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샘'] 지혜력(智慧力)

[이야기 '샘'] 지혜력(智慧力)

비슷한 말 같지만 지식과 지혜의 차이가 뭔지 아세요?

사전적인 뜻을 보자면, 지식(知識, knowledge)은 ‘어떤 대상에 대하여 배우거나 실천을 통하여 알게 된 명확한 인식이나 이해’라고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지혜(智慧, wisdom)는 ‘사물의 이치를 빨리 깨닫고, 사물을 정확하게 처리하는 정신적 능력’이라 되어 있습니다.

지식과 지혜에 대한 한자어 뜻풀이는 이해가 좀 더 쉬운 거 같습니다. 지식(知識)은 ‘알 지(知)’자에 ‘알 식(識)’자를 쓰고 있어서 ‘지식은 안다’라는 뜻입니다. 여기서 ‘알 지(知)’자는 [화살 시(矢) + 입 구(口)]를 쓰고 있는데, 화살을 쏘는 것은 과녁에 명중해야 하는 것처럼, 진짜 지식이 있는 사람(진짜 아는 사람)은 정확히 알고 말하는 겁니다.

여기에 ‘알 식(識)’자는 [말씀 언(言 : 학문) + 소리 음(音 : 악기) + 창 과(戈 : 무술)] 라는 말들이 합해서 만들어진 말입니다.

그러니까 학문이나 예술(악기) 그리고 무술 같은 것들은 모두 배워서 알게 되는 것을 가리키고 있는 것이고, 이처럼 배워서 알게 되는 것을 ‘지식’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지혜(智惠)의 한자어는 ‘알지(知)’자를 쓰기도 하지만 ‘슬기로울 지(智)’자를 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슬기로울 지(智)’는 [알 지(知) + 날 일(日)] 자를 쓰고 있는데, 날이 밝으면 모든 것을 밝히 볼 수 있는 것처럼 그냥 알고 있는 것 정도가 아니라 그것에 대해서 아주 명확하게 알고 있는 것을 말하는 한자입니다.

여기에 ‘슬기로울 혜(慧)’자는 [빗자루 혜(彗) + 마음 심(心)]자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깐 마음을 빗질하고 청소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면 깨끗해지겠죠? 지혜라는 것은 마음에 불현 듯 깨달아지고 떠오르는 것을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지식은 배우고 경험하면 얻게 되지만, 지혜는 하늘로부터 임해야 한다.』 라고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지식이 많다고 성공하는 것은 아닙니다. 물론 다른 사람보다 조금 더 많이 알고 있으면 분명 도움은 될 겁니다. 지식은 누구나 배우면 다 갖게 되는 것들입니다.

중요한 것은 지식 위의 그 무엇인가 다른 사람들이 갖고 있는 그 지식보다 그 너머의 것이 필요한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지혜’인데, 이것은 배워서 얻을 수 있는 지식과는 다릅니다.

이 지혜는 마음이 깨끗해야 되고, 그 지혜는 하늘로부터 임하게 되어 있는 것입니다. 이것을 ‘지혜력(智慧力)’이라 합니다.

성경에 보면 그 유명한 지혜의 왕이었던 솔로몬의 재판 이야기가 나옵니다. 어느 날 창기 두 여자가 솔로몬 왕 앞에 와서 재판을 요청하게 됩니다. 이 두 여자는 같은 집에 살았었는데, 한 여자가 아들을 낳았고, 사흘 뒤 다른 여자도 아들을 낳았습니다. 그 집에 다른 사람은 없었고, 이 두 여자와 신생아 둘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잠버릇이 심했던 한 여자가 자기 아들 위에 누워자다 그만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아들이 질식해 죽고 말았습니다. 충격에 빠진 여자는 부지중에 아들을 죽인 비정한 어미가 된 것입니다. 아기한테 너무 미안하고, 당황스럽기도 하고, 아들을 죽인 비정한 어미로서의 도덕적 책임 때문에 허둥지둥 대다가 같은 집에서 비슷한 시기에 아기를 낳은 여자 방으로 갑니다. 그리고는 죽은 자기 아들을 그 여자의 아기를 바꿔치기 해서 데리고 나옵니다.

아침에 여자는 아기가 죽어있어 깜짝 놀랐는데, 자세히 보니 같은 집에 사는 여자의 아기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래서 이 둘 사이에 ‘산 아들이 내 아들이고, 죽은 아들이 네 아들이라’고 주장하며, 다툼이 벌어져 솔로몬 왕 앞에서 재판을 요청한 사건입니다.

참 판결하기 어려운 상황인 것입니다. 지금부터 3천 년 전에 무슨 유전자 검사를 할 수도 있는 것도 아니고, 증인이 있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얘기를 들어보니 심증은 있지만 물증이 아무것도 없는 사건이었습니다.

솔로몬 왕도 기가 막힐 노릇이었습니다. 분명 판결을 내려, 진짜 엄마에게 아들을 찾아줘야 하는데, 자칫 잘못 판결하면 솔로몬의 커다란 오점이 될 수도 있고, 누군가로부터 평생 원망을 들어야 할 부담스러운 상황이었습니다.

여기서 솔로몬의 지혜가 발휘되는 겁니다. 솔로몬 왕은 신하들에게 “칼을 내게로 가져오라. 산 아이를 둘로 나누어 반은 이 여자에게 주고 반은 저 여자에게 주라(왕상3:24,25)” 그랬더니 친모는 제발 아이를 죽이지 말고 저 여자에게 주라고 울면서 얘기하고, 다른 쪽은 아기를 반으로 나누자고 합니다. 솔로몬은 모성애와 질투심을 드러낼 상황을 만들어 아기의 친모를 찾아주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것이 지혜의 힘 즉, ‘지혜력(智慧力)’입니다.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크리스토퍼 콜럼버스(1450~1506)’의 일화 하나가 있습니다. 1492년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하자 유럽에서는 대단한 이슈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콜럼버스의 유명세를 부러워하는 사람들은 ‘그게 뭐 대단한 일이냐’고 그의 업적을 폄하했다 합니다.

그 때 콜럼부스가 달걀을 하나 내어놓고, 누구든 이 달걀을 세워보라고 합니다. 그러나 달걀이 설 까닭이 없었기 때문에 그들은 ‘콜럼부스 너는 세울 수 있냐?’라고 말합니다. 콜럼부스는 달걀 한쪽을 두드려서 한편을 뭉그러뜨려 놓고 세우게 됩니다. 그랬더니 사람들은 ‘그렇게 하면 누가 못 세우냐’며 비웃었습니다. 그 때 콜럼부스가 이런 말을 합니다. “그렇다. 누구든 세울 수 있다. 그러나 그렇게 좀 뭉그러뜨릴 생각을 내는 그 점에서, 그 머리의 우열이 구별된다.” 라고 말합니다.

지식과 지혜는 비슷한 거 같지만, 여기서 큰 차이가 있습니다. 누군가는 달걀을 세울 수 있고, 누군가는 할 수 없듯 누군가는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하지만, 누군가는 평생 좁은 땅을 벗어나 보지 못하는 것입니다.

지혜의 한자 뜻풀이와 같이 마음을 깨끗하게 비워보십시오.

그리고 깨끗한 마음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주시는 하늘로부터 오는 지혜를 받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