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샘'] 축복의 유산

축복의 유산.jpg 1994년에 있었던 ‘지존파 연쇄살인사건’을 기억하는 분들이 있으실 겁니다. 20대 중반의 두목을 비롯한 일곱 명의 20대 초반의 남자들이 ‘지존파’라는 이름으로 강도연쇄살인조직을 결성했습니다. 스무 살, 스물한 살, 스물 두 살… 이 나이가 얼마나 어린 나이입니까?

그런데 이들은 자신들만의 아지트를 만들고, 그 아지트에는 납치한 사람을 가둬두기 위해 거금을 들여 감옥 같은 감금시설을 만들어 놓았고, 사람을 살해 후 시신을 소각할 소각로까지 만들어 놓았습니다. 그리고는 돈이 많아 보이는 남녀를 가리지 않고 납치해 돈을 받아낸 후 살해하고, 여성들은 강간 후 살해하는 일들을 서슴지 않고 저질렀습니다. 이들 나름대로 행동강령도 있었는데,

- 돈이 많은 자를 증오한다.
- 10억을 모을 때까지 범행을 계속한다.
- 배신자는 죽인다.
- 여자는 어머니도 믿지 말라.

라는 거였다고 합니다. 그래서 5명을 연쇄 살인하고, 사채를 토막 내어 인육까지 먹는 끔찍하고도 엽기적인 살인행각을 벌이다가, 납치되어 있던 사람이 극적으로 탈출하여 신고해 모두 체포되었습니다. 그런데 왜 인육까지 먹었냐는 기자의 질문에 김현양이라는 스물한 살짜리 살인범은 “난 인간이 아니냐. 그래서 다 잡아 죽이려고…” 그랬다는 겁니다. 그들은 사회에 대한 극도의 불만을 갖고 있었던 겁니다. 그런데 그 이후에 엄마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이런 말도 합니다. “우리 엄마요? 내 손으로 못 죽여서 한이 맺힙니다.”라고 했습니다.

지존파의 가정사를 연구한 범죄 심리학자에 의하면 그들은 하나같이 ‘불우한 가정환경 속에서 자랐다.’고 합니다. 당시 스물한 살에 불과한 이 어린 청년이 엄마를 내 손으로 못 죽여서 한이 맺힌다고 말했다는 것은 부모와 자녀 사이의 관계가 지극히 뒤틀어져있었다는 것을 말합니다.

가정이 이렇게 중요한 겁니다. 복되고 좋은 가정에서 잘 자란 아이가 훌륭한 아이도 될 수 있는 것이고, 반대로 불행한 가정에서 불우하게 자란 한 아이, 한 청년의 인생이 이렇게 뒤틀려 버릴 수도 있는 것입니다.

어떻게 이렇게까지 되었을까요? 제가 조사해 보니, 그가 12살 때 아버지가 간암으로 죽고, 어머니는 식당을 운영하면서 여러 남자와 문란한 생활을 했다고 합니다. 이런 모습들이 어린 김현양 이란 소년에겐 너무나도 큰 충격으로 각인 되어버린 겁니다. 그래서 어머니에 대한 배신감과 증오심과 분노 그리고 더 나아가서 여성혐오증세로 변해가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부모로서 보이지 말아야 할 모습을 자녀에게 보여준 겁니다. 성경에 “아비들아 너희 자녀를 노엽게 하지 말지니 낙심할까 함이라(골로새서 3:21)” 부모로서 자녀에게 보이지 말아야 할 여러 가지 모습들을 보여주어서는 안 되는 것도 있고, 또 자녀들에게 타당치 않는 요구나, 잘못된 규칙이나, 지나친 억압이나 또는 지나치게 권위적인 태도 그리고 부모 개인의 감정에 의한 감정적 반응들 같은 경우는 자녀를 노엽게 할 수 있다는 겁니다.

