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부에서 살고보니] 간격(間隔)

간격(間隔).jpg 세부에 살고 보니 아주 낯선 세부섬에 처음 도착했을 때 가장 먼저 나에게 잘해주는 사람들이 너무 고맙고 친밀함을 느낍니다. 그러나 그 사람에게 어느 정도 간격(間隔)을 유지하지 않은 채 너무 가깝게 의지하게 될 때는 꼭 문제가 발생하게 됩니다. 특별히 이곳 원주민들은 잘 모르는 사이인데도 처음 보는 외국인들에게 지나칠 정도로 먼저 다가오며 잘해주려고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문제는 아무리 상대방이 좋은 사람이라 하더라도 사람 간에는 기본적인 안전거리를 유지해야 그 관계가 오래가는데 처음부터 너무 가깝게 지내다보면 혹 나중에 안 좋은 일이 생길 때는 그때 생기는 데미지(damage)는 엄청납니다. 그럴 경우 서로 간에 관계회복은 물을 건너가게 됩니다. 그래서 남의 나라에 살면서 정착하는 과정에는 기본적인 간격(거리유지)가 필요합니다. 물론 정반대로 그 간격이 너무 멀어도 새로운 곳에 정착하기가 너무 어렵습니다. 동물들이나 사람세계에는 각자 안전거리가 있는데 그 거리가 유지가 안되면 안전하지가 않습니다. 영양들도 사자와는 항상 100미터 거리를 유지하며 안전하게 살아갑니다. 그러면 세부섬에 살아가면서 사람들의 간격(거리)를 얼만큼 유지하며 살아가야 할까요? 너무 가까워도 안되고 너무 멀어도 안된다면 어느 정도의 거리가 가장 안전하고 오랫동안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살아갈 수 있을까요?

사람간의 거리는?

1942년 컬럼비아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문화 인류학자 에드워드 홀(Edward T. Hall)은 동물이 거리를 두는 방법을 바탕으로 사람 사이의 거리나 공간 유지 방법을 연구하면서 “인간에게는 자기 자신을 지켜내고자 하는 최소한의 공간이 필요하다”고 말은 했습니다. 그런데 “이 공간은 보이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결국 “보이지 않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역설입니다. 이 공간은 인간에게 반드시 필요한 최소한의 거리인 것입니다. 그 공간은 4가지로 구분합니다.

친밀한 거리 45.7cm 미만

이 정도의 거리는 상대의 존재감을 확실히 느끼고 냄새, 체온, 숨소리까지 감지할 수 있기에 가장밀접한 관계가 됩니다. 이 정도 거리에 다가서려면 적어도 가족 그리고 연인처럼 엄청난 친밀한 사이일 것입니다. 이 거리는 쉽게 아무나 함부로 침범해서는 안 됩니다. 기본적으로 개인의 가장친밀함의 거리이고 또한 자기 방어를 위한 최소한의 사적인 공간이기에 인간은 누구나 누가 갑자기 이 영역을 침범하면 본능적으로 긴장감이나 공포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아랍인들은 대화를 나눌 때 서로의 얼굴에 숨결이 느껴질 정도의 거리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대화를 나눌 때 상대방과의 거리가 20~30cm일 경우 편안함을 느끼기에 상대에게 자꾸 더 다가서고 반대로 미국인들은 45~50cm가 되어야 평안을 느끼는 미국인들은 이 선을 넘어서면 사적인 영역을 침범하기에 위협적이고 무례하다는 느낌을 가지기에 아랍인과 미국인이 대화를 가질 때의 문화적 충돌이 일어납니다. 민족들 간의 친밀도의 거리는 아랍인들은 20cm 정도이고, 남미인들이 30cm, 미국인들은 40cm라고 합니다. 슬라브족이나 게르만족들은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말을 한답니다. 그 이유는 추운 곳에서 사는 슬라브족은 체온이 아쉬워서, 게르만족은 전통적인 수렵 생활에서 생긴 공격성에서, 또는 반대로 해치지 않겠다는 증명으로 가깝게 접근하며, 아랍인들은 오랜 유목 및 이동 상업 생활에서 사람들이 마냥 반갑고 또 헤어지기가 아쉬워서 서로를 접근하기를 좋아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한국인은 보통 50cm 정도라고 합니다. 한국인들이 거리를 가장 많이 두게 된 것은 오랜 정착 생활로 서로를 너무나 잘 알기에 접근할 필요가 없었고, 또한 덥고 습기가 많은 기후여서 서로의 접촉이 오히려 불쾌하고 짜증을 일으킨다고 생각을 하며 또한 유교의 영향으로 예의를 중시한 생활도 하나의 이유일 것입니다. 연인들 간의 거리에서는 남성보다 여성이 감성적이기에 이 50cm 가 무척 중요합니다. 함께 길을 걸을 때 남성들이 간혹 이 거리를 벗어날 때 여성들은 소외감을 느끼고 서운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고 합니다.

