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부에 살고 보니 한국의 시대의 흐름을 놓치는 부분 중 하나가 젊은 세대들에 대한 공감대가 무척 부족합니다. 물론 반대로 이곳에 살아가는 원주민들에 대한 이해는 좀더 깊어지긴 했습니다만.
최근 영화 ‘82년생 김지영’은 원작 소설과는 다르게 페미니즘 적인 요소보다 휴머니즘에 가까운 영화이기에 누구에게나 공감하는 감동적인 영화입니다. 저도 수없이 눈물을 흘리며 저의 어머님 그리고 우리 누님들 또한 제 아내의 여자의 삶을 다시 한번 되새겨 볼 수 있었습니다.
영화에서 가장 와 닿았던 대사를 소개합니다. 주인공 김지영과 남편과의 대화입니다. “팔목 아픈 건 좀 어때 괜찮아?”(남편) “의사 선생님이 밥은 밥통이 해주고 빨래는 세탁기가 해주는데 왜 아픈거냐고 되래 묻잖아?”(아내) “아니, 회사에도 전자결재 받는다고 일이 편해졌나?”(남편) “맞아 내가 요즘 별개 다 속상해 이상해”(아내) “그거 이상한 게 아냐 아픈 사람한테 왜 아프냐고 묻는게 말이 돼? 명절 때 우리 여행갈까? 아니면 집에서 쉬던가? 명절이 이번에만 있나?”(남편) “진작에 그러지 그랬어? 아버지 어머니 생신 때, 명절마다 가는 게 조금 힘들다고 할 땐 그땐 1년에 두어 번이면 된다고 그걸 못하냐고 뭐라 하더니? 이제 왜 이래? 나 만삭 때도 내려갔었잖아?”(아내)
근대에 들어서 여성의 삶은 조금씩 변화를 가져오는데 그런 감성은 노래로써 많이 표현이 되었습니다. 강원도 민요 한오백년의 가사를 보면 “한 많은 이 세상 야속한 님아 정을 두고 몸만 가니 눈물이 나네” 이곡은 특별히 남자 조용필 보다 여성국악인 김영임의 노래가 더 애절합니다. 과거 근대 이전의 여성은 여자로서 그 자체가 한(恨)이었던 듯 합니다. 그리고 일제 강점기 한국어 음반으로서는 처음으로 일본에서 발매되었던 《사의 찬미》(死의 讚美)를 부른 가수 윤심덕은 현해탄에서 연인 김우진과 함께 자결을 했습니다. “광막한 광야에 달리는 인생아 너의 가는 곳 그 어디이냐” 1926년 엘리트 여성이 자신 뜻대로 사랑할 수 없는 현실을 노래했습니다. 다음 1964년 이미자가 부른 ‘동백아가씨’입니다. “헤일 수 없이 수많은 밤을 내 가슴 도려내는 아픔에 겨워 얼마나 울었던가 동백아가씨” 저의 어머님 세대 여성의 한을 잘 표현해 주고 있는데 이 곡은 윤심덕의 사의 찬미의 여성의 현실이 어두움에서 가슴의 아픔으로 넘어오는 변화가 있습니다. 이미자의 다음 곡은 여자의 일생입니다. “참을 수가 없도록 이 가슴이 아파도 여자이기 때문에 말 한마디 못하고 헤아릴 수 없는 설움” 1979년 하춘화의 물새 한 마리 “외로이 흐느끼면 혼자서 있는 싸늘한 호숫가에 물새 한 마리” 60년부터 70년 말까지는 대체적으로 여성은 고립되어 있고 수동적인 위치의 현실을 많이 표현합니다. 그리나 정치의 격동기인 10. 26 현장의 비극의 여인 심수봉의 부른 1987년 곡 사랑밖엔 난 몰라 ”당신 없인 아무 것도 이젠 할 수 없어 사랑 밖엔 난 몰라” 이곡을 보면 전체적으로는 60-70년대의 모습이지만 여성들이 사랑에 대해 좀더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있음을 볼 수가 있습니다.
그러던 여성들에게 오늘의 소설 <82년생 김지영>처럼 82년생 2000년 뉴밀레니엄을 사는 여성들은 드디어 나의 삶에 대한 주체성을 표현하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육아 문제 때문에 전통과의 갈등이 이 소설이고 영화입니다. 2000년의 여성들은 1998년에 구성된 여성그룹 핑클의 여성 시대로 가는 길목의 세대입니다. 이효리가 부른 10Minitues를 보면 “Just want 10 Minutes 내 것이 되는 시간 순진한 내숭에 속아 우는 남자들” 이제까지 한이 있고 운명적이고 수동적이었던 여성은 10분이면 남자들의 가슴을 울릴 수 있는 적극적인 여성이 되었습니다. 이효리는 79년생입니다. 82년생 여성들의 전면적인 등장으로 한국사회는 많은 변동과 갈등이 있지만 이 영화는 그런 페미니즘이 아닌 인간 82년생을 말하고 있기에 모든 세대 사람들의 눈물을 흘리게 합니다. 다음호에는 82년생 세부 여성들의 삶에 대해서 말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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