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샘'] 비전의 여정

[이야기 '샘'] 비전의 여정

저희 가정이 교회 개척을 위해서 필리핀에 처음 왔을 때 세부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 중에 하나가 SM-몰(mall) 같은 대형 쇼핑몰이었습니다. 도시는 지저분하고 너무 열악한데, 쇼핑몰 안에 들어가면 완전히 딴 세상인 겁니다. 한국의 웬만한 백화점과 대형 마트보다 더 크고 화려하고 없는 게 없는 곳입니다. 마닐라에 가면 ‘몰 오브 아시아(Mall of Asia)’가 있는데, 세계에서 가장 큰 쇼핑몰 중에 하나이기도 합니다. 이 쇼핑몰 역시 SM mall입니다.

SM 그룹은 필리핀 전역에 70개의 쇼핑몰과 중국에 7개 등 77개의 초대형 쇼핑몰을 소유하고 있고, 쇼핑몰 사업을 확장하다 보니 땅과 건물을 얻는데 불편함이 있어, 1974년에는 부동산 개발과 건설업도 하게 되고, 잔돈을 바꾸려 은행에 가는 불편함에 1976년에는 은행업에도 뛰어들게 됩니다. 그래서 현재 필리핀 최대은행이라 할 수 있는 ‘BDO 뱅크’를 만들고, 필리핀 5대 은행 중 하나인 ‘차이나 뱅크(China Bank)’ 역시 지분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명실공이 필리핀 재계 1위이며, 필리핀의 경제를 이끌어 간다고 해도 무리가 아닙니다.

그리고 돈을 많이 버는 만큼 좋은 일들도 많이 하고 있는데, SM 재단(SM Foundation)을 만들어서 교육, 의료, 농업 등등의 다양한 자선사업을 해 오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필리핀에 80개의 학교를 세워 나라에 기부했고, 수많은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고, 100만 명에게 의료지원을 했고, 160개의 열악한 병원의 시설을 재보수 할 수 있도록 지원했습니다.

필리핀 재계 1위 SM 그룹의 창업자는 올해 초 94세의 나이로 타계한 중국계 1.5세인 ‘헨리 시(Henry Sy Sr. 1924~2019)’회장입니다.

그는 1924년 중국 푸젠성 샤먼에서 태어났는데, 집안이 너무 가난했습니다. 그가 12살 때인 1936년 그의 가족들은 먹고 살 것을 찾아 필리핀 마닐라로 이민을 오게 됩니다. 그의 아버지는 ‘사리사리(Sari Sari)’라 불리는 빈민가의 작은 구멍가게를 통해 생계를 이어갔고, 헨리는 어려서부터 아버지 일을 도왔다고 합니다.

그런데 2차 세계대전이 터지고, 아버지가 운영하던 구멍가게는 전쟁 통에 완전이 불타버렸고, 한 순간에 온가족은 거리에 나앉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그의 가족들은 다시 중국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하지만 헨리는 필리핀에서 대학을 다니길 원했습니다. 그리고 1950년 그는 늦은 나이에 필리핀에서 다니던 2년제 대학을 졸업하게 됩니다.

대학을 졸업한 후 특이한 물건들을 골라 사서 파는 소규모 유통을 시작했고, 전쟁이 끝난 후에는 미국인들을 상대로 신발을 판매하는 일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1958년 그의 나이 서른네 살에 ‘슈마트(Shoe Mart)’라는 신발가게를 오픈하게 되는데, 14년 뒤인 1972년 슈마트의 약자를 따서 SM몰을 오픈하기에 이른 것입니다.

그가 2004년 한 매체를 통해 이런 말을 했습니다.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것이나, 벼락부자는 없다. 만약 당신이 실패하면 낙심하지 말라. 그리고 또 다시 도전하라.(There is no such thing as overnight success or easy money. If you fail, do not be discouraged; try again-Henry Sy(Philippine Star, 2004)”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이 자신의 꿈을 이루고, 성공 뒤의 영광스러운 모습만 보고 부러워합니다. 하지만 벼락부자나 쉽게 큰돈을 벌고 성공하는 일은 없다는 겁니다. 그가 그런 비전을 이루기까지 그에게도 절망하고 낙심할만한 일들이 있었습니다. 한 가족의 생계를 이어갔었던 가게가 불타서 모든 것을 잃어버렸던 것도 그 중 하나였을 것입니다. 하지만 낙심하지 않고 그 실패의 자리에서 다시 도전하고 다시 도전했기에 오늘 날의 SM그룹이 있는 것입니다.

능력이 부족해서 실패하는 것이 아니라, 포기해서 실패하는 것입니다. 실패했기 때문에 다 끝난 게 아니라, 포기하기 전까지는 아직 끝난 게 아니고, 포기하면 그 때는 진짜 끝난 겁니다. 여러분이 비전을 향해 가는 여정에는 좋은 일만 있지 않을 것입니다. 여러분의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것도 있고, 잘 나가던 일에 큰 장애물이 버티고 있기도 할 것이고, 여러분을 괴롭히는 사람들도 나타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모든 것들이 여러분의 비전을 이루어가는 여정임을 잊지 마십시오.

여기 세부의 상권은 모두 중국 사람들이 쥐고 있는데, 여기서 성공한 차이니스 필리피노(Chinese Filipino) 한 사람이 우리 한국인들에게 그런 말을 했답니다.

‘왜 한국 사람은 여기서 성공하지 못하고, 중국 사람은 여기서 성공하는지 압니까? 한국인은 떠날 생각을 하고 여기 살지만, 중국인들은 여기 살 생각을 하고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맞는 말입니다. 한국인들은 조금만 힘든 일이 있으면 한국으로 돌아갈 생각부터 하는 겁니다. 하지만 죽이 되던 밥이 되던 여기서 뿌리내리고 살 생각을 하는 사람은 아무래도 성공할 가능성이 더 클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성경에 “나를 따라 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를 것이니라(마태복음 16:24)”는 말씀이 있습니다.

여기에서 그 유명한 영어격언인 “No Cross No Crown(십자가 없이는 영광도 없다)”는 말이 나온 것입니다. 왕관을 쓰려는 자는 그 무게를 견뎌내야 하는 것이고, 십자가 뒤에는 부활의 영광이 있는 것입니다. 여러분의 믿음의 여정, 비전의 여정에 환난과 같은 시련이 있을지라도 낙심하지 말 것은 그 십자가 뒤에는 반드시 부활의 영광이 있을 것입니다.

여러분이 꿈을 향해 나아갈 때, 그게 아무리 멋지고 훌륭한 꿈이라 할지라도 실패 없이 성공만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 마십시오. 분명 실패처럼 보이는 일들이 수없이 있을 수 있을 것입니다. 때로는 크게 낙심이 되고, 앞이 보이지 않는 절망적인 상황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기억하세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살아있고 숨 쉬고 있다면, 여전히 우리에게는 또 다른 기회가 있습니다.

지금의 이 시련과 고난은 그 비전을 이루어가는 여정일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