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부에서 살고보니] 서구와 필리핀

서구와 필리핀.jpg 세부는 서구인 마젤란이 처음 도착한 1521년이 서구화가 시작되었고, 그 다음 1543년에는 Ruy Villalobos가 이 섬을 스페인 왕 필립2세의 이름을 따서 Las islas Filipinas라고 이름을 붙였습니다. 1565년에는 본격적으로 멕시코에 주둔해 있던 레가스피 장군이 이 세부섬 싼페드로에 군 요새를 세움으로써 본격적인 식민지의 역사가 시작되었습니다. 서구화와 발전... 그 것은 외부의 힘에 의해서 되었기에 이 섬사람들은 아직까지도 서구화가 그리 자연스럽지는 않은 듯 합니다.

그 이유는 서구가 추구하는 개인주의 보다는 가족을 중심으로 하는 공동체사회 체제를 21세기인 오늘날 2018년 현재까지 이 섬에서 더 중요한 가치관으로 여기며 살아가고 잇는 섬 사람들의 문화를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 세부아노 사람들은 영어를 쓰며 서구식 집을 짓고 서구를 동경하며 살아가고 있지만 그러나 내면의 세계는 여전히 바랑가이와 가족을 중심으로 하는 세계관을 더 중요시 하는 듯 합니다.


서구와 아시아의 철학적 사고 차이

얼마 전 세부대학교 바닐라드 캠퍼스 총장님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분의 따님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대학을 미국에서 공부하고 15년 이상 미국에 결혼해 사는 딸이 필리핀에 오면 엄마와 가치관이 달라 티격태격 싸운다는 이야기를 저에게 들려줍니다.
이분은 딸과 의견 충돌이 있을 때마다 하는 이야기는 '딸아! 명심하렴 여기는 미국이 아니라 필리핀이란다' 그리고 아시아적인 사고관을 늘 전해준다고 했습니다. '남을 존중하고 조화를 이루려 노력하렴' 미국에서는 개인의 의견이 중요하고 무엇보다도 내 의견을 정확하게 표현하도록 배워왔고 아시아에서는 남과 조화를 이루는 것을 무척 중요시 여겨왔기에 자신의 딸이 이 섬에 와서 이런저런 자신의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한도 없이 쏟아 놓는 딸을 보고 부모의 입장에서는 가능하면 필리핀을 이해해주고 잘 적응했으면 하는 바람일 것입니다. 이런 예처럼 필리핀이 아무리 서구화 되었다고 하더라도 기본적으로는 아시아의 가치관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동양의 사고의 철학적 토대는 공자일 것입니다.
공자(孔子, 기원전 551년~479년)는 유교의 시조(始祖)인 고대 중국 춘추시대의 정치가 사상가 교육자이고, 노나라의 문신이자 작가이면서, 시인이기도 합니다. 군자교육(君子敎育)에서 중심이 되는 것은 '인(仁)'입니다. 그것은 하나의 문장으로서 명백히 개념이 규정되지는 않았으나, 대체로 박애, 도(道), 덕, 선 등의 뜻을 지니고 있는 심오한 휴머니즘으로서, 정치적으로는 이름을 바르게 하고, 이에 따라 임금은 임금답게, 신하는 신하답게 책임과 본분을 다 하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그러므로 유교의 핵심은 조화와 질서가 됩니다.

저도 어려서부터 부모님에게 교육을 받은 것은 '선생님 말씀 잘 들어라', '친구들과 잘 사귀어라', '어른들 존경하라' 늘 귀가 따갑도록 들어왔던 유교적인 가치관인데 이것이 아시아 사람들의 가치관일 것입니다.

반면에 서구사람들에게는 소크라테스가 될 것입니다.
소크라테스(기원전 469년~399년)의 대표적인 말은 '너 자신을 알라'라는 말이고 그러하기에 서구철학의 기초는 자신으로부터 시작되고 있다고 말할 수가 있습니다. 칼 야스퍼스는 인류 4대 성인으로 공자, 예수, 석가, 소크라테스를 말하고 있듯이 동양에서는 공자, 석가 서구에서는 예수, 소크라테스가 중요한 철학적 기초과 되고 있습니다.

