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부에 살고보니] 미스터 트롯트

[세부에 살고보니] 미스터 트롯트

세부에 살고보니 한국에 대한 정보가 늦는 경우가 있는데 최근에는 바로 ‘미스터 트롯트’이었습니다. 전혀 모르고 있었던 영역이 트롯트입니다. 그러나 최근 트롯트가 국민적인 열광을 하고있는 모습을 보며 깜작 놀랐습니다. TV조선 ‘미스터 트롯트’가 무려 25.7%로 JTBC의 드라마 ‘스카이캐슬’이 기록한 종편 23.8%를 넘어섰습니다.

이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요? 언론을 보니 “한국사회가 급격히 고령화되면서 고령층 타깃으로 한 프로그램이 성공을 거두고 있다”고 해석을 하고 있습니다. 작년 8월 통계청이 발표한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739만명으로 전체인구의 14.8%를 차지하며 50-64세 인구비율도 23.3%가 된다고 합니다. ‘미스터 트롯’의 시청자 중 10명 중 7명은 50대 중장년층이 된다고 합니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여기에 출연하는 가수 출연진들은 전부 학생들과 젊은이들이라는 것입니다. 제일 나이가 많은 사람도 아이돌 NRG 출신 천명훈입니다.

트로트라는 말은 서양의 춤곡인 폭스 트로트(fox trot)에서 왔지만, 한국 대중가요의 트로트 양식 폭스 트로트는 2박자라는 점을 빼고는 관련성이 없습니다. 오히려 트로트는 일제시대 일본의 음악 장르인 엔카가 한반도에 도입되면서 최초로 시작되었습니다. 일제강점기에 이 양식은 특별한 양식명이 없이 ‘유행가’, ‘유행소곡’ 등으로 불리면서, 우리나라 민요의 어법을 적극적으로 계승한 신민요 양식과 변별적인 노래로 자리 잡았습니다. 1960년대 말에 이르러 ‘뽕짝’이라는 다소 비하적 명칭이 등장하여 꽤 오랫동안 공식적인 양식 명칭으로 통용되기도 했고 이 비하적 명명에 대한 반작용으로 1980년대 후반에 전통가요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했으나, 적어도 1970년대 이후에는 트로트라는 명칭이 가장 널리 쓰였습니다.

트로트의 본질은 박자나 선율에서 한국인 모두에게 낯익은 어떤 '느낌'에 있습니다. '쿵짝 쿵짝' 하는 4분의 2나 4분의 4박자 리듬, '꺾기' 식 창법 (바이브레이션) 등이 트로트의 기준으로 제시되지만 그것만으론 부족합니다. 퇴폐와 순정, 한과 신명, 이를테면 이슬과 눈물이 공존하는 한국인만의 낯익은 분위기가 깔려 있기 때문입니다.

트로트는 공격도 많이 받았습니다. '일본 엔카를 이식한 식민음악' 이란 비판이 대표적이었다. 민요 등 국민음악을 퇴출시킨 음악이라는 오명도 뒤집어썼습니다. 이에 대해 대중음악평론가 임진모씨는 "가요사에서 수십년간 '장르'로서 존재했고 성인음악은 물론 신세대음악에도 큰 지분을 행사해 온 점을 감안하면 이젠 발생 논쟁을 넘어 트로트란 존재를 인정하고 이를 새롭게 발전시켜한다" 고 주장합니다. 그동안 트롯트는 1920~40년대 한국최고의 예술음악으로 전성기를 갖다가 1990년 발라드의 등장으로 급격한 쇠퇴의 길을 걷다가 2000년 장윤정의 ‘어머나’와 박현빈의 등장으로 어느 정도 숨통이 열리다가 이번에 다시 꽃을 피우려고 하는 기운입니다.

현재까지 제일 인기를 받은 분은 임영웅의 ‘일편단심 민들레야’입니다. 이분은 홀어머니의 사랑을 그리면서 노래를 부르는데 정통 트롯의 애절함과 섬세한 표현 그리고 완벽한 표현이 장점입니다. 이 곡을 들어보면 우리 한국인들의 내면에는 민요가 가지고 있는 한과 절박함이 그대로 내재되어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하고 있습니다. 그 다음 실력자는 영탁의 ‘막걸리 한잔’입니다. 아버지의 애틋한 사랑을 막걸리 한잔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런 곡을 들어보며 어찌보면 트롯트는 우리 서민들의 삶의 애환을 표현해주는 민중민요는 아닐까 라는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또 정동원이라는 초등학교 6학년이 색소폰을 불며 ‘사랑은 눈물의 씨앗’이란 노래를 완벽하게 소화를 하는 것을 볼 땐 트롯트가 이젠 어른들의 세계만은 아닌듯한 느낌도 들었습니다.

오늘 세부섬에서 살아가는 우리 한인들의 가슴에는 어떤 정서적인 노래들이 자리를 잡고 있을까요? 여러분들의 애환이 있는 노래들은 어떤 곡조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