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부에 오래 살고보니 종종 현지인 결혼식에 참석하게 됩니다. 결혼식에는 생각보다 화려하고 순서가 우리 한국식보다 복잡하고 오래 걸립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식 혼례를 치루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이들에게 있어서 결혼식은 삶에 있어서 정말 중요한 부분으로 차지하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물론 종교적으로도 천주교권에서는 결혼식과 장례식 마지막 세례식은 한 인간이 크리스찬으로서의 생활에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우리 한인들에게는 그냥 결혼식은 잘 치렀느냐 아니냐의 기준은 첫째로 하객이 많이 왔는가 또한 누가 왔는가? 둘째로는 음식이 맛이 있었는가의 화제에 있는 게 보통 사람들의 척도 기준인 듯합니다. 그러나 필리핀은 사람이 많이 왔느냐 보다는 외형적인 것보다는 내면적인 곧 의미와 진정성을 중요시합니다. 그런 면에서는 우리가 배워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결혼의 진정성
저는 살아오면서 제일 감동을 받았던 결혼식은 제가 미국에 있었을 때 참석한 미국식 결혼식이있습니다. 그때 너무 감동적이어서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 이유는 모든 하객이 진정으로 그 결혼을 축복했고 또한 내용에 너무나 진정성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제가 한국에서 참석했었던 결혼식은 하나의 통과의례 정도로만 생각했었기 때문에 그렇게 큰 감동이나 기대를 했었던 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왜냐면 아무래도 축의금이라는 부담감이기 때문입니다. 한국 결혼식이 유달리 부담이 되고 다른 나라와 특이점은 바로 식장 입구에 있는 축의금 접수처일 것입니다. 시작부터 한국에서는 신성한 결혼식의 의미가 세무서에 가는 것처럼 입구에서 약간 어색함으로부터 결혼식장에 들어가게 됩니다. 가끔 TV에서 연예프로그램을 보면 각자 누구 결혼식에서 축의금을 얼마를 냈느냐에 따라 그 사람에 대한 평가도 나오는 현실을 보면 우리문화의 형식적인 결혼에 대한 단면을 쉽게 찾아낼 수 있습니다.
미국과 필리핀에서는 한번도 결혼식에서 누가 얼마를 냈느냐에 대한 이야기가 주제가 되어본 적이 없었습니다. 어찌보면 필리핀에서의 결혼식은 그 자체가 종교적인 행사가 되는 듯 합니다. 두 사람이 신과 사람들 앞에 하나로 묶어지는 거룩한 예식으로 이루어지는 순간입니다. 저는 어렸을 적 제일 좋아하고 잘 불렀던 노래가 한상일 가수가 불렀던 '웨딩드레스'입니다. "당신의 웨딩드레스는 정말 아름다웠소. 춤추는 웨딩드레스는 더욱 아름다웠소..." 저는 어려서부터 이 노래를 듣고 불러보면서 어떤 결혼에 대한 환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최근 이 노래를 부른 항상일 가수의 삶에 대한 소식을 듣고는 정말 삶이라는 것과 결혼이라는 것이 어려운 과제라는 것을 느낍니다. 그는 나이 66ㅏㄹ에 황혼이혼을 했습니다. 1970년 결혼식 주제가 바로 이곡 '웨딩드레스'였는데 결국 본인은 결혼의 유종의 미를 이루질 못했습니다. 그의 다른 노래 '애모의 노래'처럼 '나는 짝 잃은 원앙새 / 나는 슬픔에 잠긴다'로 끝나는 노래의 실제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그는 "둘이 있어 괴로운 것보다 혼자 있는 외로움을 택하는 것이 결국 이혼"이라고 했습니다.
촛불, 동전, 성경, 줄, 면사포, 비둘기
제가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제일 많이 듣는 이야기는 'Walang Foever"(영원함이란 없다)이란 말입니다. 필리핀에서는 학생들의 연애가 오래가는 경우를 거의 보기 힘듭니다. 수업시간에 보면 한국말로 'Campus Couple'이라고 늘 붙어 다는 커플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나중에 졸업 후에 결혼까지 가는 학생들은 한명도 볼 수 없었습니다.
필리핀에서의 결혼에 중요한 것은 바로 두 사람의 관계가 영원해야만 하는데 있습니다. 결혼식 입장식에 첫째로 촛불이 들어옵니다. 불을 밝히는 의미는 발게 살라는 것이겠지요. 그리고 동전들 13개를 준비합니다. 성경 속의 12제자를 상징하고 신랑이 13번째가 되며 이것은 제자로써의 신뢰를 상징하며 이것을 신부에게 줄 때 믿음과 부를 가져준다고 믿습니다. 그리고 성경을 가져옵니다. 물론 이것은 말씀대로 살겠다는 것이고 다음에는 하얀색의 줄을 가져와서 두 사람을 묶습니다. 이것은 이제는 두 사람이 아니라 하나로써 영원히 서로가 하나의 삶을 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하얀 면사포를 두 사람에게 덮어 줍니다. 이것은 이제 두 사람은 정결한 옷을 입은 한 몸이라는 뜻입니다. 마지막에는 비둘기 두 마리를 함께 날려 보내는 것으로 예식을 마무리 합니다. 두말할 필요 없이 비둘기는 평화를 상징합니다. 이제 이 가정은 비둘기처럼 평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의미를 나타냅니다.
이런 요소가 한국에서는 없는 필리핀 결혼식의 특징이고 또한 이 가정의 제일 첫 번째 후원자 그룹을 정해서 "Ninong"(대부), "Ninang"(대모)라 칭하며 이분들이 제일 먼저 결혼식 순서에 입장을 합니다. 두 번째 후원자 그룹은 친구들과 친척들 그룹으로 2번째 입장을 합니다. 여기까지는 천주교의 영향이 강합니다.
필리핀에서의 또한 중요한 결혼예식은 바로 피로연입니다. 신랑 신부는 함께 춤을 추고 그리고 신부와 신랑아버지가 함께 춤을 추고 장모와 신랑이 함께 춤을 춥니다. 그리고 이제 진정한 결혼식이 시작됩니다. 미국은 보통 하루 종일 결혼식이 진행되는데 바로 이 피로연 파티 때문입니다. 필리핀에서도 보통 몇시간 파티를 하게 됩니다. 여기에서 온 하객들과 신랑신부들은 음식을 나누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축하하고 서로의 정을 나누는 소중한 시간을 갖습니다. 이런 부분들은 배웠으면 합니다.
얼마 전 제 조카결혼식을 갔었는데 저는 25년을 필리핀에서 살다보니 조카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적고 또 누님의 며느리가 된 신부와는 처음 만나게 되는데오 인사를 나눌 시간조차 결혼식에서는 제대로 갖지 못해 아쉬웠습니다.
반면 필리핀 결혼의 단점은 이렇게 종교적이고 중요한 가족들의 잔치이다 보니 또한 법률적으로 이혼이 허용이 안되다 보니 서민 현지인들은 보통 결혼을 하지 않고 그냥 살아가는 사람이 엄청나게 많습니다. 그것을 영어로는 'Live In'이라고 합니다. 한국말도는 '동거'라고 하는데 사회적으로 결혼을 두려워하기에 이렇게 동거하며 살아가는 인구가 무척 많습니다. 결혼의 의미가 너무 무거운 까닭이겠지만 단지 결혼은 피했다고 쉽게 사귀고 아기가 생기면 헤어지는 필리핀 서민문화는 무척 애처롭습니다. 한국의 가벼워진 결혼식과 필리핀의 무거운 결혼식 문화는 오늘 우리들의 현재의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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