또 최근 미시건대학 심리학교수의 리처드 니스벳의 '생각의 지도'라는 책에서 보면 동서양의 차이는 철학적인 사고에서도 있지만 또한 지리적 경제적 환경의 차이에서도 나온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서구의 시작이라고 하는 개방적인 해양 국가였던 고대 그리스에서는 무역을 통해 일찍이 다른 세계의 존재를 개달았고 도시국가라는 정치형태 속에서 자신의 삶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다는 믿음이 키워졌습니다. 그리스인들이 생각하는 행복이란 아무런 제약이 없는 상태에서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여 탁월성을 추구하는 것이었습니다. 개인의 자율성과 더불어 고대 그리스에서는 논쟁의 문화가 발달했습니다. 서로의 의견이 다른 상대방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논리를 개발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노동집약적인 농업을 기반으로 살아가며 95%의 한족으로 구성된 민족들 사이에 문화 동질성이 강한 중앙집권적 사회였던 고대 중국에서는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가 가장 중요했던 것입니다. 개인이라는 특정한 개체라기보다는 특정 집단에 소속된 구성원으로 정의되었고 나의 존재는 타인과의 관계 및 자신에게 부여되는 역할을 통해 확인되었던 것입니다. 중국인들은 환경에 스스로를 맞춰 나가기 위해 수양을 중시했고 행복은 화목한 인간관계를 맺고 평범하게 사는 것을 의미했습니다. 고대 중국인들은 우주를 연속적인 물질로 이해했기 때문에 그 속성만을 가지고 사물들을 범주화하는 일에는 무관심했습니다.

또한 외모면에서 보면 동양인들은 대체로 개성이 없는 편입니다. 다시 말해 눈이 작고, 들창코고, 콧대가 낮고, 광대뼈가 있고, 단두형이라서 개성이 약해보입니다. 원래 추운데서 살면 열 보존에 유리하게 코가 높아지고 뾰족해지는데, 동북아시아인들은 극한의 추위 속에서 살다보니 오히려 코가 납작하고 눈이 가늘어진 것입니다(북유럽들 역시 추운 곳에서 살았기 때문에 다른 유럽인들보다 눈이 가느다랍니다. 그런데 그들의 코가 뾰족한 것은 동북아시아보다는 덜 추운 곳에서 살았기 때문입니다). 반면 서양인들 외모는 한 마디로 말해 '튀게' 생겼습니다. 코가 돌출되어 있고, 눈이 크고, 홍채 색깔이 다양하고, 머리카락 샐깔도 금발, 갈색, 검정색 등 다양합니다. 얼굴 근육의 탄력도 좋아서 표정도 다양합니다. 다만, 젊을 때는 아주 예쁘지만 나이가 들면 동양인들에 비해 쉽게 늙고, 못생겨진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또 서양인들은 고대 농업이 발달했던 동양과 다르게 거친 수렵 위주의 야만적인 생활을 했기 때문에 성격이 거칠고 공격적인 편입니다. 서구가 근 500년간 이 세부 섬에 정착을 했지만 그래도 아시아가 가지고 있는 문화적은 뿌리는 옮길 수는 없었습니다. 마찬가지로 우리 한민족이 이곳 세부섬에 뿌리를 내린 역사도 근 30~40년 사이이지만 하루아침에 우리가 세부아노 문화에 적응하기는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 서구와 아시아가 혼합된 이 세부섬 문화 속에서 우리가 가지고 있는 한국문화도 세부 섬에 조금씩 조금씩 뿌리가 내려져 가는 문화의 변동을 바라보면서...

필자는 25년 전 세부에 정착하여 현재 한사랑 교회 목사, 코헨대학교 세부분교 학장에 재임중이며 UC대학 HRM학과에서 강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