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부에 살고보니] 피아노 선율 속 사색

피아노 선율 속 사색

일상을 살면서 오늘처럼 피아노곡이 이렇게 슬프고 아름답다 라는 것을 문득 느낄 수 있는 감정이 저에게 있다는 사실이 새삼 너무나 감사한 생각이 듭니다. 저는 지금 유키 구라모토의 “세느강의 정경”(A Scene Of La Seine)‘‘을 듣고 있습니다. 구라모토는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피아노 연주자 중 하나입니다.

한국에 데뷔한 지 20년이 넘었는데 언제나 그가 공연이 있을때면 매진행렬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발매된 앨범 21의 판매량이 무려 200만장이나 된다고 합니다. 1999년 첫 방한 연주회부터 인기가 폭발했었고 특별히 겨울연가 삽입곡은 한국과 일본에서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의 곡들은 대략 200여 곡이 넘지만 대표적인 곡들은 ‘Romance’ ‘Lake Louise’ ‘Waltz for Chopin’‘Paris in winter’ ‘Look down the sea’ ‘Memory of Love’등으로 투명하고 환상적인 선율로 이름난 곡들입니다.

구라모토는 올해 한국 데뷔 20주년을 맞았습니다. 1999년 첫 방한 연주회를 가졌고, 日선 겨울연가 삽입곡으로 유명합니다. 저는 그의 곡 중에서 제일 좋아하는 곡은 ‘세느강의 전경’입니다. 특별히 이곡은 런던 필하모니와 협연을 한 곡입니다. 이곡을 듣고 있으면 분주한 일상생활속의 평온을 찾게 해주며 그 안에 절제된 열정과 슬픔 그리고 또한 갈망을 회상케하는 힘이 있는 곡입니다. 저는 이곡을 처음 들었을 때 모든 것이 정지되는 느낌과 그동안 내가 살아온 것에 대한 회환과 의미를 다시 한번 찾아보게 되었고 그래도 내가 살아있었다라고 하는 슬픈 감사를 준 곡이었습니다.

유키구라모토 (YuhkiKuramoto)

구라모토 유키, 倉本 裕基, くらもとゆうき),는1951년 일본 사이타마현 우리와시에서 태어나 6세부터 클래식 피아노를 연주했습니다. 이후 일본 명문 도쿄공업대학에서 응용물리학 석사 학위를 받고 학자와 음악가 두 길 사이에서 갈등하다 음악가의 길을 택하게 된 피아니스트입니다.

최근 세부는 저기압의 영향이 아직도 남아있어 가을 같은 바람이 계속 불어옵니다. 이제 곧 바람 한점 없는 여름이 성큼 다가올 것입니다. 그래도 세부에 26년을 살다보니 저도 모르는 사이에 세부의 여름과 겨울의 차이를 느끼게 되었고 그동안 뜨거웠던 열대의 기온도 이제는 추위를 느끼는 현지인이 다 되었습니다.

어느 밤이었습니다. 바람이 세차게 불던 날 공항에서 손님을 기다리고 있는데 한국에서 방금 도착한 한국아이들이 세부공항 정문을 통과하여 처음 세부공기를 느낀 순간 “아우~더워~~”라는 아이들의 소리에 전 무척 문화적인 충격을 받았었습니다. 전 약간의 추위를 느끼며 몸을 움추리고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세부날씨를 처음 접한 한국아이들의 느낌은 덥다는 것이 었습니다. 그 의미를 곰곰히 생각해 보았습니다. 왜 아이들은 이 바람부는 선선한 날씨를 더위로 느낄까? 지난 26년을 돌이켜보니 저도 처음에는 이 무더위에 적응을 못해 몇 년간 헤매며 힘들어하며 간신히 현지날씨에 적응해 가던 지난날… 그러나 어느새 나도 모르는 사이 제 몸은 현지화가 되어 바람만 불어도 추위를 느끼는 현실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렇게 살며 지내다 유키 구라모토의 ‘세느강의 정경’을 듣게 되었습니다. 이제 저는 이 뜨거운 열정과 밝고 화려한 축제의 세부의 섬에서 슬픈 세느강의 정경 그려봅니다. 다시 젊었을 때의 춥고 외롭고 초라하며 쓸쓸했던 옛 모습을 그리워합니다. 구라모토가 특별히 호수, 꽃, 자연에 많은 감동과 영감을 받으며 곡을 썼는데 그래도 나에게는 이 뜨겁게 이글거리는 태양 속에서도 그의 은은한 피아노 선율 한곡이 이 열정의 열대의 삶을 정숙케 하며 지난날 이 섬에 정착하려고 몸부림쳤던 그 아픔과 슬픔들이 아름다운 은률이 되어 다가오기에 그래도 오늘을 살아가게 하는 힘과 감사가 되고 있음에 기쁨을 누립니다. 곧 다가올 뜨거운 열대 여름 속에 선율이 서늘한 피아노 한곡이 여러분들께도 그동안의 애환을 정화케하는 시간을 선사하기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