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부에 살고보니 세부를 찾아오는 한인 여행객들의 수가 엄청남에 놀라면서도 ‘도대체 여행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해 봅니다. 여행가 한비야(61)씨는 전세계89개국을 7년여 걸쳐 대부분 걸어서 여행했습니다. 그녀는 “여행은 다른 문화, 다른 사람을 만나고 결국에는 자기 자신을 만나는 것이다”라고 정의합니다.
제주항공 비행기를 타면 좌석에 프랑스의 출신 노벨문학상을 받은 소설가 아나톨 프랑스의 글이 적혀 있습니다. “여행이란 우리가 사는 장소를 바꿔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생각과 편견을 바꿔 주는 것이다”. 그러나 최신에는 독일계 시인 헤르만 헷세의 글 “여행을 떠날 각오가 되어있는 사람만이 자기를 묶고 있는 속박에서 벗어날 수 있다”로 바꾸어 놓았습니다. 미리엄 브래드는 “여행은 경치를 보는 것 이상이다 여행은 깊고 변함없이 흘러가는 생활에 대한 생각의 변화이다”라고 말합니다 .김훈 선생은 수필집 ‘풍경과 상처’의 서문에서 이렇게 여행의 본질을 묘사합니다. ‘나에게, 풍경은 상처를 경유해서만 해석되고 인지된다…풍경은 밖에 있고 상처는 내 속에서 살아간다. 상처를 통해서 풍경으로 건너갈 때, 이 세계는 내 상처 속에서 재편성되면서 새롭게 태어나는데, 그때 새로워진 풍경은 상처의 현존을 가열하게 확인시킨다. 그러므로 모든 풍경은 상처의 풍경일 뿐이다.’ 여기에 ‘상처’란 단어를 ‘마음’이란 단어로 바꾸면 이해가 쉽습니다.
여행은 우리 인간에게 제일 도전되는 즐거움인 듯합니다. 미국에 잠시 있었을 때 미국의 부자와 가난한 사람들의 차이가 무엇일까를 비교해 보니 먹는 것이 아닌 여행에서 차이가 있다고 느꼈습니다. 여행은 여유가 있는 사람만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았습니다. 이곳 학생들도 살펴보니 학생들이 제일 꿈꾸고 있는 소원이 여행입니다. 세부대 학생들이라도 상당수는 마닐라를 여행해 본 학생들이 거의 없고 세부섬조차 다 다녀본 학생이 드물고 오히려 세부지리도 제가 더 많이 알아 가르쳐 주어야 합니다. 지난주는 수업시간에 마닐라의 지명과 특징들을 제가 잘 설명해주었습니다. 대부분 글로벌 시티(보니파시오)도 모르는 현실입니다.
그러니 현재 세부를 방문하고 있는 한국인들은 정말 축복받은 민족입니다.
왜 사람들은 여행하기를 좋아할까요? 그것은 우리 내면에는조상들이 오랜 여행을 한 역사의 DNA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을 ‘호모 미그란스(Homo Migrans)’라고도 말합니다. 인류의 역사는 이민(移民)의 역사 또 긴 여행역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간의 세포 속에서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미토콘드리아는 답해주고 있습니다. 닉 레인이 쓴 ‘미토콘드리아’ 서문에 보면 우리는 17만 년 전 ‘아프리카 이브(African Eve)’라는 할머니 조상으로부터 갈라져 나왔다고 합니다.
모계(母系)로 유전되는 미토콘드리아를 역추적해보면 이런 점에서 보면 우리는 모두 먼 길을 떠나온 여행자들의 후예들입니다. 인류학적 이동을 끝낸 인간들은 한 곳에 머물기 시작했습니다. 정주(定住)형 문명의 출현이다. 정주형 문명인들은 더 나은 삶의 조건을 찾아 다시 이동하기 시작했습니다. 정치적, 경제적 조건에 따라 민족, 집단, 가족, 개인 단위로 이동했습니다.
결국 오늘 우리 한국인들의 세부여행은 인류가 오랜 동안 새로운 곳을 향해 걸었던 먼 인생여정의 일부인 것입니다. 이제 세부섬도 구석구석 한국인들이 안 가는 곳이 없습니다. 맨 위 반따얀에서 맨 아래 오슬롭까지… 우리 한국도 세부일주를 마치면 결국 우주로 눈을 돌리게 될 듯 합니다. 인생은 결국 새로운 여행지를 찾는 여정인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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