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부에 살고보니] 부자


글로벌 투자은행(IB) 크레디트스위스는(CS)는 '세계 부(富) 보고서'를 지난 10월 19일 발표했는데 2018년 한국인 평균 자산은 17만1739달러(약2억원)으로 파악했습니다.
또한 100만달러(약11억원) 이상의 자산을 가진 한국인은 75만 3503명이라고 발표를 했습니다. 그리고 필리핀 백만장자(100만불)은 현재 3만2천명 정도라고 했습니다. 한국과 부자의 규모가 근 25배나 차이가 나는 수치입니다. 적어도 11억원은 있어야 부자라고 하나봅니다.

그러고 보면 우리가 필리핀은 빈익빈 부익부가 무척 큰나라라고 늘 이야기 하지만 그래도 부자의 수는 3만2천명정도 밖에 되지는 않은 듯합니다.

한국사회에서 일반적으로 부자의 개념은 자산이 25억원정도가 되는 사람을 말한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자산이 30억원 정도가 되는 사람들의 부자의 기준은 105억원 정도가 있어야 부자라고 합니다. 그러고 보면 부자라는 개념은 끝이 없는 듯 합니다.

국내 재벌들을 인터뷰한 기자들의 보고는 재벌들은 늘 돈이 없다고 힘들어 한답니다. 인류 역사상 최고의 거부인 존 데이비슨 록펠러가 했던 유명한 말이 있습니다.
2015년 기준으로 재산이 3300억 달러에 달했던 그에게 한기자가 "도대체 얼마만큼의 돈이 충분한 것입니까?"라고 묻자 록펠러는 "조금만 더요."(Just a little more.)라고 답했다고 합니다.

저는 세부에 살면서 가난한 사람들과 늘 함께 지내다보니 '결국 부자라고 하는 것도 상대적이질 않은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냐면 저 같은 사람이 이곳 세부 한인사회에서 성공하신 분들의 세계에 가보면 정말 초라한 제 모습을 발견하곤 하는데 또 반면으로 원주민들 세계에 가보면 이분들이 얼마나 저를 부러워하는지 상상을 하질 못합니다. 원주민 세계에서는 저는 엄청 부자이고 한인들과 또한 한국에 가보면 저는 그야말로 가난한 사람입니다.

예전에 유명한 멕시코 어부 이야기가 필리핀 사람들의 부자관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작은 어촌마을 어부는 필요한 양만큼 고기를 잡고 나머지는 쉬며 기타치며 가족들과 어울리는 것을 최고의 행복의 가치로 생각하는 멕시코 어부들의 철학을 미국의 벤처 투자자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어 하는 이야기는 부의 가치기준을 이야기 하는 듯 합니다.

'논어'의 옹야편에 "아는 것은 좋아하는 것만 못하고 좋아하는 것은 즐기는 것만 못하다"(知之者不如好之者, 好之者不如樂之者) 주석에는 이렇게 풀이하고 있습니다.
'안다는 것은 진리가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이다. 좋아한다는 것은 좋아만 했지 완전히 얻지 못한 것이다. 즐긴다는 것은 완전히 얻어서 이를 즐기는 것이다.

'결국 진정한 부자란 자신의 영역에서 많이 아는 자이고 그보단 좋아하는 일을 하는 자이고 그것보다 더 부자는 즐기면서 일하는 사람이라고 해석됩니다.

그러고 보면 저도 짧은 삶을 살았지만 부자로써 살아왔다고 생각됩니다. 제가 좋아하는 나라에서 좋아하는 일을 하고 또 즐겁게 일하고 있으니 더 이상 바랄 것이없습니다.

그런데 가끔 저와 비슷한 일의 영역에도 어떤 분은 현지인들 앞에 사명감으로 일하면서도 힘들어하고 화를 많이 내거나 화가 나있는 상태가 계속 유지되는 분들을 볼 때가 있습니다.

저는 그럴 때마다 이런 생각을 합니다. 부자란 여유로 표현되는 것인 것 현지인들에게 부자의 품격으로 여유있는 모습을 보여주면 오히려 현지인들이 진정한 부자처럼 존경해주고 본인도 부자로써 더 행복한 삶을 영유할 수 있는데... 오히려 이 열대지방에서 마음으로는 더 가난한 삶을 살아가는 구나...

이곳 세부섬에서 살아가는 최고의 축복은 마음이라도 부자처럼 여유롭게 살 수 있는 부분입니다. 그런 부분이 감사한 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