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부에서 살고보니] 필리핀 여성들

필리핀 여성들.jpg 세부에 오래 살고 보니 이곳에 수많은 외국인들이 살고 있고 또 그중에는 이곳 현지인들과 결혼해서 살고 있는 분들이 많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지난주 한국일정을 마치고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 바로 옆좌석에 앉은 사람과 대화를 이어가게 되었습니다. 그는 현재 노스캐롤라이나에 살고 있는 백인 미국인인데 그의 부인은 필리핀 사람이고 두 아들 자식들도 모두 필리핀 사람하고 결혼해서 자기 가족들은 모두 필리핀적 사고를 가진 필리핀인화 되었답니다. 그 이유는 필리핀 여인들은 너무나 가족적이고 친절하고 가족에 헌신적이라는 것입니다. 빌이라고 불리는 이 백인 미국인이 자신은 물론이고 가족들까지도 미국화가 아닌 필리핀화를 선택하게 된, 필리핀 여인들의 아름다움은 도대체 어디에서 나왔을까요? 또한 우리 한국 여성들과는 또 다른 필리핀 여인의 차별된 특성은 무엇이 있는지 궁금해집니다.


문화의 산물

대체적으로 인간은 문화의 영향으로 삶을 영유한다고 말할 수가 있습니다. 오늘의 필리핀 사람들의 삶의 모습은 오랫동안 형성된 필리핀 섬의 문화와 외래 문화와의 결합에서 이루어져 왔습니다. 그동안 한국을 떠나 24년째 세부섬에 살다보니 이제 저도 모든 부분이 현지인처럼 되어가고 한국보다는 이곳 세부섬이 훨씬 익숙해져가고 있습니다. 물론 반대로 그만큼 조국 대한민국에 대해서는 모르는 부분들이 많아져 가고 있습니다.

얼마전 세부대학교 교수님들을 한국에 초청을 해서 모시다 보니 교수님들은 제일 관심사가 한국의 경제성장에 대한 비결과 특별히 서울 지하철에 대한 호기심과 기술에 대한 경탄을 하고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러나 저에게는 경제적인 차이도 있지만 한국과 필리핀의 다른 부분은 날씨입니다. 한국에는 매서운 겨울이 있었습니다. 그동안 저에게 변화된 모습은 계절 감각을 잃어버렸다는 것이었습니다. 일년 내내 여름옷만 입고 살아온 단세포 같은 삶을 살다가 고국의 가을과 겨울의 지점의 길목의 매운 계절을 직접 체험하다보니 적응이 쉽지가 않았습니다. 아침에 춥다고 겨울옷을 입고 나가보니 또 낮에는 여름처럼 따뜻해서 겨울옷을 준비한 제 모습이 우스꽝스럽고 덥다고 가벼운 복장을 하고 나가니 또 갑작스럽게 추위가 다가와 너무나 견디기 어려울 정도의 추위에 떠는 모습은 제 몸은 이제 오로지 적도의 한 계절에만 적응하며 살아온 모습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한국에서 살아가면서 느꼈던 사계절 감각이 이제는 나의 몸에서는 많이 잊혀져가고 있구나라는 것을 보았습니다. 계절의 변화에 대한 민감성이 약화되어 버린 것이었습니다. 또한 백화점에 가보니 처음 체험해 본 겨울옷 진열장에서 겨울옷 시장도 너무나 다양하고 엄청난 또 다른 패션의 세계가 색다르게 느껴졌습니다. 그동안 저에게는 잊혀진 계절이었던, 겨울 세계를 이번에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마도 이런 기후적인 부분에서도 지역에 다른 사람들.... 특히 여성들의 차이가 나타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이곳 세부섬 여인들과 우리 한국인 그리고 미국 유럽계 사람들과 차이점이 말입니다. 이곳 섬은 일년 내내 여름입니다. 물론 가끔은 초가을처럼 선선한 날씨를 느낄 수도 있지만 그렇다 해도 한국 가을날씨인 섭씨 15도를 체험하기는 어렵습니다.

