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부 어린이들, 아라우 전사들을 만나다 ②

타클로반-아라우부대-전격-방문기-1.jpg

타클로반 아라우부대 전격 방문기 ②

22일 아침, 아라우 부대원들은 이른 아침부터 세부 어린이들을 위해, 작은 무대를 준비했다. 세부 콩세알 회원들도 아라우 장병들을 위해 준비한 커피를 대접하기 위해 바빴다. 문제는 얼음이었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6시 30분부터, 커피를 준비하기로 하고 세부 콩세알 아버님들이 얼음을 구하러 부대 밖으로 나갔다.
커피를 준비하던 팀은, 얼음이 도착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뜨거운 커피를 만들어야 했다. 더운 날씨라, 뜨거운 핸드드립 커피를 부대원들이 반길까 싶었는데 반응이 뜨거웠다. 안내 방송이 나가기가 무섭게 수십 명의 부대원들이 줄을 섰다.
막탄 시빗 커피숍 대표님이 준비한 필리핀 원두 중에는 바라코도 있었다. 필리핀에서만 맛볼 수 있는 특별한 커피맛은 아라우 부대의 단장님의 마음을 움직였다. 단장님이 간부들을 불러모았다. 커피를 제공하고 있던 체육관 한쪽에 테이블이 급히 마련됐다. 부대원들은 커피숍에 어울릴만한 음악을 준비했고 체육관은 커피향과 함께, 번듯한 커피숍이 됐다.

"오랜만입니다. 사제 커피."
"8개월만에 맛보는 커피 맛, 너무 감사합니다."
"아, 한국에 와 있는 것 같습니다."

아라우 부대의 대원들은 커피를 한모금 마시고 누구랄 것 없이 감사 인사를 건넸다. 커피 봉사를 하던 세부 콩세알 어머니들 마음도 바빠졌다.
커피를 제공하는 한쪽에서, 작은 공연이 시작됐다. 공연의 시작은 해병대의 태권무였다. 태권도에 대해 어렴풋이 경험이 있는 아이들은 물론, 태권도를 처음 보는 어린 여자아이들까지도 공연에 빠져들었다. 20분가량 진행된 공연을 마쳤을 때, 아이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타클로반-아라우부대-전격-방문기-2.jpg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군대 체험 행사가 진행됐다. 한국군이 개발한 K-1소총부터 장총을 시작으로 수색대가 야간 수색에 나셨을 때 쓰는 적외선 탐사경과 망원경, 그리고 해병대 군복과 특수 수색대원 복장까지 아이들은 친절한 설명을 듣고 직접 만져보았다. 군복을 입어본 아이들은 멋진 포즈로 사진을 찍기도 했다.
아라우 부대에서는 아이들을 위해, 작은 레포츠로 PT 체조를 선보이기도 했다. 아이들이 쪼르르 정렬해서 따라하는 PT 체조는 귀엽기 그지없었다.

대략의 행사가 끝나고 다시 커피 봉사가 진행됐다. 애타는 마음으로 얼음을 기다리고 있는데, 때마침 얼음을 구하러 갔던 일행이 돌아왔다. 아이스박스 2개 가득, 얼음이 차 있었다.
"아! 됐네요. 준비하시죠?"
시빗 대표 지니 킴 바리스타 선생님의 지휘 아래, 일사분란하게 콩세알 어머니들이 움직였다. 순식간에 아이스커피를 제공할 준비를 마쳤다. 오전에 뜨거운 커피를 마셨던 장병들이 다시 오기도 했다. 이날 콩세알 문화원 회원들과 아라우 부대 방문에 함께한 일행 모두는 시빗 커피숍 대표 지니킴 바리스타의 주도 아래, 300명의 장병들에게 커피를 대접했다.

부대 밖으로 오랫동안 나갈 수 없었던 부대원들은, 이날 콩세알 회원들이 준비한 커피와 바나나칩으로 부대 내에서 오랜만에 행복한 시간을 가졌다. 뒷정리는 콩세알 아이들이 맡았다. 애초 봉사를 하러 왔으나, 안전상의 이유와 아이들의 연령이 너무 어려 현장에 따라나가 봉사를 할 수 없었으므로 어머니들은 아이들에게 뒷정리를 맡겼다. 아이들은 기꺼이 자신들의 몫을 해냈다.

다시 비행기에 오르기 위해 부대를 떠나는 2시까지, 300명의 장병들에게 커피를 대접하고 돌아오며 각자 어떤 생각들을 했을까.
나는, 타클로반 아라우 부대가 본국으로 복귀하기 전까지 이같은 방문이 좀더 자주 있기를, 조슴스레 기대해 보았다. 콩세알 문화원 회원들은 물론이고 한인회와 여성회, 어학원들이 주축이 되어, 타클로반 복구를 우리 군부대와 함께 한다면 더 의미가 있지 않을까.
우리는 흔히 마시는 커피 한잔이었지만, 아라우 부대원들에게는 더없이 행복한 시간이었다는 인사를 들을 수 있었다.
"커피 감사합니다."
아직도 이 말이 귓가를 맴돈다. 작은 정성이었지만, 부대에서 1년간 온국민을 대표하여 땀흘리는 그들에게는 '커다란' 마음이었던 모양이다.

아라우 부대 이철원 단장은 "세부 교민들의 방문을 언제든지 환영한다. 특히 함께 건설현장에서 땀흘려 일해줄 청년들의 손길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타클로반-아라우부대-전격-방문기-3.jpg


※ 아라우 부대 체험을 원하시는 만 13세 이상 교민 여러분은 0906-572-4177(공보담당관)으로 문의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