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부에서 살고보니] 돈의 철학

돈의 철학.jpg 세부섬 원주민들은 돈이란 개념을 통화수단으로 보질 못하고 의존의 개념으로 많이 인식하고 있는 듯합니다. 그래서 늘 돈이란 외부에서 오는 것이기에 외부 사람에게 본는ㅇ적으로 잘하고 누군가에 의해서만 자신의 돈 문제가 해결이 될 수 있다라는 생각을 강하게 가지고 있습니다. 보편적인 사람의 마음에 동일하게 돈에 대해서 굴욕적일 정도로 노예가 되어있고 또한 돈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돈이라는 개념은 사실은 단지 개인에게는 교환 수단이기에 돈을 이해하고 돈과 더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면 스스로의 가치를 높이고 더 좋고 경쟁력 있는 자신의 상품을 개발하여야만 합니다. 그런 면에서는 세부아노 원주민들은 스스로 노력하고자 하는 부분들이 아직은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되지만 그러나 어찌보면 내 자신도 어느덧 현지화가 되어져 있는 모습을 봅니다. 그래서 나도 모르는 사이 스스로 자신을 계발하는 데는 노력을 하지 않고 자꾸 누군가 백마를 탄 사람이 나타나 내 처지를 도와주기만을 바라고 있는 내 모습을 바라다보며 '아! 내가 정말 이곳에 오래 살았구나!'라는 자책을 하게 됩니다.

화폐의 기원

화폐가 없던 옛날에는 물건과 물건을 직접 맞바꾸는 물물교환을 했었습니다. 그러나 여기에는 많은 불편한 점이 따랐습니다. 내게 필요한 물건을 가진 사람을 찾기도 힘들었고, 찾았다 하더라도 교환이 쉽게 될 수는 없습니다. 게다가 물물 교환을 하려면 물건을 들고 다녀야 하는데, 물건이 무겁거나 잘 상하는 것일 수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또 물건의 가치를 따지는 기준이 다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은 물물 교환의 불편한 점을 없애기 위한 수단으로 돈이 등장하게 된 것입니다.

돈의 기능으로 첫 번째는 책무의 결제를 기원으로 하는 것이 해당됩니다. 두 번째로는 물물교환이나 재정의 관리를 기원으로 하는 것으로, 실제로 사용되지는 않지만 단위로는 존재하는 화폐가 그 예가 됩니다. 세 번째로는 부나 권력의 비축을 기원하는 재보 등이 됩니다. 네 번째는 간접적 교환으로, 매매가 대표적인 예가 됩니다.

과거에는 지역의 전통이나 관습적으로 부(冨)라고 여겨진 것이 화폐로 사용되었습니다. 대표적으로 곡물과 가축을 들 수 있으나, 이런 것들은 화폐가 아닌 다른 용도로도 사용이 가능했습니다. 이에 따라 화폐의 소멸이 일어났고, 이는 다시 거래에 지장을 초래하게 되었습니다. 이를 막기 위해서 거래에 미치는 영향이 적은 소재로써 금속이나 종이를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현재 알려진 최고의 경화는 기원전 7세기 리디아에서 만들어진 호박금이며, 최고의 지폐는 11세기 북송에서 사용된 교자입니다.

돈의 철학

세부섬에 살면서 수많은 하층민들과 그들의 애환 속에서 살아온 25년을 통해 깨달은 것은 약자들은 삶 자체가 늘 운명론적이기에 돈에 대한 가치관이나 철학 자체가 세워져 있지를 못하기에 빈곤의 대물림이 계속 반복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일단 빈민층은 기본적으로 대가족을 이루고 있기에 늘 문제에 문제를 꼬리처럼 달고 살아갈 수 밖에 없습니다. 누군가가 아프거나 다치면 이에 대한 고통은 온가족이 짊어질 수 밖에 없기에 누구나 미래보다는 오늘 닥쳐있는 현실 앞에 큰 짐을 지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도와주던 코피노 가족이 있습니다. 여러 코피노 엄마들 중 대학을 나왔고 직장도 현직경찰로 취업이 되었기에 잘 되었구나 생각을 해왔는데 셰속해서 어렵고 고된 삶은 반복이 되는 것입니다.

자세히 살펴보니 딸려있는 친인척들이 줄지어 매달려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어려운 현실에도 불구하고 누구나 가난의 굴레를 깰 수 있는 방법은 자신만의 돈의 철학을 가지고 있어야만 합니다. 사실 우리 한인들은 원주민들보다는 먹고 사는 문제는 해결이 되었고 나름 열심히는 살아가고 있지만 각자 나름대로 자신만의 돈의 철학을 가진 사람은 많지를 못합니다.

그 이유는 한국문화의 근간을 이루는 유교문화권에서는 선비를 최우선으로 하는 가치관을 가졌기에 돈을 기반으로 하는 장사나 사업은 천시하게 되어 누구나 돈을 무시할 수 없고 그 영향력은 인정하지만 필요악으로만 생각해 왔기에 돈을 철학적으로 발전시킬 수가 없었습니다. 서구의 세계에서는 성경에 나오는 돈에 대한 개념 그리고 셰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 같은 묵학작품들 또한 마르크스의 <자본론> 등에서 돈에 대한 이해는 상당히 부정적이고 죄악시 해왔습니다.

흔히 부자하면 떠오르는 민족이 바로 유태인입니다. 로스차일드 가문 또한 투자의 대부로 통하는 워런 버핏, 조지 소로스도 '석유왕' 록펠러도 또 워너 브러더스 같은 세계 5대 메이저 영화사의 창립자, 미국 3대 공중파 방송의 설립자와 경엉자, 월스트리트 같은 언론 창립자도 세계적인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까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세계의 요직을 두루 장악하고 있는 사람들은 유태인들인데 이들은 돈을 정말 소중히 여기며 돈에 대한 교육을 받아왔습니다. 탈무드에는 "유태인은 돈을 경멸하지 않는다"라고 말하며 돈을 잘 다루는 법과 잘 활용하는 방법을 가르쳐 줍니다. 돈에 대한 철학이 있는 것입니다.

게오르그 짐멜(1858~1918)는 독일 사회학자로 '돈의 철학'이라는 책을 썼습니다. 그는 "인간 정신의 가장 영향력 있는 특성 가운데 하나가 돈에서 강력히 나타난다"라고 말합니다. 또 "간단히 말해 돈은 사람들 사이의 관계와 상호 의존성, 즉 상관성의 표현이자 수단인바, 이 상관성은 한 사람의 욕구 충족을, 언제나 다른 사람과 서로 주고받는 행위에 의존하도록 만든다."라고 말했습니다. 곧 자본주의 근간은 돈이고 오늘의 문화는 돈이 만들어 놓았다는 것입니다. 돈의 문화는 선도 아니고 악도 아니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단지 그것으로 어떤 꽃을 피울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소크라테스는 '재산이 많은 사람이 그 재산을 자랑하고 있더라도, 그 돈을 어떻게 쓰는지 앟 수 있을 때까지는 그를 칭찬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캐서린 화이트 혼은 '돈에 관해 자식을 교육시키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그 부모가 돈이 없는 것이다.' 부자들이라고 하는 유대인들과 중국인들은 정말 돈을 소중히 여기고 소중한 곳에 기여하고 잘 활용을 합니다.

오늘 세부에 사는 우리 교민들은 돈에 대한 어떤 철학과 실천을 가지고 살아가는지요?

필자는 24년 전 세부에 정착하여 현재 한사랑 교회 목사, 코헨대학교 세부분교 학장에 재임중이며 UC대학 HRM학과에서 강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