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부에 살고보니] 열대지방 사람들



세부에 오래 살고보니 내가 살던 한국과 다른 문화들을 보면서 좀 어색해했던 시간들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살다보니 이제는 저도 이곳 열대문화에 조금씩 적응되어 가는 듯합니다. 열대문화와 한대문화는 다른 말로는 북방민족과 남방민족의 차이점에서 오는 듯합니다. 우리 인류는 대략 20만 년 전 아프리카에서 해안을 따라 동진한 남방족과 북쪽으로 진출한 북방족이 있다는 것을 배워왔는데 당연히 한 종족인데 날씨에 따라서 많은 변화를 이루어 왔다는 것을 알수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차이점들을 삶에서 발견해 나아가는 일은 쉽지는 않았는데 이제는 생활 속에서 이해가 되어가고 있으니 지난 26년 열대에서 살아온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됩니다.

쿤(Coon, 1950)교수가 분석해보니 열대사람들의 피부면적은 한 대보다 1.55배 넓었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피부면적을 넓혀 채열발산이 용이하도록 진화했다고 합니다. 한대지방은 반대로 피부면적을 좁혀 체열발산이 억제되도록 했다고 합니다.

어제 세부 요트클럽에서 점심을 먹는데 손님들 대부분이 프랑스 사람들인데 얼굴형이 전부 작은 계란형이었습니다. 반면 이곳 열대지방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얼굴이 큼지막합니다 .얼굴을 살펴보면 남방형은 이마가 좁고 눈썹이 진하고 눈이 크고, 코가 짧고 넓으며 입술이 두껍습니다. 그러나 북방형은 이마가 넓고 눈썹이 흐리고 눈이 작고, 코가 길고 좁으며 입술이 얇습니다.

제가 99년 미국에 공부하러 간적이 있는데 그때 제가 처음으로 서양인들을 자세히 살펴볼수 있었는데 처음 깨달은 것은 그들의 입술이 너무나 얇다는 것이었습니다. 도저히 믿어지질 않을 만큼 얇았던 것을 보며 서양인하면 우뚝 솟은 코만 생각하는데 실은 입술도 다르구나 느꼈습니다. 반면에 이곳 열대에 살고보니 이들은 대체적으로 입술이 두툼합니다. 남방형인들은 해안선을 따라서 살아온 해안 채집민이었습니다. 그러나 북방민족은 시베리아 초원에서 동물을 사냥한 수렵 채집민들입니다. 이와 같이 그들은 각자 다른 먹이를 다른 방식으로 채집하면서 진화했기 때문에 먹이 채집능력이 크게 달라졌습니다. 남방형은 해안가를 따라 이동하면서 육상에서는 열매를 따고 해안에서는 조개를 잡으며 생활했습니다. 생존하기 위해서는 열매나 조개를 놓치지 않는 뛰어서 시각과 무성한 나무들을 올려다보고 찬찬히 살피면서 무성한 잎들 사이에 있는 열매를 찾았을 것입니다. 그래서 근거리시, 물체시, 고해상도시, 상향시, 유채색시가 발달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북방형의 생존방식은 추운 시베리아 초원에서 벌인 동물사냥은 무척 어렵고도 위험한 목숨을 건 사투였습니다. 이들의 얼굴과 체형이 바뀌게 된 시기는 최종 빙하기였습니다. 이때 살아남은 동물수는 많지 않아서 사냥을 하기위한 원거리시, 운동시, 하향시, 무채색시가 발달되었습니다. 동물의 세계도 비슷합니다.

세부에 살고보니 이곳 열대어들은 자연환경에 맞춰 화려하지만, 아주 날렵하질 못합니다. 플랑크톤이 많고 해초가 풍부하니 고기가 별로 움직이질 않아 밋밋하고 감칠맛이 없습니다. 그러나 한대지방 물고기들은 먹이를 찾아 수없이 돌아다녀야 하고 또 추위에 견뎌야 하니 지방도 저장해 생선이 쫄깃하고 감칠맛이 날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이곳 물고기 중 몰몰이라는 생선은 보라색을 띠는데 뼈까지도 보라색을 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생존을 위한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색을 띠고 있습니다. 그림에도 한국은 산수화처럼 선이 굵고 힘차다면 열대는 화려하고 섬세합니다.

또한 한인들의 사인을 보면 대체적으로 힘이 들어가 있고 큼지막한데 현지인들은 글이 작고 무척 오밀조밀합니다. 그래서 북방은 어둡고 둔중한 감이 있으나 끈기가 많고 열대는 밝고 명랑하지만 다소 게으르며 인내가 약합니다.

한인들에게는 세부섬은 큰 축복입니다. 왜냐면 우리가 가진 북방문화와 이곳의 화려하고 섬세한 문화를 잘 조화를 이룬다면 더욱 완전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