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부에 오래 살고보니 이제는 이 열대의 날씨에 적응이 된 듯 합니다. 더워도 더운줄 모르고 그저 하루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24년 전 처음 세부에 도착해서 제일 고민 중 하나였떤 것은 날씨였습니다. 저에게는 도저히 이해가 안되는 더위에 속수무책으로 이런 날씨 속에서 '내가 평생 이곳에서 살아갈 수가 있을까'가 나에게 최고의 관심사 중 중요한 하나 였습니다. 그 한여름 공사현장에서 묵묵히 을을 하는 현지인들을 지켜보면서 개인적으로 이분들을 존경하게 되었습니다. 너무 더워서 한 시간 서있기만 해도 무척 힘들었던 날씨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혼자 생각해 본 것이 '이런 더위에서도 인간이 살아갈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져보기도 했었고 또 스스로 내린 답은 '아니지 그래도 필리핀이라는 나라의 역사가 1~2년이 아니기에 이런 곳에서도 사람들은 적응하고 생존해 갈수 있구나'였습니다. 그러던 것이 바로 엊그제 같았는데 이제는 한국추위를 체험해보니 저의 몸이 열대사람이 다되었기에 너무 견디기 어렵고 필리핀의 날씨가 이제 내 고향 날씨 같은 느낌이 들어가고 있습니다.
열대기후
한번도 체험하지 못했었던 열대 속에서 24년 이상을 살다보니 과거에 열대 속에서 내가 어떻게 살아남을 수가 있나의 고민이 이제는 '한국 같은 추운 곳으로 돌아간다면 과연 내가 견디어 낼 수가 있는가'라는 고민으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세부 섬의 날씨는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을까요. 얼대 몬순 기후입니다. 열대 기방이란 대부분은 연평균 기온이 20도가 넘습니다. 필리핀은 적도에서 가까운 위도 6~18도 선상에 위치하고 있고 계절풍의 영향에 따라 계절은 건기와 우기가 있습니다.
필리핀 날씨는 또 계절풍 이외에도 각 지방의 위도와 고도, 산맥 등의 지리적인 요인에 의해서 기후가 결정됩니다. 지형적으로 보면 동쪽으로는 태평양이 있고 서쪽으로는 남지나해가 위치해 있어 지역적 영향의 계절풍과 맞닿아 있습니다. 6월부터 10월까지는 남서계절풍의 영향으로 비가 많이 내립니다. 반면 11월부터 2월까지는 약한 북동계절풍의 영향으로 간간히 내리는 비와 함께 그렇게 덥지 않으면서 대체적으로 건조한 날씨를 보여 주고 있습니다. 3월부터 5월까지는 동쪽에서 부는 북태평양 무역풍의 영향으로 대단히 더우며, 무척 건조합니다. 필리핀은 계절의 변화가 4지역으로 나뉘어 있다고 합니다. 1지역, 이곳은 우기 건기가 뚜렷한 지역으로 비가 많고 무척 더운 곳으로 마닐라, 민도로, 빨라안섬, 빠나이섬, 네그로스섬입니다. 2지역, 이 지역은 건기가 없고 비가 많은 계절과 적은 계절이 있는 곳으로 케손지방에서부터 해안선을 따라 남동쪽으로 내려가면서 비콜지방, 사마르, 레이떼, 동부 민다나오섬까지며 태풍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습니다. 3지역, 이 지역은 우리가 살고 있는 세부섬인데 보통 계절구분이 별로 뚜렷하지 않은 지역이라고 하며 그러나 11월부터 4월까지는 비교적 건조한 기후를 나타냅니다. 루손 북부의 까가얀 발리에서부터 세부를 거쳐 북부 민다나오에 이르는 필리핀의 중부지역에서 나타나는 기후유형입니다. 4지역, 이 지역은 연중 대체적으로 고른 강수량을 보이는 지역입니다. 북쪽 바타네스섬에서부터 루손섬의 북동부지역, 그리고 남쪽에있는 민다나오섬의 중간지역을 포함해서 보홀섬이 이 유형ㅇ 속합니다.
