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부에서 살고보니] 인류 첫 이야기

인류 첫 이야기.jpg 세부에 오래 살고 보니 이야기들 속에서 살아갑니다. 특별히 한인들 세계에서는 이야기가 그립고 또 그래서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게 세부 섬에서의 삶입니다. 인류가 만들어져 가는데는 도구, 문자 그리고 종교가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그런데 도구는 기술의 발달을, 문자는 소통의 역할을, 종교는 통합의 기능을 주었습니다. 인류의 역사는 결국 이야기를 남겨가는 과정이라고 생각됩니다.
그 과정에 종교는 그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길을 이끌어가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그런데 여기 인류가 남긴 최초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것은 다름아닌 서구사람들 사고의 기반이 되고 있는 고대 그리스의 시인 호메로스가 쓴 '오디세이아'와 '일리아스'(기원전 8세기 작품)보다 무려 1500년이나 앞선 이야기가 있으니 그것은 바로 '길가메시 서사시'입니다. 도대체 기원전 21세기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했으며 또한 그런 사고들이 오늘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또 다른 세계 세부섬 한인 교민들에게는 무슨 메시지를 주고 있는 것일까요? 이제 기원전 21세기의 시대 사람들의 세계로 찾아 들어가 보겠습니다.


길가메시 서사시

길가메시 서사시(Epic of Gilgamesh)는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서사시로 수메르 남부의 도시 국가 우루크의 전설적인 왕 길가메시를 노래하였습니다. 19세기 서남아시아 지방을 탐사하던 고고학자들이 수메르의 고대 도시들을 발굴하는 과정에서 발견되었습니다. "수메르 왕 명부"에 따르면 길가메시는 기원전 28세기경 우루크를 126년 동안 지배한 왕이었다고 합니다. 길가메시의 일생에 관한 전설은 구전되어 시로 불렸는데 기원전 21세기경 우르 왕 슐기 때 특히 길가메시에 대한 많은 시들이 지어진 듯합니다. 기원전 18세기에 함무라비 왕의 고대 바빌로니아 왕국이 메소포타미아의 지배자로 등장하며 아카드어를 사용하는 바빌로니아인들도 길가메시에 대한 전설을 기록하기 시작했습니다. 지금까지 알려진 주요 아카드어 판본 중 가장 오래된 것은 한 구절을 따서 "모든 다른 왕들을 능가하는(Surpassing all other kings)"로 불리는데 함무라비 왕의 재위 때에 기록되었습니다. 길가메시는 죽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신격화되외 수많은 신화 및 서사시에 등자앟게 됩니다. 이것이 오늘날 가장 많이 알려진 수메르문학인 것입니다. 길가메시라는 인물은 3분의 2가 신이고 3분의 1이 인간인데, 지나치게 혈기왕성하고 여성을 탐하며, 거만한 인물로 묘사됩니다. 이를 보다 못한 우루크의 주민들은 신들에게 도움을 청합니다. 그래서 신들은 엔키두라는 이름의 남자를 창조합니다. 그러나 그는 난폭하고 거칠어서 길가메시보다 더욱 골치 아픈 존재가 되었습니다. 결국은 오히려 길가메시가 우루크 주민들을 돕기 위해 사랑과 전쟁의 여신 이난나(이슈타르)의 여사제 샤마트를 보냅니다.