부모의 이런 잘못된 태도들을 통해 자녀들을 노엽게 해서는 안 되는데, 이것들 때문에 자녀들에게 ‘낙심’이란 게  임한다는 겁니다.
더 이상 살 소망이 없는 겁니다. 더 이상 갈 데가 없는 겁니다. 때문에 삶을 포기하고 자살할 수도 있고, 그렇게 갈 때가 없으니 마치 김현양이란 청년이 자신이 사람이기를 포기하고 사람을 죽여 인육을 먹는 끔찍한 괴물과 살인마로 변해 버릴 수도 있는 겁니다.

자녀를 노엽게 할 때 자녀들은 더 이상 갈 때가 없는 겁니다. 마음이 낙심(落心)되었던 겁니다. 여기 낙심의 ‘낙’자는 ‘떨어질 낙(落)’자를 쓰고 있습니다. 심장이 떨어지면 끝난 겁니다. 아직 죽지 않았어도 마치 내 심장이 바닥에 떨어져 터지고 산산이 부서진다면… 그런 상황 속에서 무슨 소망이 있겠습니까?

저 역시도 사이가 좋지 않은 부모님으로 인해 제 나이 대여섯 살에 가정이 산산이 깨졌습니다. 어머니도 저를 버리고 집을 나가셨고, 아버지도 얼마 지나지 않아 저를 버리고 집을 나가셨습니다. 저는 어린 나이에 보지 말아야 할 것들을 너무 많이 봤습니다.
제 안에는 상처와 거절감과 분노와 증오 그리고 인생에 대한 비관적인 마음들로 가득했었습니다.

제가 뒤늦게 예수님을 영접하고 신앙생활을 시작하면서 하나님께서 제 영혼의 아버지가 되어 주시고, 신앙 안에서 많은 위로를 받고, 하나님께서 저의 산산이 찢겨진 마음을 싸매시고 치유해 주셔서 오늘의 제가 여기 이렇게 있을 수 있는 겁니다.

지난 호에서도 잠시 말씀드렸지만, 최근 한국에서 가장 성공한 대기업의 총수 일가의 행패로 인해 한국 사회가 떠들썩합니다.
그런 그룹의 총수면 한국사회에서 얼마나 크게 성공한 사람입니까? 그런 위치에 앉아 있는 사람이라면 자녀들에게 해 줄 말이 얼마나 많이 있겠습니까? 그룹의 총수로서 후계자들인 자녀들에게 ‘이렇게 저렇게 해야 한다’는 수많은 얘기를 해줬을 겁니다. 그런데 다 틀렸습니다. 사회적으로 크게 성공한 사람으로서 뭔가를 자녀들에게 말해줬겠지만, 다 틀렸습니다. 그래서 지금 이 모양, 이 꼴이 되어 버린 것입니다. 돈이 많아 자녀들 모두 미국에 유학도 보내 최고의 학부에서 공부시켰고, 자녀들에게 많은 재산을 물려주고, 회사의 높은 자리에도 앉혀줬지만… 다 틀렸습니다. 한국에서 가장 크게 성공한 사람 중에 하나였지만, 그는 실패했습니다.

어쩌면 우리가 정신없이 앞만 보고 달려가고 있고, 지극히 물질주의적인 사고와 가치를 갖고 그것을 행복의 기준으로 삼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내가 생각했던 그리고 그렇게 살아왔던 모든 기준들이 다 틀릴 수 있습니다.

5월은 가정의 달이라고 보통 말합니다. 우리 가정은 과연 진정한 축복의 유산을 나누고 물려주고 있는 지 한번쯤 생각해 봤으면 합니다.

성경 속에 나와 있는 가정에 대한 말씀을 마음에 새겨 교훈 삼으시길 소망합니다.
“자녀들아 주 안에서 너희 부모에게 순종하라 이것이 옳으니라. 네 아버지와 어머니를 공경하라 이것은 약속이 있는 첫 계명이니, 이로써 네가 잘되고 땅에서 장수하리라. 또 아비들아 너희 자녀를 노엽게 하지 말고 오직 주의 교훈과 훈계로 양육하라(에베소서6:1~4)”

이야기 '샘'은 세부교민들께 깊은 숲 맑은 옹달샘의 시원하고 청량한 샘물 한모금 같은 글을 전해드리고픈 바람을 담은 김제환(광명교회 담임목사)님이 집필해 주고 계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