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부에 살고보니] 인생의 방향


지난 1월 4일 세부 남쪽 아르가오 지역에서 59세의 헤르모소라는 작은 방카를 타고 고기잡던 어부가 구조되었습니다. 그는 보홀섬에서 그날 아침 8시에 평소대로 고기를 잡으러 갔다가 갑자기 엄청나게 쏟아지는 비바람에 바다에서 길을 잃게 되어 헤매며 육지를 찾았는데 결국 그가 구조된 곳은 보홀섬에서 아주 한참 떨어진 세부섬 남쪽이었고 시간은 8시간이나 흐른 오후 4시가 되었습니다.

그날은 세부도 하루 종일 비가 왔었던 날이었습니다. 저는 혼자 고민해보면서 그당시 이 어부가 앞이 보이지 않는 바바람 속에서 얼마나 당황하고 무성누 시간이었을까를 떠오르며 우리 이민자들이 똑같이 세부라는 낯선 곳에 도착했을 때 언어와 문화 또 물과 환경이 다른 곳에서 어디로 나아가야 할가 방황했던 지난날을 회상해 보았습니다.

보통 우리가 산행길에 너무 자연에 도취되어 길을 잃게 되면 일반적으로 4가지 방법으로 길을 찾으려 한다고 합니다. 그 4가지 방법을 살펴보면 ① 계곡의 물길을 따라 내려온다. ② 밤하늘의 별을 보고 방향을 찾는다. ③ 나무의 그루터기의 나이테를 보고 방향을 찾는다. ➃ 수크령이나 질경이처럼 사람이 지나는 길에 자라는 풀을 찾는다.
그중에 가장 좋은 방법은 계곡을 따라 내려오는 방법이라고 합니다. 왜냐하면 물은 아래로 흐르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은 세부섬에서 인생의 길을 잃었을 때 어떻게 헤어나오곤 합니까?

사하라 사막 서쪽에는 '사하라사막 중심'이라고 불리는 마을이 있다고 합니다. 이 마을은 오랫동안 외부인들에게 안 알려졌던 조그마한 마을이었다고 하고 또 이 마을사람들은 외부와는 단절되어서 누구도 이 마을에 들어오면 밖으로 나갈 수가 없어 여기에 정착했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한번 이곳에 들어오면 외부로 나갈 수가 없고 어느 방향으로 가도 결국 며칠이 지나면 자기가 출발했던 이곳 제자리로 되돌아고기 때문이랍니다. 마을 사람들은 외부로 나아갈 수 있는 방향을 누구도 몰랐습니다. 그런데 한번은 외부인이 이곳 마을 청년을 데리고 낯에는 자고 밤에 북극성으로 방향을 찾아 나아가는 법을 가르쳐주어 드디어 이 마을이 잘 알려졌고 이제 외부와 소통이 되었다고 합니다. 결국 우리 인생에 나아갈 길은 별자리였던 것 입니다. 고 신영복 선생님의 책 '처음처럼' 중에 '떨리는 지남철' 이라는 글이 있습니다.

"북극을 가리키는 지남철은 무엇이 두려운지 항상 바늘 끝을 떨고 있다. 여윈 바늘 끝이 떨고 있는 한 우리는 그 바늘이 가리키는 방향을 믿어도 좋다. 만일 그 바늘 끝이 불안정한 전율을 멈추고 어느 한 쪽에 고정될 때 우리는 그것을 버려야 한다. 이미 지남철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가 살아가는데 인생의 방향을 가르쳐주는 나침반의 지남철 끝은 언제나 흔들리고 있습니다. 매일 내가 살아가면서 늘 두렵고 떨리고 호기심으로 살아가고 이싿면 그것은 내가 살아있다는 것이고 내 삶이 흔들리지 않고 굳어 있다면 내 삶은 방향감각을 잃은 것이고 죽어 있고 더 이상 건강한 삶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사실 꽃은 흔들리면서 피는 것이기도 하기에 삶은 늘 불안하고 또 떨리고 긴장되고 기대되며 흔들리며 살아가는 것이 가장 정상적이고 건강한 삶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세부섬에서 살면서 우리의 나침반이 정상적이라면 삶의 방향을 찾아 늘 흔들려 있을 것입니다. 어느 누구나 고정되어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또 그것이 인생의 재미입니다. 늘 불안하고 완전하지는 않지만 올바른 방향으로 가려고 매일 매일 그 길을 찾아가는 것이 우리네 삶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렇지만 그 나침반의 지남철은 언제나 한 방향을 찾아가고 있는 것처럼 세부에서의 올바른 삶을 향한 기대와 희망으로 하루하루의 삶이 가장 건강하기에 2019년 역시 불안한 요소는 많이 있지만 기쁨과 간절한 바람으로 열심히 살아가는 우리 한인 교민들의 소박한 삶을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