샤마트는 인간 여성과 관계를 맺어본 적이 없는 엔키두에게 쾌락을 가르치고 야생에서 끌어냅니다. 샤마트와 함께 마을의 결혼잔치에 도착한 엔키두는, 초야권을 행사하기위해 온 길가메시와 격렬한 몸싸움을 벌입니다. 이후 엔키두는 길가메시의 변함없는 친구이자 동료, 그리고 연인이 되어 호사스럽게 지내게 됩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길가메시는 신들에게서 고향을 떠나 훔바바와 싸우라는 지시를 받습니다. 모험을 떠난 엔키두와 길가메시는 삼나무 숲에 들어섰고 마침내 훔바바의 둥지를 발견합니다. 길가메시와 엔키두는 훔바바에게 달려들었고, 격렬한 싸움 끝에 두 남자는 신 샤마슈의 도움을 받아 괴물을 물리칩니다. 훔바바는 길가메시와 엔키두에게 목숨을 구걸하고 샤마슈도 길가메시에게 훔바바를 살려줄 것을 권합니다. 그러나 길가메시는 결국 훔바바를 죽입니다. 곧이어 길가메시는 여신 이난나의 유혹을 받습니다. 길가메시가 이난나의 옛애인들의 비참한 운명을 거론하며 그녀를 거절하자 분노한 이난나는 이누에게 호소합니다. 결국 이누를 설득한 이난나는 길가메시와 맞설 하늘의 황소를 손에 넣게 됩니다. 하지만 엔키두가 황소를 붙잡았고 길가메시가 칼로 찔러 죽입니다. 황소가 살해당한 것에 분노한 신들은 엔키두를 병에 거릴게 하여 보복합니다. 며칠 후 엔키두는 죽어버리고 맙니다. 길가메시는 친구의 죽음에 상심하며 죽음에 대해 공포를 느끼게 됩니다. 이에 그는 영생의 비밀을 발견하기로 결심하고 영웅 우트나피슈팀을 찾아 나섰습니다. 우트나피슈팀은 대홍수 속에서도 살아남았고, 신들에 의해 불사의 존재가 된 사람이었습니다. 마시 산 입구에 다다른 길가메시는 문을 지키는 전갈 남자들로부터 제지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길가메시가 절반은 신이라는 것을 알아보고 길을 열어주었습니다. 길가메시는 산 속으로 들어갑니다. 마침내 길가메시는 바닷가 옆 아름다운 정원에 도착합니다. 정원에는 탐스러운 과일이 주렁주렁 달린 신들의 나무가 있었고 땅은 보석으로 덮여 있었습니다. 이곳에서 여신 시두리 사비투는 길가메시의 여정을 늦추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길가메시의 완강함에 손을 든 사두리 사비투는 아트나피슈팀의 사공인 루시나비에게 도움을 청하라고 조언을 해주었습니다. 루시나비는 길가메시를 배에 태우고 죽음의 바다를 건너 명계에 데려다 주었습니다. 드디어 길가메시는 우트나피슈팀을 만나 죽지 않고 영원히 살 수 있는 비결을 가르쳐 달라고 부탁합니다. 이에 우트나피슈팀은 인간에게 죽음이란 잠처럼 필요한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6일 낮 7일 밤 동안 잠을 자지 않고 깨어 있을 수 있는지 해보락 ㅗ합니다. 길가메시는 할 수 있다며 동의했지만 앉자마자 곧바로 잠이 들고 말았습니다. 길가메시가 고향을 ㅗ돌아가기 전 우트나피슈팀은 바다의 밑바닥에서 자라는 불로초에 대해 일러주었습니다. 하지만 길가메시가 몸을 구부려 불로초를 뽑자마자 뱀 한 마리가 훔쳐가버리고 말았습니다. 뱀은 약초를 먹자마자마자 허물을 벗고, 젊음을 되찾았습니다. 결국 종반에 엔키두의 망령이 나타나 비참한 생활에 대해 길가메시에게 이야기하는 것으로 이 이야기는 끝을 맺습니다.

이야기를 요약해보면 한 영웅이 있고 사람들은 그를 시기하고 그래서 경쟁자가 나타나고 그가 그러나 친구가 되고 그 친구와 더불어 주변을 평정하게 됩니다. 그런 다음에는 아름다운 여인의 유혹을 받게 되고 그러나 길가메시가 여인보다 친구를 택하니 그 여인은 친구를 죽게 합니다. 그때 길가메시는 외로워지며 인생의 의미를 발견하면서 이제는 영생의 삶을 찾아 나서는데 놀랍게도 그것을 얻게 되자 즉시 잃어버리고 마는 내용입니다. 헌데 근 4천 년 전의 이야기가 오늘날 세부에서으 ㅣ우리들의 살아가는 이야기와 너무나도 흡사함에 놀랍고도 재미가 있습니다. 이 고대 메소포타미아 사람들의 이야기는 여러가지 메시지를 주고 있지만 특별히 이 길가메시가 추구한 영생은 깨달음이라는 단어이고 그 깨달음은 가시덤불의 가시의 상처를 통해서 나타나고 그것은 또 금방 뱀을 통해서 잃어버리는 망각으로 나타난다는 이야기는 오늘 우리들의 삶을 정확히 집어주고 있습니다.

세부에 사는 우리 한인 여러분 결국 인생은 아픔을 통해서 깨닫게 되고 배워가며 또한 금방 잊어버리며 살아가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과거를 잊어버리고 또 새로움을 깨달아 살아가는 게 한국에서든 열대섬인 이곳에서든, 수천년 전이나 지금이나 우리네의 살아가는 모습입니다.

필자는 23년 전 세부에 정착하여 현재 한사랑 교회 목사, 코헨대학교 세부분교 학장에 재임중이며 UC대학 HRM학과에서 강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