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샘'] 살리는 말, 죽이는 말

[이야기 '샘'] 살리는 말, 죽이는 말

스포츠를 보통 ‘각본 없는 드라마’라고 하는데, 2016년 브라질 리우 올림픽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경기 하나를 꼽으라면, 펜싱 에페 종목에서 우리나라의 만 20세 박상영 선수와 세계 랭킹 3위인 헝가리 선수와의 결승전 경기일 겁니다.

이 선수가 2014년부터 우리나라 펜싱 유망주였는데, 2015년 운동선수로서는 사형선고와 같은 십자인대파열 부상을 입었었고, 1년간의 재활 훈련과 우여곡절 끝에 겨우 리우 올림픽 펜싱 국가대표로 참가하게 된 겁니다.

때문에 이 선수의 메달획득을 예상하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그 때까지 펜싱 에페 종목에서는 우리가 메달을 따 본적이 없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상대는 이탈리아, 프랑스와 함께 전통적인 펜싱 강국 헝가리의 세계 랭킹 3위 백전노장의 노련한 선수였습니다.

2세트가 끝난 상황에 점수는 13:9로, 헝가리 선수는 2점만 내면 되고, 우리 선수는 6점을 따야했습니다. 또 노련한 헝가리 선수는 올림픽 첫 출전인 우리의 젊은 선수를 능숙하게 조련하듯이 경기를 지배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경험이 없었던 젊은 우리 선수에게 패색이 짙어갔습니다.

그리고 3세트가 시작되기 직전 카메라가 잠시 쉬고 있던 우리 선수 얼굴을 크게 클로즈업 했었는데, 그 때 관중석 어디선가에서 누군가가 한국말로 ‘할 수 있다’라는 말로 응원을 했고, 그 말에 우리 선수도 고개를 끄덕이며 작은 소리로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라는 말을 반복하며 마인드 컨트롤 하는 모습이 TV 화면에 잡혔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3세트가 시작되었고, 두 선수는 1점씩 서로 주고받았습니다. 그래서 점수는 14:10이 되었는데, 우리 선수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이었습니다. 헝가리 선수는 결승전을 자기가 원하는 대로 노련하게 이끌어가고 있었고, 그는 이제 1점만 따면 금메달이었습니다. 하지만 젊은 우리 선수는 헝가리 선수에게 계속 끌려가고 있었고, 한 점도 내주지 말고 5점을 연속으로 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리고 펜싱 에페 종목은 동시타가 가능한 경기라 동시에 서로 찌르면 둘 다 점수를 1점씩 얻는 경기였기 때문에 다섯 점이나 뒤지고 있었던 우리 선수가 1점을 딴다고 해도 경기는 바로 지는 겁니다. 그래서 우리 선수에겐 절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이었고, 우리 선수가 이길 가능성은 거의 없었던 겁니다.

그런데 그 때로부터 단 40초 동안 우리 박상영 선수가 연속으로 다섯 번의 찌르기를 성공해 올림픽 역사에 길이 남을 만한 대역전극을 펼친 것이었습니다. 그 3세트가 시작되기 전 관중석을 뚫고 어디선가로 부터 들렸던 ‘할 수 있다’라는 말이 없었다면, 우리 선수가 스스로에게 ‘할 수 있다’라는 말로 자신의 감정을 컨트롤하지 않았다면 이런 드라마는 없었을 지도 모릅니다.

우리의 말에는 이런 능력이 있는 것입니다. 말 하나로 낙심되어 있었던 한 사람이 다시 살아나기도 하고, 부정적이고 힘 빠지게 하는 말 한마디로 어떤 이를 낙심케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형체가 없는 거 같지만, 우리의 말은 생명의 말이 되기도 하고, 죽음의 말이 되기도 하는 것입니다.

우리 인간의 뇌는 정서적인 기능을 갖고 있는 ‘감정의 뇌’라는 것이 있고, 지식과 판단과 기억의 기능을 갖고 있는 ‘이성의 뇌’라는 것이 있습니다. 우리의 뇌는 각 부분에서 감정적인 부분을 처리하거나, 이성적인 부분을 담당하는 뇌의 기능들이 있는 것입니다.

몇 년 전 『EBS 지식채널』에서 런던대학교, 워싱턴대학교, 하버드대학교의 교수들의 연구를 근거로 ‘부정적인 말과 긍정적인 말이 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해 짧은 실험영상을 하나 만들었습니다.

실험 참가자들에게 몇 초 동안 긍정단어, 부정단어, 욕, 일반단어 등 각각 3개씩 12개의 단어를 들려줍니다. 그 단어들은 ‘자유, 청춘, 이기다 / 퇴화하다, 잔인함, 우울 / (욕) O같다, O발, 지O하다 / 항만, 주변, 걸다’라는 말들입니다. 그리고는 참가자들에게 ‘어떤 단어를 기억하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어떤 실험 참가자가 “단어를 잘 기억하려고 하다가 욕이 나오는 순간 앞 단어가 잊혀졌다.”라고 말했습니다.

‘욕과 같은 부정적인 말은 일반적인 단어보다 4배나 강하게 기억되고, 분노와 공포 등을 느끼게 하는 감정의 뇌를 강하게 자극하게 되고, 이성의 뇌의 활동을 막아버린다’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 ‘감정의 뇌’라는 것이 ‘이성의 뇌’의 활동을 막아버리고, 그 때부터 감정이 뇌를 장악해 버리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사람이 어떤 감정이 폭발하게 되면, 이성을 잃게 되고, 사람이 할 수 없는 일들을 해 버리는 겁니다. 감정의 뇌가 이성의 뇌의 활동을 막아버리고, 뇌를 장악해 버렸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강한 욕설을 듣는 순간 이성의 뇌가 통제력을 잃어버리게 되는 것입니다. 그 때 뇌가 상처를 받는 겁니다.

여기에 하나를 덧붙이는데, 사람들이 ‘일반적인(평상적인) 말을 할 때’ 사람의 침에는 ‘무색의 침전물’이 만들어진다고 합니다.

‘사랑의 말’을 할 때는 ‘분홍색의 침전물’이 만들어진다고 합니다. 그런데 ‘화를 내며 욕을 할 때’는 ‘갈색의 침전물’이 만들어진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갈색의 침전물을 모아 실험쥐에게 주사를 했더니, 쥐는 곧 죽음을 맞았습니다. 그러니깐 부정적인 말과 긍정적인 말에 이런 호르몬 작용이 있는 것이고, 특히 욕과 같이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고 아픔을 주는 말을 할 때는 ‘분노의 침전물’이 모아지게 되는 것입니다.

성경에 보면 “죽고 사는 것이 혀의 힘에 달렸나니 혀를 쓰기 좋아하는 자는 혀의 열매를 먹으리라(잠언18:21)”라는 말씀이 있습니다. 사람이 죽고 사는 것이 혀의 힘(말의 힘)에 달려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 입에서 나오는 그 말이 누군가를 죽일 수도 있고, 살릴 수도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 우리 입에서 어떤 말이 나와야 겠습니까?

모쪼록 모든 파괴적인 말들을 버리고, 살리는 말을 하시기를 축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