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부에 살고보니] 세부아노의 맛



세부에 살고 보니 이제는 세부아노의 입맛에 익숙해졌습니다. 처음에 왔을 때 이곳 사람들의 짜고 달고 신... 강렬한 맛의 세계를 적응을 못해 무척 힘들었습니다. 이제 27년의 세월이 지나다 보니 소금의 맛과 설탕 그리고 식초의 맛으로 이루어진 세부아노의 맛의 세계가 완전히 나의 혀에 적응을 하더니 점점 저도 세부아노가 되어져 가고 있다고 봅니다.

처음 세부에 도착했을 때 가장 강하게 느낀 현지인들의 맛은 아주 강렬한 식초의 맛이었습니다. 저는 원래 식초에 익숙하지 않은 체질이었는데 그러나 시간의 흐름은 무서워 세부아노의 강렬한 코코넛 식초가 제 삶의 일상이 되어버렸습니다. 맛의 세계는 곧 향의 세계이고 또 문화를 이루는 중요한 부분이기에 현지인들의 맛의 세계는 나에게 언제나 많은 배움을 전해줍니다.

맛의 세계

벌써 기원전 4세기의 사상가인 데모크리토스는 맛에 대해서 말하기를 맛은 음식 입자의 모양이 가진 효과라고 생각했습니다. 즉, 단맛은 ‘원자가 둥글고 큰’ 모양이며, 신맛은 ‘원자가 크지만 둥글지 않고 거칠고 각진’ 모양이고, 짠맛은 ‘이등변 삼각형 원자들’이며 쓴맛은 ‘둥글고 부드럽고 부등변이며 작은’ 모양이라는 말했습니다. 뒤이어 아리스토텔레스는 그의 『영혼론』에서 단맛, 신맛, 짠맛, 쓴맛이 네 가지 기본 맛의 세계라고 했습니다. 20세기 초에 과학자들은 네 가지 맛을 혀의 특정 부분에 할당하여, 맛의 지도를 작성하기 시작했습니다. 혀끝은 단맛을 느끼고, 혀의 양옆은 신맛을 선호하며, 혀의 뒷부분은 쓴맛에 민감하고, 짠맛은 혀 어디서나 느껴진다는 것입니다. 이 맛의 지도 덕분에 가루약을 먹을 때 쓴맛을 느끼지 않으려면 어떻게 먹어야 한다는 등의 요령이 한때 회자하기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조사 결과 맛은 혀의 위치와 상관없이 균일하게 느낀다고 밝혀졌습니다. 로버트 마골스키 Robert F. Margolskee 교수는 “모든 미각은 맛봉오리(미뢰)가 있는 혀의 모든 지점에서 감지될 수 있다”말합니다. 맛의 세계에 새로운 전환점은 그동안 맛은 4가지를 가지고 있다라는 가설에 2000년 만에 처음으로 인류에게 5번째의 맛을 찾아낸 사람은 바로 일본인 이었습니다.

1907년, 일본의 화학자 이케다키쿠나에는 자신에게 간단한 질문을 던집니다. 다시는 어떤 맛인가? 다시는 말린 다시마를 재료로 하는 일본 고유의 맑은 국입니다. 이케다는 아내가 매일 밤 끓여주는 다시에서 지금까지 혀가 느끼는 것으로 알려진 네 가지 맛이 아닌 그냥 맛있는 맛, 일본인들이 말하는 우마미(감칠맛)가 느껴지는 데 궁금증을 가지고 미지의 맛에 대해 탐구를 시작합니다. 이케다는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이 연구에 끈질기게 매달렸고, 증류에 증류를 거듭한 끝에 마침내 비밀스러운 성분을 찾아낸 것이 바로 ‘글루탐산’ 아미노산 감칠맛입니다.

우리 인간이 입으로 느끼는 맛은 5가지라고 합니다. 단맛, 짠맛, 신맛, 쓴맛, 감칠맛 그런데 실제로 식품성분의 98%는 무색 무미 무취라고 합니다. 오직 색과 향을 나타내는 0.1%가 맛을 낸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향미는 대체적으로 후각에서 온다고 합니다.

결국 우리의 맛의 세계는 향과 기분에 의해서 좌우되는 듯 합니다. 세부에 살면서 놀라운 것은 과거 전혀 먹질 못했던 시니강과 까레까레, 불날로 또한 레촌 바보이가 최근에 들어서 맛있어졌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결국 제 입맛이 변했다기 보다는 제가 세부섬을 서서히 좋아하게 되면서 익숙해지면서 생기는 현상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한국에서 처음 온 관광객 중 연세가 있으신 분들 중 전혀 현지인 음식을 못먹어 고생하는 경우를 종종 보는데 그것 또한 맛보다는 이질감, 어색함이 아닌가라는 생각입니다.
식초의 강렬함처럼 세부아노 원주민들의 강렬한 맛의 세계는 우리들을 또한 더 열정적인 이문화로 이끌게 되는 세부만의 독특한 미각세계라고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