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부에 살고보니] 386 꼰대

[세부에 살고보니] 386 꼰대

세부에 살고 보니 30대 초반에 섬에 도착했던 지난 날은 어디로 가고 이제 60을 향하고 있는 내 모습을 보게 될 때 나의 살아온 시대의 문화도 이제 서서히 저물어 가면서 또한 새로운 시대의 문화를 기대하게 됩니다. 제가 살아온 시대의 문화를 인텔사 CPU 32비트 386을 탑재한 컴퓨터에서 따온 386세대라고 합니다.

곧 당시 30대 나이에 80년대 학번과 60년대 생들을 지칭합니다. 이 세대는 1960년부터 1969년까지 10년간 무려 1,000만 명 가량이 태어났습니다. 이 세대가 한국의 정치・경제・사회・교육・문화 등 전 분야에서 30여 년간 '세대 권력'을 장악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현재의 대한민국은 386에 의한, 386을 위한, 386의 나라다. 도무지 늙지 않는 불로(不老) 세대의 최장기 집권세대"라고 합니다.

지금 대한민국 역사에게 가장 크고, 강력한 세대가 386세대입니다. 가난과 전쟁 탓에 못 먹고, 못 입고, 못 배운 부모 세대 등에 올라타 군사독재자가 허용한 효율과 성장의 과실을 맛보며 10대를 보냈지만, 두 번째 군사 독재자가 교육의 평등을 설파하여 내건 교육개혁조치의 수혜로 20대를 열었었고 80년 대학생활은 민주화 운동으로 젊은 시절을 보냈고 이어 반(半)독재자가 내민 200만 가구 아파트 건설 카드와 청약통장 덕에 일찌감치 내 집 마련의 기회를 얻어 중산층에 진입했으며, IMF 외환위기의 파고조차 비껴간 운 좋은 세대입니다.

이들 세대의 특징은 '내로남불'입니다. 남에 대해서는 철저한 도덕성을 기준으로 비판하여 나를 향한 잣대는 반면 유연합니다. 사교육 몰입과 어긋난 성의식, 권력 독점 등의 문화를 가지고 있습니다. 직업으로 사교육 시장을 장악한 그들은 입시 제도와 결탁해 한국을 '스카이 캐슬'로 만들었습니다. 게다가 자녀의 대학 부정 입학에 대학원생을 동원한 갑질 교수나 법인카드로 내연녀와 데이트 비용을 쓴 공공기관 수장들의 뉴스는 하루가 멀다하고 보도되고 있습니다.

386세대가 내 집 마련을 한 시기는, 대부분 IMF를 갓 지난 2000년대 초반입니다. 이후, 엄청난 집값 폭등(수도권 최소 2~3배)으로 집값상승의 단맛도 많이 본 세대입니다. 심지어 일부는 은행대출을 통해서 부동산 투기에 적극적으로 나서서 아프트 두세 채 사재기를 했습니다. 2000년 이전에는 부동산투기가 일반인보다는 소수의 전문 투기세력에 의한 것이 대부분이었고, 베이비붐 세대는 50년대에 태어나 근검절약이 몸에 밴 세대라서 빚을 지는 것에 대해서 거부감이 있었슷빈다.

사실, 386세대들은 자신들보다 윗세대에 대해서 썩어버린 정치를 강하게 비판하고 저항을 하면서 정치적으로 사회의 모순과 불만을 폭증시키면서 자신들이 처한 사회의 문제점을 해결하려 하긴 했으나 그 노력의 상당수는 정치적 구조에 대한 저항이 대부분이었고, 그 결과 386세대는 나이가 들어서 자신들이 겪었던 똑같은 모순들을 반복하고 있는 중입니다.

작년 2018년에 벌어진 미투 운동의 파장인 일련의 사건들을 보면 기득권이 된 386세대는 그 이전세대와 그다지 윤리의식이 구분이 되지 않습니다. 운동권으로 대표되는 386정치세력은 민주화를 목표로 했지만 실제로는 비민주적 운영을 하는 집단인 경우가 많았고 결국 이 문제가 표면화된 것이 2018년 미투운동이라는 견해입니다.

요즘 '386 꼰대'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습니다. 청와대와 정치권, 기업 임원 등을 장학한 '386세대'들의 행태에 대한 젊은 세대 비판의 압축적인 표현입니다. 이제 386에서 586의 나이가 되었는데 한국사회에 남긴것은 갈등, 투쟁, 쟁취 그리고 독식입니다.

이제 586의 문화가 정리가 되어가는 듯합니다. 더 밝은 상생의 문화의 세대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