기온의 차이
인류의 역사는 기온과 기후 변화의 역사였다고 생각됩니다. 특별히 약 85만년 전부터 1만년 전까지 계속됐던 빙하기는 이때에 거대한 얼음층과 북극 기후가 적어도 네 번 정도 서유럽과 북미 지역의 대부부을 뒤덮었으며 빙하 초기에는 고대 인류중의 상당수가 얼어 죽었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일부 학자들은 이 때 적도 근처에 많아야 2~3만 명의 인류만이 살아 남았을 것이라 가정하며 당시 살아남은 고대 인류는 기후가 나아지면서 다시 번성해 지구 구석구석에 퍼졌다는 것이라고 합니다. 한반도에 존재했던 고대 원시인들이 살았던 공주 석장리 유적 발굴시 드러난 토양 중 쐐기형 구조는 당시 날씨를 말해주고 있는데 추운 날씨가 계속되면 땅속 1m쯤에 이런 토양구조가 생겨난다고 합니다. 그러하기에 인류의 DNA 속에는 날씨에 대한 반응이 무척 강하게 나타나 있다고 생각됩니다.
그동안 오랫동안 추위에 움추리고 있었던 인류에게 맑은 태양의 날씨는 엄청나게 큰 기쁨이었을 것입니다. 오늘날도 피부를 적당히 태양에 노출하면 비타민 D가 만들어지고, 뇌 속 세로토닌 생성을 촉진해서, 기분을 좋게 합니다. 특별히 겨울철에 우울증 환자들에게 햇빛은 치료가 되고, 증상이 없는 사람들의 기분도 올라가게 됩니다. 미국 심리학 연구원 메튜 겔러의 연구에서는 하루에 30분 이상 야외의 따뜻하고 양지바른 조건에서 보낸 사람들은 개인들의 기분에 크게 영향을 주고 있다고 보고했습니다.
기상정보업체 케이웨더의 반기성 예보센터장은 "단기적 날씨변화는 사람 심리에 영향을 주고 날씨가 오랜 세월 축적되어 형성한 기후는 지역 사람들의 기질에 영향을 준다"고 말합니다. 이탈리아나 스페인, 포르투갈 등 라틴계 민족은 기온이 높고 일조량이 풍부한 지역에 주로 살기에 따라서 낙관적이고 감성적이며 활기차고 화려한 예술성이 탁월합니다. 음악과 미술, 패션, 등의 분야가 발달한 것도 온난한 기후 탓입니다. 반면 온도가 낮은 북유럽 지역의 사람들은 근면하고 인내심이 강합니다. 또 둔감하고 냉담한 편입니다. 집 안에서 머무는 시간이 걸어 철학이나 과학 분야에 탁월하고 예술분야에서는 외면보다는 내면적인 면을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또 날씨와 사람들 행동과의 연관성에 대해 연구해 온 미국 기상학자가 있습니다. 그는 바로 스티브 로센 박사인데 그의 말에 따르면, 날씨에 가장 민감한 사람은 체형적으로 대개 깡마르거나 뚱뚱한 사람드링며, 성격적으로는 수붖음을 많이 타고 감성이 풍부하거나 우울증이 있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또 10대나 60대 이상의 여자들 역시 날씨에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고 합니다. 역사 속에서 보면 우울증이 심했던 것으로 알려진 링컨 대통령, 낭만주의 문학가 바이런, 단테, 레오나르도 다빈치, 모차르트 등 주로 감성이 풍부하고 내성적이었던 사람들로 날씨에 상당히 민감했었다고 합니다. 음악적으로 부면 추운지방인 러시아의 슬라브음악을 들어보면 춥고 어두우며 광활한 러시아의 애수가 가득해있음을 느낍니다. 반면 이태리 음악은 밝고 활기차며 열정적인 따뜻함의 음악으로 표현되어 있고 독일음악은 차분하면서도 시적이고 철학적인 인간의 내면의 미를 나타내고 있는 듯 합니다.
세부에서 더운 날씨와 벗하며 20년 넘게 살다보니 제 자신도 모르게 여유가 있고 게으르며 부드러워져 가는 성격을 새삼 인지하게 됩니다. 북반구 사람처럼 냉철하고 과학적이며 이성적이지 못하고 감성적인 사람이 되어 조그마한 일에도 울고 웃는 단순한 사람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인류가 오랫동안 꿈꿔왔던 따뜻한 환경에 살고파 했던 생존의 꿈, 이 뜨거운 세부섬에서 터를 내린 우리는 이제 어떤 꿈을 꾸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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