역사는 곧 이민사
윌리엄 수윙 IOM 사무총장은 '이주(민)는 21세기 메가트렌드'라고 합니다. 전 세계 이주자의 수는 현재 10억 명에 이르고 이는 지구상에 살고 있는 사람의 7명 중 1명이 이주자라는 것을 뜻하기 때문입니다. 이주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와 함께 되었습니다. 인류는 끊임없이 더 많은 기회와 더 나은 삶을 위해 이동해왔습니다. 이주현상은 다양한 요인에 의해 발생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이주자들은 더 높은 임금과 주거환경, 또는 가족과의 결합 등으로 인한 삶의 질 향상과 그에 따른 더 행복한 삶을 위해 이동했습니다.
오늘날 세부에도 교민수가 한 2만명 정도를 예상하고 있고 필리핀 전체에 한인들의 숫자를 10만명 정도로 잡고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한국에도 필리핀 사람들 이민자의 수가 적어도 8~9만명이 된다고 하니 그야말로 이제 이민의 시대에 살고 있는 듯 합니다.
현생인류도 사실 아프리카에서 발원하여 세계 각 곳으로 이주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곧 인류역사는 이주(민)의 역사라고 볼수 있습니다. 현생 인류는 후기 홍적세로 불리는 약 1만 년 전에 출현 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들은 순록, 매머드, 야생마, 오록스, 곰 등을 사냥했습니다. 그러나 언제 어느 때고 사냥한 것은 아니었고 식물을 채집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들은 여름에는 천막을 쳤고, 겨울에는 오두막을 혹은 붙박이 집을 짓기도 했습니다. 이들은 기원전 10만 녕경에 지구를 점령하면서 그 수가 증가하였으며, 예술과 성사, 종교 등 일련의 놀라운 발명을 한 사람들입니다. 후기 홍적세의 마지막 빙하기, 뷔름빙기가 끝난 약 1만 년 전경 현생 인류의 인구는 약 1만 명 이하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1만 년 전 인류의 역사 단계는 신석기 시대로 불립니다. 이즈음의 인류는 농사를 짓거나 목축을 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 후 청동기시대에 사유재산의 형성과 위계질서, 불평등 등이 생겨납니다. 이러한 인류의 문화는 주변의 환경을 변화시켰을 뿐 아니라 인류 자신의 진화에도 영향을 주었습니다.
가장 재미있는 사람의 종은 네안데르탈인입니다. 이들은 플라이스토세 중기인 약 20만년 전에 출현해 약 3만 년 전에 사라진 사람속의 한 종입니다. 현생인류인 호모 사피엔스와 가까운 종입니다. 유럽을 중심으로 한 서아시아에서 중앙아시아, 아프리카에 이르기까지 분포하였다고 합니다. 석기의 제작 기술을 가지고 있었고, 불을 이용하였으며, 매장의 풍습을 가지고 있어, 문화를 가지고 있었다고 합니다. 이들은 1856년 독일 프로이센의 뒤셀도르프 근교 네안데르(Neander) 계곡에서 인골이 발견되었기 때문에, 네안데르탈인이라는 이름이 붙여졌습니다. 그런데 이 종은 어느날 갑자기 3만 년 전쯤 이들은 유럽대륙에 나타난 현생인류와 경쟁하기가 어려워 멸종되었다고 합니다. 대체적으로 호모 사피엔스보다 사냥 기술, 의사 소통 능력, 환경의 적응능력에서 뒤져서 사라졌다고 봅니다. 사실 네안데르탈인은 호모 사피엔스에게 뒤지지 않았습니다. 몸집이나 뇌의 부피도 호모 사피엔스보다 훨씬 컸습니다. 호모 사피엔스의 직계 후손인 오늘날 인류의 뇌 용량은 평균 1400cc이지만, 네안데르탈인은 1600cc에 이릅니다. 네안데르탈인은 뛰어난 사냥꾼이었습니다. 이들은 사슴, 멧돼지, 말 등은 물론 들소, 코뿔소, 심지어 맘모스까지 사냥해서 잡아먹었습니다.
2005년 리처드 호란 미국 미시간 주립대 교수는 "네안데르탈인들은 20~30명씩 가족을 이뤄 살았지만, 다른 네안데르탈 집단과 교류가 아예 없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네안데르탈인에게 직계가족 이외에는 모두 적이자 심지어 먹잇감이었던 것입니다. 결국 이들은 가족의 범위가 20-30명 단위였고 나머지와는 교류를 하지 않은 것이었습니다. 오늘날 우리의 조상 현인류의 특징은 바로 소통과 내일이라는 개념을 가진 종이였다는 것입니다.
호모 사피엔스는 소통을 가졌기에 집단을 이룰 수 있었고 또한 내일이라는 미래의 개념이 있었기에 5만 년 전에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아프리카를 떠나 유라시아로 이민을 했습니다. 다니엘 밀로 현 파리 사회과학 고등원 교수는 '미래중독자'라는 책에서 그들이 아프리카를 떠날 때는 다른 종의 침략이나 기후조건의 변화 또는 식량부족 등 외부조건의 문제가 생긴 것이 아니라 단디 "여기보다 나은 곳"을 찾아 떠났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호모사피엔스는 더 나은 곳을 향하여 이주하는 DNA가 있는 종인듯 합니다.
필리핀에는 Aeta(아이타)라는 부족이 있습니다. 현재 대략 3만 명이 존재하고 이들은 3만 년 전부터 이곳에 살기 시작한 어찌보면 이들이 필리핀의 원주민이라고 볼 수가 있는데 현재 가면 갈수록 숫자와 영향력은 거의 사라져 가고 있습니다.
이들은 현재 잠발레스, 딸락, 빰빵가, 앙헬레스, 올랑가포, 빠나이, 바따안, 누에바 에시하에 흩어져 있습니다. 대체적으로 유목민들이기에 임시거처로 대나무로 집을 만들고 있고 보통 산에서 정착하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오늘날 필리핀 사람들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말라이족보다 더 오래되었고 원주민들이지만 외부와의 소통 긜고 미래에 대한 도전의식이 결여되었기에 대다수 산으로 이주되고 현실세계와는 거리가 먼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면 오늘날 세계의 중심이 되는 미국신대륙은 이 두 가지에서 앞서기에 세계를 이끌어가는 대국이 되었나 봅니다. 1620년 메사스츄스 폴리마우스에 도착한 청교도들이 세운 뉴잉글랜드가 오늘날도 전 세계 사람들에게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게 하여 매년 140만 명의 이민자들이 미국으로 이주하고 있습니다.
오늘 이곳 세부섬도 '세부 드림'이 있나 봅니다. 매년 수많은 사람들이 방문하고 이곳에 정착하려고 합니다. 아마도 영어권이라는 것과 섬사람들의 친절함 그리고 따뜻한 나라라는 이점 때문인 듯합니다. 일단 이민의 첫 단계인 소통의 관문을 우리 교민들은 통과해야 할 것입니다. 세부아노 사람들과 원활한 소통을 이루시고 또한 더 나은 세계에 대한 도전만이 이 세부섬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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