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부에 살고보니] Your Turn

세부에 오래 살고보니 세상의 중심축이 변하고 있음을 실감하게 됩니다. 세상이 서구에서 이제 동아시아로 조금씩 변해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오랫동안 주목을 못 받아오던 밑바닥 언저리 주변 국가였던 한국이 이제 당당히 세계에 커다란 영향력을 주는 중심축의 하나가 되어 가고 있습니다. 일례로 며칠 전 LA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 92회 아카데미 시상식(이하 오스카)이 막을 내렸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에서 총 4개의 트로피를 받았습니다. 저 개인적으로 현재 도도히 흐르고 있는 한류의 힘은 어느 한 개인의 능력이 아닌 한국 자체의 경쟁력 곧 경제력, 외교력, 민주화의 과정 그리고 문화력이라는 요소의 종합이라고 생각됩니다.

물리학의 기초인 에너지 보존의 법칙에 보면 ‘운동에너지의 총합은 일정하다’라고 합니다. 기본적으로 한국인의 DNA에는 흥이 있고 열정이 넘치는 민족인데 근대화를 거치면서 경제에 꽃을 피우게 되니 문화에 그대로 꽃을 피우고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흥은 경제력이 밑바탕이 되어야 사회전반으로 문화가 발전된다고 생각합니다. 세계적인 미케란젤로와 레오나드 다빈치도 이태리 명문가문 메디치가문의 후원이 없었더라면 꽃을 피우기는 어려웠을 것입니다. 사실 어린 시절 무척 동경한 가장 화려했었던 일본의 대중문화도 사실은 80~90년 찬란한 일본경제의 힘을 기반으로 세워진 것이라는 것을 부인할 수가 있습니다. 일본만화로 <드래곤 볼> <슬램 덩크> <짱구는 못말려> <초밥왕> <은하 철도 999> 그리고 미야자키하야오 감독의 《명탐정 홈즈》 《이웃집 토토로》 《하울의 움직이는 성》 그리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포켓몬》이 있습니다. 90년대 일본 J-Pop으로는 아무로 나미에, X-Japan, 나가부치 츠요시, 소년대, 사카이 노리코, ZARD, B’z, 이마이미키 등이 있었지만 일본 문화가 쇠태한 이유에는 90년대 들어서 일본경제에 버블경제로 잃어버린 20년 일본의 침체시대로 들어서면서 일본사회는 늘 부정적인 뉴스가 문화에까지 영향을 주고 정치적으로 2006년부터 시작된 아베정권의 전체주의가 문화의 다양성에 저해요소가 되었고 또 경쟁력에 의한 신인가수와 그룹의 탄생구조가 아닌 일본기획사의 편협한 취향에 의해서 가수가 탄생하는 경쟁력 약화 등이 있다고 합니다.

CNN은 한국은 자체시장이 5천만 밖에 되질 못해 일찍이 세계시장으로 눈을 돌렸기에 강점이 있다고 말하지만 반면에 중국은 엄청 큰 자체시장 때문에 해외로 눈을 돌리질 못해 중국작품들이 해외에서는 영향력이 없게 되었고 또 정치적으로 자체검열이 많아 창의력이 떨어지게 되어 앞으로 한국의 한류가 적어도 10년 이상은 세계적인 영향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어느 가족'으로 2018년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도 일본 영화의 문제점으로 "이대로는 일본 영화가 세계에서 잊혀버릴 수 있다"며 "일본은 국내 시장만으로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으니 해외 진출 의욕이 떨어지고, 국내 관객에게 어필할 것 같은 기획만 해서 갈라파고스화가 심해졌다"고 말합니다. 이제 주사위는 한국쪽 으로 던져졌습니다. ‘It’s your turn’입니다. 우리 차례가 된 것입니다.

또 다른 시각으로는 저는 한국 못지않게 끼가 많고 흥이 많은 민족은 ‘필리피노’라고 봅니다. 단지 이들은 경제력이 밑받침해주질 못하고 있으니 기다리고만 있을 뿐입니다. 그러나 최근 필리핀의 경제속도로 본다면 이 나라도 과거 60년대의 영광이 다시 찾아 올 때가 있고 필리피노들이 전세계의 노래시장과 엔터테인먼트를 주름잡는 기회가 올 것이라 믿습니다. 세부의 시대도 오고 있는 듯합니다. 건물은 계속해서 올라가고 물가도 오르고 교통체증도 심해져 가고 이제 세부에 살고 계시는 우리 한인들 중에도 세계적으로 성공해 가는 사업가들이 배출될 날들이 다가올 것입니다. “It’s Your Turn, N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