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보듬고 다스리고자 함께 모인 세부 '열린 법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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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보듬고 다스리고자' 함께 모인

세부 '열린 법회'

요즘 뉴스를 접하다 보면 심심치 않게 '108배 운동', '108배 다이어트'등의 이야기들을 찾아 볼 수 있다. 탤런트 배종옥은 11년째 매일 아침 108배를 하며 마음을 다스리는 명상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랜 세월 호흡처럼 베어버려 혹 마음이 불편하거나 불안함 때문에 '절'을 하고 싶어진다고 한다. 중년의 초입 프리랜서 생활에서 오는 불안함 등 안정적이지 않은 현실 속에서 108배에 의지하며 살아왔다고 한다. 그녀가 절을 올릴 때마다 되뇌이는 기도는 "제가 옳다는 착각을 내려놓겠습니다"라고.
영화배우 문소리는 108배 전도사로 유명세를 탄다고 전한다. 108번의 절이 어렵고 긴 시간이 걸릴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30분 이내에 몸과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심신운동법이란 것이다. 또 배우 고소영이 첫출산 이후 몸배를 돌려놓는 훈련 중 108배가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이곳 세부의 생활 안에서도 108배를 실천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법륜스님이 이끄는 정토회의 '열린 법회'가 세부에서도 매월 첫째주 토요일, 셋째주 금요일 두 번씩 모임을 갖고 있다. 세간의 눈길을 주목시키는 오픈식이나 목소리 큰 소문 한 번 없이 조용조용 알음알음 인연을 맺고 법회를 열어온 지 벌써 수개월이 지났다.
종교의 틀을 벗어나, 마음을 다스리고자 모인 이들. '나'를 다잡고 '나'를 돌아보기 위한 자기성찰적 배움을 실천하는 작지만 큰 모임. 햇살이 쨍쨍하던 10월의 셋째 금요일 오전 세부스터디 어학원에서 열렸던 세부 '열린 법회'의 현장을 찾았다.

종교만을 강요하지 않는 정토회의

정토회는 대한민국의 불교 단체다. 1988년 정토포교원을 개원으로 시작되었으며 법륜스님이 이끄는 수행공동체이다.
정토회는 종교와 사회운동 두가지 측면을 다 가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종교라 하면 개인의 완성 즉 개인적인 행복을 추구하고 사회운동의 영역은 사회의 완성 즉, 사회 변화를 통해 행복을 추구하지만 정토회는 이 영역이 둘이 아니라고 생각하며 동시에 활동을 한다. 그러나 종교를 불교만 강요하지는 않는다. 때문에 종교가 다른 사람들도 정토회를 통해 인문학적 자기성찰과 사회운동 등에 뜻을 함께 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이들이 활동하고 있는 사회영역은 국제구호, 통일, 환경의 영역이다. 그래서 산하단체로 국제구호민간단체인 한국JTS, 좋은 벗들, 에코붓다를 설립하고 각각의 영역에서 활동한다.
열린법회는 한국의 각 지역과 해외거주 재외국민들 사이에서 이미 활성화 되어있는 법회 프로그램이다. 정토회에서는 해외 어느지역에서나 '열린법회'에 함께 참여하고자 하는 참가자가 3명이상이 되면 법륜스님의 법문과 인터넷 강의를 지원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세부스터디 어학원에서 만난 법회 참가자는 세부에서 처음 열린법회의 문을 연 김화진 씨와 세부스터디 어학원 마이클 씨 등을 비롯한 5명이었다. 이날 진행된 법문의 주제는 '우리 모두는 각자 자기 인생의 주인입니다'. 작은 컴퓨터 모니터를 통해 법륜스님이 전하는 인생을 대하는 법에 대한 담담한 강의가 15분여 진행되었다.

종교보다 인문학적 자기성찰의 자리로 시작된 '세부 열린법회'

강의가 끝나자 숨소리조차 삼킬 정도로 강의에 집중해 있던 참가자들이 비로소 미소를 띤 얼굴로 서로를 마주보고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한다. 열린 법회의 가장 중요한 핵심인 '나누기'의 시간인 것이다.
'나누기'는 법문 강의를 들을 내용이나 혹은 요즘 살아오면서 겪는 마음의 이야기들을 서로 털어놓고 나누는 시간이다. "몸은 보이는 부분이라 아프면 다독이고, 살찌면 다이어트도 하고 그랬는데..."(웃음) "마음을 보듬을 줄 모르고 살아 왔구나 하는 걸 정말 새삼 느껴요. 특히 이곳 남의 나라 세부에서 살다보니 몸 안 아프면 다였고, 외로운 거나, 말이 안 통하는 게 당연하다 생각했죠. 그렇게 여유 없이 1년 2년 보내다 보니 내 마음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어떻게 늙어가는지를 생각도 못했어요. '왜 진즉에 법회를 알지 못했나' 안타깝기도 하지만 지금이라도 '열린법회'를 알고 참가하게 된 게 너무 감사합니다."
한 여성 참가자가 이번이 두 번째 참석이라며 첫 말을 떼자, 다른 참가자들도 조근조근 일상의 이야기들을 하나씩 꺼내 놓았다. 두런두런 이들이 나누는 이야기를 곁에서 듣고 바라보자니 '아! 마음의 수다가 이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든다.
이야기는 돌고 돌아 108배로 향했다. 오늘 참석한 법회참가자 5명은 모두 '천일결사' 수행을 진행하고 있었다. "이름이 천일결사 하니까 무슨 엄청난 목적을 둔 비장한 수행같죠? 그냥 천일동안 108배를 하자는 수행이에요. 하루에 한번씩 108배를 하다보면 처음엔 기도도 생각하고, 번뇌도 생각나지만, 조금 넘어가면 몸이 힘들어서 생각이 없어져요. 그렇게 사심으로 시작해 무심으로 이어지는 108배를 하면서 마음과 몸이 정돈되는 시간을 갖는 거죠." 김화진 씨가 그들의 '천일결사' 108배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지금 우리 모임에도 종교가 없으시거나, 불교신자가 아닌 분들이 참여하고 있어요. 한국을 비롯한 전세계 '열린 법회' 어디서나 마찬가지죠. 물론 불교에 뜻이 있는 분이라면 더욱 좋지만, 혹여 종교의 문턱이 걸려 관심을 갖지만 참여를 거리는 분들이 계실가봐 꼭 드리고 싶은 말씀입니다. 열립법회는 인문학적 자기성찰의 자리라 보시면 좋을 거예요. 해외 생활에 메마른 마음을 다스리고, 나를 매만지고 싶은 분들이 더욱 많이 참여하셨으면 좋겠어요."
법륜스님은 최근 강연에서 108배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첫째, 그냥 절만해도 육체운동에 좋다. 둘째, 절을 하면 자기 아상이 좀 허물어진다. 셋째, 기도문을 가지고 절을 하면 무의식 세계에 변화가 오면서 스트레스 해소에 굉장히 도움이 된다.

일주일에 한 번씩은 체중계에 올라 늘어나는 눈금을 고민하고, 뱃살도 걱정하며 살기 바빴다. 일상이 피곤하지만 걷기 운동도 하고 마사지도 했다. 눈에 보이는 몸을 위해서, 하지만 나 역시 탄력을 잃고 늙어가는 마음을 돌볼 생각을 놓치고 있었다. 마음을 위한 운동. 108배로 시작해 보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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