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샘'] 개척정신

[이야기 '샘'] 개척정신

제가 필리핀 세부에 오면서 가까운 지인의 소개로 안양에 있는 『샘 병원』이란 곳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곳은 저와 같은 선교사들의 의료비를 할인해 주는 곳이었습니다. 그래서 한국에 가서 병원에 갈 때는 항상 이 병원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그 병원 2층에 가면 휴게실 옆에 『히스빈스(HISBEANS COFFEE)』라는 커피숍이 있었습니다. 제가 그 커피숍을 처음 봤을 때, 한국에 워낙 커피전문점이 많으니 그 중에 하나의 브랜드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마닐라 쪽에서 한국 유학생들 위한 집회인 『2019 필리핀코스타(Philippines KOSTA)』가 있어서 우리 학생들과 함께 참여하고 왔는데, 이번 코스타 집회 중에 이 커피 전문점에 대한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이 회사는 11년 전인 2008년 한동대학교의 몇몇의 대학생들에 의해서 『향기 내는 사람들』이란 이름으로 창업되었습니다. 자본금 한 푼 없는 대학생들이 하나님께서 그들 마음에 심어 주신 꿈 하나 붙들고, 1년 동안 기도하며 하나님의 은혜만을 구하며 사업을 준비했습니다. 그리고 정확히 1년 뒤 드디어 『히스빈스 커피(Hisbeans Coffee)』 1호점(2009년)을 자신의 모교이며 기독교 명문 사립인 포항의 한동대학교 내에 오픈했는데, 학교 밖에 있었던 스타벅스 커피 보다 더 큰 매출을 기록하기 시작해 주변을 놀라게 했습니다. 그렇게 10년 동안 히스빈스 커피는 한 단계, 한 단계 성장해 나갔습니다. 2019년 최근에는 필리핀 마닐라에 1호점을 오픈하면서 히스빈스 커피는 18호점을 열었습니다.

프랜차이즈 회사가 10년 동안 18개 지점을 열었다는 게 무슨 놀라운 뉴스가 되겠습니까? 그런 건 큰 뉴스가 될 수 없을 겁니다. 하지만 놀라운 것은 이 매장에서 일하는 바리스타들이 대부분 정신적 장애를 앓고 있는 장애인들이라는 것입니다. 이 회사는 커피전문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은 커피 로스팅 공장과 장애인 고용 솔루션 컨설팅, 가상현실 장애인 직업훈련 키트 개발 및 교육, 히스빈스 디저트, 재료 유통업, 비영리 장애인 지원 활동 등 여러 사업과 봉사 활동에까지 영역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이 회사의 ‘장애인 직원 비율이 무려 70~80%’에 육박합니다. 또한 장애인들이 3개월 이상 그 직장을 계속 다니는 ‘장애인 직업유지비율’이 우리나라의 경우 18.3%이고, OECD평균이 50%라고 합니다. 그런데 히스빈스의 경우 95%에 이르고 있는 세계 최고 수준의 장애인 직업 유지율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 회사의 대표는 30대 중반의 ‘임정택’ 씨입니다. 군대를 다녀와 대학 2학년생이던 그는 경영과 사회복지를 전공하고 있었는데,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 어떤 일을 해야 할 지를 늘 고민하며 지내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성경 마태복음 25장 40절 말씀인 “너희가 여기 내 형제 중에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니라”는 말씀이 마음에 떠올랐고, 그 말씀이 마음에서 떠나지 않더라는 겁니다. 그래서 무작정 학교 기숙사에서 나가서 그 ‘지극히 작은 자 하나’가 누군지를 찾아 나섰다는 겁니다.

그러다 포항에 있는 복지시설들을 찾아가게 되었고, 그곳에 계신 정신 장애인들과 대화도 나누고 도울 일이 있으면 돕고 일 주일에 2~3번은 꼭 찾아가 그들과 친구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친구가 되어 지내다가 그 분들에게 ‘선생님은 뭐를 하고 싶으세요?’라고 물었는데, 상당수의 분들이 바리스타를 하고 싶다고 대답했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그 즈음에 ‘커피프린스 1호점’이란 드라마가 꽤 인기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그런 장애를 갖고 있는 분들에게 기회가 거의 없었습니다.

당시 스물다섯 살의 임정택 학생은 친구 몇 명과 함께 자본금 한 푼 없이 그 일을 하기로 결정하게 됩니다. 그들은 매일 두 시간씩 친구들과 기도하며 그들에게 기적을 일으켜 주시길 구했다고 합니다. 그리고는 정말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는데, 히스빈스라는 사업계획서를 꼼꼼하게 준비해서 학교 근처에 있었던 포항의 포스코에 무작정 찾아가 그 회사의 ‘사회공헌예산’ 1억여 원을 받아내게 됩니다. 물론 쉽게 얻은 성과는 아니었습니다. 장애인 노동자들을 고용하기 위한 사업을 꼼꼼하게 준비했고, 사업 기획안 역시 철저하게 준비했고, 그렇게 해서 포스코 측의 마음을 움직였고 지역주민들을 돕기 위한 예산을 받아낼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렇게 그들이 꿈꾸던 장애인 직원들에 의해 운영되는 ‘히스빈스 커피 1호점’이 탄생하게 된 것입니다. 대부분의 바리스타와 직원들은 장애를 갖고 있었던 분들을 훈련해서 채용하고, 지금도 이 회사의 여러 계열사들 직원들까지도 장애인들을 우선 채용하고 있습니다. 그 커피 전문점의 매니저는 지적 장애인 직원들의 상태를 매일 체크했습니다. 아침에 출근하면 ‘선생님, 약은 드셨어요? 어젯밤 잠은 잘 주무셨어요? 지금 컨디션은 괜찮으세요?’ 이런 질문들로 바리스타들의 건강 상태를 체크하고, 혹시 조금이라도 컨디션이 좋지 않거나 하면 퇴근해서 쉬도록 한다고 합니다. 그렇게 해서 비록 정신적 장애를 갖고 있더라도 정상인들과 똑같이 일도 하고, 사회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특별한 꿈도 비전도 없었던 대학 2학년 학생 하나에게 성경을 통해 꿈과 비전이 임했고, 아직 부모님께 의존하는 학생이었지만, 그 비전 붙들고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지금 이렇게 놀라운 일들이 진행되고 있고, 대한민국이 주목하고 있는 청년 사업가로, 미국의 메릴랜드 주립대 등에서 이 사례를 연구할 정도로 대단히 혁신적인 역사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무엇이 있어야 어떤 일이든, 사업이든, 성공이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꿈과 비전이 있다면 물질은 따라오게 되어 있습니다. 내게 아무것도 없어도, 자본금이 없고, 특별한 인맥도 없고, 어떤 능력이 없더라도… 당신에게 꿈과 비전이 있다면 당신은 이제 도전할 준비, 성공할 준비가 되어 있는 것입니다.

오늘도 내일을 꿈꾸는 여러분들을 응원합니다. 여러분 안에서 자라나는 작은 꿈과 비전은 반드시 열매를 맺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