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부에 살고보니] 한일의 차이

[세부에 살고보니] 한일의 차이

세부에 살고 보니 다행히 일본과의 접촉과 갈등이 적어서 오늘의 한일관계를 조금 떨어진 각도에서 바라봅니다. 이어령 씨는 한국은 `한의 문화'를 기반으로 있고 일본은 `원의 문화'로 이루어져 서로 차이가 많다고 말합니다. 이분은 한국의 ‘춘향전’과 일본의 ‘충신장’을 비교하면서 중심주제는 유교적인 내용과 비슷한 작품 속 배경 시기 그리고 둘 다 유명한 이야기입니다. 춘향전에서는 춘향이와 이도령의 관계에서 유교적 가치관이 강조되며 변사또의 가혹행위를 이겨내면서 이도령과 만나 한을 푸는 것으로 끝납니다. 그러나 충신장에서는 47인의 로닌(낭인=주군을 잃은 사무라이라는 뜻)들이 주군을 자살로 몰고 간 사람에게 2년을 기다려 원수를 갚습니다. 충신장은 지금도 일본 가부키극의 가장 고전입니다. 이 충신장에서는 ‘원’이라는 단어가 40여 차례가 나타납니다. 충신장의 원은 증오의 칼로 해소되지만 춘향전의 한은 정절을 통해 마음과 마음으로 풀어집니다.

모모세타다시의 ‘한국이 죽어도 일본을 못 따라잡는 18가지 이유’를 읽어보니 한국과 일본의 다른 문화를 한국 전통의 씨름과 일본의 스모의 차이를 비유로 들었습니다. 한국의 씨름의 경기운영은 3판2선승제이며 결승전은 5판3선승전입니다. 일본의 스모는 예선이나 결승전 모두 단판제입니다. 한국인들은 언제나 승부 기질이 강하며 끝까지 경기를 포기하지를 않습니다. 반면에 일본의 스모는 아주 단순합니다. 단판제이니 경기가 즉시 끝나고 우열이 가려집니다.

KBS가 얼마 전 방영한 ‘국권침탈 100년 특별기획’ 한국과 일본 5부작을 보면 1부 인연, 2부 적대, 3부 공존, 4부 변화, 5부 대결로 구성되어있는데 놀랍게도 한.일관계의 갈등의 시작을 1274년 고려와 몽고의 연합군이 함께한 일본원정이 일본에게 엄청난 충격과 공포를 주었고 그에 대한 기억이 오늘날까지도 일본사람들에게 남아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오늘도 일본사람들에게 “모꾸리, 고꾸리”라는 말은 가장 무서운 말로 남아있는데 “한 번도 본적이 없는 매우 두려운 존재”라는 뜻으로 그 내용은 “몽고군, 고려군”이라는 말이랍니다. 이렇듯 오래된 기억의 잔재가 아직도 일본사회에 남아있다고 하니..저도 궁금했던 것이 ‘왜 일본은 이웃 한국에 대해 이렇게 잔인했는가?’ 라는 질문이었는데 KBS는 한일의 역사를 자세히 설명하고 있었습니다. 또 놀라운 것은 말로만 듣던 일본의 아스카 문화는 백제 문화를 기초로 하고 당시 스코이 황제는 백제도래인 권력자 소화씨가 세워 논 친척이었습니다. 어찌보면 일본과 한국은 상당수는 같은 혈족이고 늘 상생과 경쟁 그리고 갈등을 가지고 함께 한 이웃나라였습니다.

주목해야 할 것은 최근 일본이 잃어버린 20년을 지나는 동안 한국과 일본의 경제력이 상당히 좁혀졌다는 것입니다. 1인당 GDP는 한국 33,306$ 일본은 39,306$로 좁혀졌습니다. 그러나 국내총생산은 1위 미국, 2위 중국, 3위 일본이고 한국은 12위입니다. 아직은 격차가 있지만 해볼만 한 경쟁이며 도전일 것입니다.

우리 한국의 문화는 한을 기반으로 하기에 한은 흥을 만나, 우리민족 특유의 풍류로 이어져 왔고 이것이 발전해 한류 문화가 되어 전세계에 전파되었습니다. 지금 세계를 열광시키는 가장 역동적인 한류문화를 만들어 내는 힘은 우리의 한 정서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세부에서 우리는 일본인들과 접촉이 많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이곳에서도 일본인 혹은 일본 기업들과 해볼만한 선의의 경쟁을 하는 것은 좋겠습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세부에 집중하는 것도 우리의 경쟁력이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한과 필리핀 사람들의 흥을 접목해 함께 어우러지면 세부 한국인 공동체 특유의 문화를 창조하고 화려한 꽃을 피울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의 한이 이곳 세부에서 아름답게 성장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