개인적인 거리 45.7cm~1.2m

개인적 거리라는 것은 나만의 공간의 거리입니다. 적어도 개인은 내가 기지개를 할수 있는 거리는 확보가 되어야지만 안정된 생활을 할수 있는 거리입니다. 이 거리가 유지되야 상대방이 나의 체온과 냄새를 느낄 수 없고, 나도 느끼지 않아도 되는 거리가 됩니다. 이 정도 거리에서 이루어지는 대화는 어느 정도의 친밀함과 함께 격식이 되는 사람들 간입니다.이 정도는 비격식적인 거리에 들어갈 수가 있습니다. 일상적인 대화가 쉽게 이루어질 수 있는 거리입니다. 이 거리에서 좀 더 멀어지면 긴장감은 줄어들지만 오히려 친밀함이 떨어지고, 좀 더 다가서면 긴장감이 고조되기 때문에, 친밀함의 거리에서 자연스럽게 사용할 수 있는 기호, 즉 스킨십이나 귓속말을 보다 조심스럽게 사용해야 합니다.

사회적인 거리 2m~4m

이 정도 거리에서 이루어지는 대화는 별다른 제약없이 제3자의 개입을 허용할 수 있는 거리입니다 .따라서 대화 도중에 대화의 참여 및 이탈이 자유롭습니다. 사실 1.2미터 이상 멀어지면 상대방 얼굴의 세세한 부분까지는 보이지 않습니다. 또 특별한 노력이 없는 한 상대방과 닿지도 않고 그럴 시도조차 하지 않습니다. 그러기에 방문객의 거리입니다. 이 정도의 거리를 유지한다면 앞에 사람이 있더라도 신경 쓰지 않고 계속해서 일을 할 수 있는 거리입니다.

공적인 거리 4m이상

이 정도 거리에서 이루어지는 대화는 연설이나 강의와 같은 특수한 경우에 한정됩니다. 보통 연예인이나 교수의 거리입니다. 강사의 입장에서는 청중 모두를 한 눈에 파악하기 위해 이 정도의 거리가 필요하고, 청중의 입장에서도 강사에게 무례한 행동을 노출시키지 않으면서 편안히 강의를 들을 수 있는 거리입니다.

우리가 처음 만난사람에게 너무 가까이 다가서면 나중에 어렵게 되는 것은 너무 친밀한 거리는 반대로 그와 동시에 그 거리는 ‘격투’의 거리이기도 합니다. 저도 세부에서 너무 가깝게 다가섰던 관계는 나중에 위험이 따라왔었습니다. 그것은 그 거리 때문에 쉽게 상대를 위협하거나 공격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기에 외국에서는 적어도 어느 정도 거리가 유지 되어야만 오래갈 수 있는 관계가 형성될 수가 있습니다. 세부섬에서 사람들 간의 적절한 간격을 유지함으로 서로 서로 오래가는 아름답고 귀한 관계를 가지시기를 바랍니다.

필자는 25년 전 세부에 정착하여 현재 한사랑 교회 목사, 코헨대학교 세부분교 학장에 재임중이며 UC대학 HRM학과에서 강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