결국 따뜻한 열대기온이 다른 이를 향해 나를 내보이는 이곳 사람들의 특성을 만드는데 큰 역할을 했을 것입니다. 온화한 미소와 친절한 접대 그리고 열대의 뜨거운 태양 같은 열정적인 생활을 만들어 내질 않았나 생각해봅니다. 저도 처음 세부섬에 도착했을 때 이곳 섬 여인들의 친절과 따뜻함에 처음 체험한 환대에 무척 감동을 받아 이국적인 환상에 젖어 너무나도 좋게만 바라보았던 시기도 있었습니다. 이제 24년을 살다보니 저도 열대섬의 문화가 적응되어 따뜻하고 친절한 모습이 친숙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필리핀 사람들이 특별히 가족중심의 사회를 이루게 된 이유는 천주교 문화가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옛 영화 '대부'의 한 장면을 보는 것처럼 천주교에서 가족은 곧 종교이고 삶의 모든 것이고 최우선이 되고 있기에 필리핀 사람들이 그

무엇보다도 가족과 가정의 가치를 최우선으로 여기는 모습을 무척 쉽게 발견하게 됩니다.


계절의 한계

그렇지만 열대의 따뜻함도 늘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동전의 양면같고 또한 태양처럼 빛이 강하면 어두움도 강해지는 것처럼 이곳 열대가 가지고 있느 한계가 또한 있습니다. 그것은 늘 따뜻한 환경에서만 자랐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몸과 마음이 따뜻한 여인들이 이곳 열대지방의 문화의 산물인데 반대로 겨울의 문화가 없기에 삶에 어려운 현실에 닥치게 되면 잘 적응을 할 수가 없고 쉽게 의존적인 사람이 되어 버린다는 약점도 이들의 특성입니다. 대체적으로 필리핀 여인들은 친절하고 따뜻하고 가족적이고 희생적이지만 그러나 또한 의타적인 부분이 무척 강합니다. 제가 가르치고 있는 대학생들의 영역에도 의존적인 삶의 모습들이 많이 나타납니다. 이번 학기에만 해도 여러 학생들이 등록금을 좀 도와 달라고 메시지를 보내옵니다. 참 난감한 상황입니다. 선뜻 외국인 교수에게 개인적인 도움을 받으려는 학생들이 특히 여학생들이 생각 외로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등록금 액수도 만만치 않지만, 누구를 돕고 누구를 외면할 수 없어 항상 고민스러운 일입니다.

또한 한국계 어린이들(코피노)의 엄마들의 세계도 결코 쉽지만은 않습니다. 늘 도와달라는 메시지가 끊이질 않습니다. 그런 부분에서 우리 한국여인들은 우수합니다. 경제적 어려움 앞에서도 스스로의 자립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누군가에게 손을 내미는 일을 무척 어렵게 여기는 편입니다. 또 스포츠분야에서도 놀라운 서오가를 보여줍니다. 양궁에서의 월등한 실력과 또한 LPGA에서의 하눅ㄱ 여성들의 활약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엄청난 업적을 나타내 주고 있는 것은 오랫동안 추운겨울에서 가족을 보듬어온 집중과 강인함의 DNA가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저도 어린시절 겪었던 한국겨울의 매서움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당시 아마 제 연령 때의 한국인들의 가슴속에 남아있는 꿈은 따뜻한 물이 철철 나오는 아파트로 이사가는 것이었습니다.

오늘의 한국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파트 혹은 비슷한 형태의 거주공간에서 생활하지만 옛날에는 최고의 부유층이 살 수 있는 곳이 아파트였습니다. 그렇게 추운 겨울이었지만 그 추위 속에서도 얼음장 같은 물에 손을 담그며 빨래를 하던 어머니의 모습이 잊혀지지 않습니다. 빨갛다 못해 살이 터져나가 상처투성이인 손등과 거친 손바닥. 누구의 것이라 할 것 없는 모든 어머니들의 손이었습니다. 아마도 한국여인들의 강점은 그 추운 겨울을 이겨낸 의지력과 혹독한 환경과 어려움을 극복해 내는 강한 생활력일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열대지방 여인들의 장점은 따뜻하고 친절하며 열정적인 모습에 있지만 삶의 역경, 추위와 같은 어려움을 이겨내는 역경지수는 무척 약해 선뜻 누구에게나 의지하려 합니다. 이에 반해 한국여인들은 누구에게나 친절하거나 모두를 향해 웃고 본인을 내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어려운 역경을 이겨내는 힘은 전세계적으로 가장 뛰어난 여인들임은 틀림없는 듯합니다.

필자는 24년 전 세부에 정착하여 현재 한사랑 교회 목사, 코헨대학교 세부분교 학장에 재임중이며 UC대학 HRM학과에서 강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