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부에 살고보니] 90년생

[세부에 살고보니] 90년생

세부에 살고 보니 어느덧 90년 생인 제 아들이 이제 세부에서 태어나 직장생활하고 있습니다.

세부에서도 새로운 세대들의 삶이 열려가고 있는 듯 합니다. 방학 때 한국에 나갔을 때 교보문고에서 올해 읽을 책들을 여러 권 사왔는데 그중의 하나가 임흠택의 ‘90년생이 온다’라는 흥미로운 책입니다. 이 책의 저자는80년대 생인데도 90년대 생들은 다르고, 이해하기 어렵다고 느껴지는 존재라고 말합니다. 한 사무실에서 90년대 생들과 같이 일을 하고, 한 집에서 생활하고 있지만, 마치 동상이몽처럼 세대 간의 마음속은 너무나 상이하다고 합니다. 한국이라는 나라는 너무 짧은 시간 내에 급격한 변화를 겪었지만, 그만큼 세대 간의 갈등은 더 깊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서로가 차이를 인정하고, 깊이 들여다볼 여유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앞으로 또 다음세대의 주인공이 될 요즈음 등장한 90년대 생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세부에서 한국방송을 보면 꼭 나타나는 광고가 롯데칠성의 커피인 ‘칸타타 콘트라베이스’입니다. 회사의 팀장인 이병헌이 퇴근시간에 사원에게 ‘고진감래’ “고생했다” “진짜.. 야 !오늘저녁에?” 그러자 신입사원은 콘트라베이스 악기를 메고 “감사히” “내일 뵙겠습니다”라고 대답을 합니다. 저는 이 광고의 묘미는 이 신입사원이 자기는 그냥 퇴근하겠다고 할 때 이병헌이 “O.K 좋아!” 하고 보내주며 광고에서 주는 메시지는 “시대가 바뀌었다.커피도 바뀌었다”는 카피의 마무리라고 생각합니다.

정말 시대가 바뀌고 있음을 명쾌하게 보여주는 광고입니다. 90년대 생의 특징 중 하나는 복잡한 것을 싫어한다는 것입니다. 이들의 키워드는 ‘간단함’입니다.

2017년 12월 편의점 CU에서 출시한 디저트 케익의 이름은 ‘ㅇㄱㄹㅇㅂㅂㅂㄱ(이거레알 반박불가)’입니다. ‘ㅇㅈ(인정)’ 2018년 삼립에서는 ‘ㅋㄷㄷ(크고 달달한 단팥빵)’을 출시하였습니다. 최근 한국에서 제일 많이 사용하는 말은 ‘아싸’입니다. 이것은 ‘아웃사이더’의 줄임말로 외톨이라고 해석합니다. 그리고 어색한 사이를 ‘어사’라고 합니다.

두번째 이들의 특징은 ‘재미’라는 주제입니다. 80년대 생 이전의 세대들이 소위 ‘삶의 목적’을 추구했다면, 90년대 생은 ‘삶의 유희’를 추구한다’라고 하며. 어느 세대보다 자율적이고 주체적인 90년대 생들이 이제는 기본적인 ‘의식주’를 고민하는 대신 ‘무엇을 먹어서 즐거운지’를 고민한다고 합니다. 한국 TV를 보니 대다수 방송들이 ‘먹방’과 ‘여행’ ‘개인’ ‘가족’이란 큰 주제였습니다. 요즘 90년대 생들의 제일 큰 주제는 ‘재미’ ‘맛집’ 그리고 ‘여행’입니다. 세번째로는 ‘정직’입니다. 그러나 90년대생들이 해석하는 ‘정직함’이란 ‘Honest’같은 성품이 정직하거나, 어떤 사실에 대해 솔직하거나 순수하다는 뜻보다는 오히려 나누지 않고 완전한 상태, 온전하다는 뜻의 ‘Integrity’의 뜻을 더 함의하고 있습니다. 여기 90년대 생들은 정치, 사회, 경제 모든 분야에서 완전무결한 정직을 요구합니다. 그러하기에 혈연, 지연, 학연은 이들에게는 일종의 적폐로 해석합니다. 이들에게 가장 정직하고 노력한 만큼 인정 받을 수 있는 완전한 직장을 공무원이라고 생각하여 이들에게는 9급 공무원 최종합격률이 2퍼센트가 되지 않는 시험에 수십 만 명이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이제 세부에도 한인들 중에 90년대 생들이 삶의 현장에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들은 기성세대가 생각하고 살아왔던 가치관과 문화가 조금 다를 수 있습니다. 그러나 크게보면 우리 어른세대의 또다른 발전된 문화의 세대들입니다. 어쩌면 이들에게는 우리 어른세대들보다 더 많은 어려움들이 놓여져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렇지만 이들이 영어와 현지 언어에서 우리들보다 더 자유롭게 이 세부 섬에서 한 단계 발전된 한인문화를 세워가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