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지난해 말, 태극기를 휘날리며 필리핀에 왔다
'피'를 '땀'으로 갚겠다는 구호를 외치며...
부끄럽게도 나는 너무 늦게 그들을 찾았다. 그들이 필리핀 세부를 거쳐, 타클로반에 태극기를 건지 7개월이 훌쩍 지난 시점에야 말이다.
지난해 12월 LST 전함을 타고 500여 장병이 들어오던 날, 카메라 기자를 동반해 사진을 찍으러 달려갔던 때와 달리, 그들이 세부를 떠난 이후, 하이옌으로 폐허가 된 타클로반과 함께 그들의 이름을 잊었었노라, 솔직히 고백한다. 가끔 인터넷 뉴스로, 한국 방송에서 그들의 용맹한 모습과 그들의 업적을 보기는 했으나, 그것이 비행기로 40분 거리인 지척에서 일어난 일로 느껴지지 않았던 때문이라 변명을 달아두자.
부끄럽게도 '진짜 사나이'와 함께
그들의 이름을 다시 떠올리다
6월말, MBC 예능프로그램 '일밤-진짜 사나이'(이하 '진짜 사나이')에서 필리핀 아라우(ARAW)부대로 해외파병을 떠나 필리핀 파병 프로젝트를 어어가는 진짜 사나이 멤버들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멤버들은 필리핀 팔로 고등학교에서 아이들에게 태권도를 가르치며, 시름에 빠진 아이들에게 희망과 재미를 전했다.
또 전봇대에 깔린 승용차와 저수지에 빠진 트럭을 구난하는 대규모 '카라바오 작전'에 투입돼 구조 활동을 펼쳤다. 이들은 40도에 육박하는 더위 속에서도 태풍으로 피해 입은 필리핀을 정상적으로 복구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
작전을 끝낸 멥버들은 필리핀에 살고 있는 6.25 참전 용사를 찾았다. 이들은 용사의 집 완공식에 참석해 우리나라를 도와준 고마운 참전 군인들과 대화를 나눴다.
뿐만 아니라, 이들은 태풍으로 무너진 나가나가 초등학교 복구 작업에 투입됐다. 멤버들은 공부할 곳을 잃어버린 아이들을 위해 학교를 짓는데 땀을 쏟았다.
필리핀으로 파병된 '진짜 사나이'멤버들은 쉽지 않은 작엽량을 모두 소화하며 구슬땀을 흘렸다.
뿐만 아니라, 필리핀 현지의 어른들과 아이들을 만나는 등 사람들 모두를 진정으로 대하고 웃음을 주며 감동을 전했다.
이처럼 필리핀으로 간 '진짜 사나이' 멤버들은 아이들 교육부터 학교 복구 작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을 펼치며 태풍이 할퀴고 간 필리핀을 조금씩 살려내며 웃음과 감동을 전했다.
그리고 진짜 사나이 멤버들의 활약과 함께 아라우 부대가 내게 강렬한 질문을 던졌다.
'지금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아는가?'
하지만 어떻게 타클로반 아라우 부대의 대원들을 만날 수 있다는 말인가. 어림없는 일로 보였다. 연락을 하고 찾아간들, 반갑게 맞아줄 것인가.
고작 세부에 살고 있는 교민 주제에 수백명의 우리 군이 주둔하고 있는 곳을 음료수 몇 병 달랑 사들고 간다는 것은 손이 부끄러운 일인 것 같았다.
그것은 순전히 내 생각이었다.
지난 7월 11일 새벽 4시 20분 세부 출발, 타클로반행 세부퍼시픽을 타고 타클로반 아라우 부대를 방문했다.
타클로반의 아라우 부대는 '방문객'을 맞기위한 홍보관과 게스트하우스 그리고 봉사프로그램, 군대체험프로그램까지 갖추고 세부의 '교민'인 나를 환대하였다. 정작 내 손에는 음료수 한병 들려 있지 않았다.
그리고 "피의 희생을 땀으로 보답한다"는 구호를 외치며 폐허가 된 타클로반을 지키고 있는 300여 장병을 만날 수 있었다.
교민연합뉴스는 앞으로 12회에 걸쳐 타클로반 태극 전사들의 소식을 전하고자 한다.
더불어 타클로반 아라우 부대를 방문코자하는 기관이나 단체는 교민연합뉴스로 문의해 주시기 바란다.
(계속)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