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부에 살고보니] 대통령의 딸

대통령의 딸
필리핀에서는 권력을 세습하는 경우가 참 많습니다. 아마도 그 이유는 아직도 권력이 국민에게로 넘어가질 않고 돈이나 힘에 의해서 좌지우지되는 사회구조 때문이 아닌가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한국도 처음으로 대통령의 자녀가 대권을 잡아본 경험이 있었지만 실패로 끝났는데 그러나 필리핀은 아직도 정치권력의 모든 분야에 권력세습이 공공연하게 이루어지고 있어서 이 나라에 살고 보면 정치와 경제 사회 문화 모든 부분에 소수 엘리트집단에 의해 장악되어 있는 현실이 한편으로 아쉽고 한편으로 무섭기도 하다고 생각됩니다.

중앙정치에서도 마르코스, 아키노, 마카빠갈, 로하스 등등, 이런 가문들은 대통령 가문인데 그 가족들이 아직도 정치 모든 영역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필리핀 전 상원의원인 故미리암산타이고(1945~2016)는 "필리핀은 전세계 정치 왕조의 수도"라고 말했습니다. 그녀는 "정치가문은 마피아 범죄조직이나 다름없다"라고 비난했습니다. 시민단체인 '거버넌스의 피플파워 강화센터' 정책연구소장인 바비투아손은 "필리핀의 정치 상황이 악화되는 주된 원인이 바로 이들 정치가문 때문"이라며 "1억이나 되는 필리핀 사람 중에서 불과 몇몇 가문출신만 국민을 위해 봉사할 수 있는 지성열정의지를 갖고 있다는 건 말이 안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에 따르면 24명의 상원의원 중 21명이, 229명의 하원의중 중 80%가 정치왕조 소속이거나 영향권에 있는 인물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물론 이곳 세부섬의 정치권력도 비슷합니다. 세부시, 만다위시, 라푸라푸시 모든 지역은 거의 가문 정치를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필리핀의 정치권력은 근90%가 정치 왕조이거나 가문 정치로 이루어져 있다고 볼 수가 있습니다. 어떤 정치 평론가는 "필리핀 정치가문의 힘이 나라보다도 강하다"라고도 하기에 필리피노들은 두테르테 대통령에 대한 기대가 무척 많았습니다. 이번 대통령은 정치권력을 시민들에게 돌려주고 부정부패와 두테르테 그 본인도 1988년 다바오 시장으로 당선되고 22년간 시장을 해왔기에(중간에 하원의원과 딸이 시장할 때 부시장을 한 기간을 제외) 또 지난 2018년 3월 6일 두테르테는 파사이시 연설에서 필리핀 남부 다바오시 시장으로 있는 맏딸 사라의 업적을 칭찬하면서 "왕조가 나쁘다는 데 동의하지만, 때로는 더 좋을 수도 있다"고 하며 자신의 딸이 자신을 이어 다바오시장에 이어 필리핀 대통령직을 승계해줄 것을 기대하는 듯한 발언을 하기도 했습니다.

사라는 2016년 필리핀 대선과 함께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다시 한번 99.6%의 압도적인 승리로 다바오시 시장이 되었습니다. 사라는 아버지만큼이나 강하고 예측 불가한 인물로 알려져있습니다. 최근엔 사라가 필리핀 권력의 새로운 중심축이라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그녀는 '스트롱맨'이라 불리는 아버지만큼이나 강하고 거침없는 언행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2011년 그가 다바오 시장일 때 경찰관 얼굴에 주먹을 휘두른 일화는 유명합니다. 또한 최근 활발한 정치 행보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그녀는 다바오에서 지역정당을 창당했고, 21년 간 필리핀을 철권통치했던 페르디난도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장녀 아이마 마르코스를 자신의 편으로 포섭, 세력을 강화하려는 움직임도 보였습니다. 필리핀의 유명 칼럼니스이자 데라 살레 대학 교수인 리처드 헤이드리안은 SCMP에 "사라 두테르테가 필리핀 권력의 새로운 중심축이 되고 있다"며 "그를 둘ㅇ러싼 권력 집중화가 이뤄지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두테르테의 측근인 판필 로락손 상원의원은 필리핀 GMA뉴스에 "사라 두테르테는 차기 지도자로 최고의 선택이 될것"이라며 "그는 강한 의지와 단호함, 진보적 견해와 좋은 리더십을 갖고 있다"고 극찬했습니다.

한국과는 달리 필리핀은 아직도 권력이 소수 정치 명문가에 집중되잇고 물론 경제도 그렇고 그러하기에 우리 한인들은 정치권력이 어디로 흐르냐에 민감해야 하며 이 나라가 어느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를 늘 생각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